2018년 5월 5일 토요일

여유

1.
어제 아침 일찍 아내와 둘이 집을 나서 서울 종로까지 2시간 가까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올라갔다. 갤러리 한 곳을 방문하면서 경복궁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는데 휴일이라 하더라도 시간 효율을 따지지 않고 먼 길을 다녀온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보고 싶은 사진 전시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는데 중간에 예상치 못한 멋진 작품을 만났다.
http://iphoswebzine.tistory.com/297
윤길중 작가의 큰법당 시리즈였는데 한지에 인쇄된 (인화물이 아닌 인쇄물이었다) 작품의 분위기는 나와 아내 둘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 끌었다. 사진을 보면서 '갖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한 몇 안되는 작품의 리스트에 한 점 추가된 순간이었다. 갤러리 큐레이터에게 가격과 운반비 등을 상담했는데 본 전시는 5/8 부터이고 어제는 일종의 사전 전시와 같은 상황이라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 나왔지만 작가명과 작품명은 메모를 해 놨다. 나중에 반드시 다시 구입을 타진해야지.

2.
연휴 동안 머리를 텅 비우고 마음 느긋하게 책을 읽고 싶어 오늘 아침 파운데이션 시리즈 전집을(1~7권) 리디북스에서 구입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고전SF 를 좋아하는 성향이 더 짙어졌다. 고전SF 중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 부류의 작품들이 좋다. (그렇다고 사실주의 성향의 SF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스페이스 오페라 만한 소설도 없다) 태블릿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전자책 단말기를 살것인가 하는 부분은 고민이다. 페이퍼 프로를 한번 만져봤으면 좋겠는데 써 볼 기회가 없다.

3.
아침 일찍 아내는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했고 혼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옷을 챙겨입고 조깅을 나갔다. 겨울동안, 그리고 미세먼지 심한 시즌을 피하느라 한국에서 조깅을 한 건 거의 반년만이었다. 지난 겨울 중국 남부 출장을 가서는 가끔 휴일에 달렸지만 날씨는 따뜻할 망정 거기도 공기가 깨끗하지는 않아서 마음 편히 달리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어쨌든 잠깐 몸을 푼 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왠걸, 평소 달리던 거리의 반도 안갔는데 심장은 터질듯이 뛰고 있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반년의 휴식이 가져온 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 가슴은 이미 한계에 왔다고 난리를 치는데 오기가 나서 무시하고 1km 정도 더 달렸다가 그만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가쁜 숨을 10분가량 몰아쉬어야 했다. 나중에 심박계를 보니 160bpm 이상으로 달렸던데... 전보다 속도도 느려졌고 거리도 짧았는데 심박수가 160을 넘는 걸 보니 이번 여름 다시금 체력을 끌어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예전의 저질 체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4.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두 번 돌려 빨래를 널고 커피 한잔을 내려 식탁에 앉았다. 바람이 너무 좋아 온 집의 창문을 다 열어 두었는데 이런 날이 정말 흔치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음악을 좀 틀어놓고 싶은데 이틀 전 CD플레이어를 서비스 센터에 수리 보낸 덕에 마땅한 도구가 없다. 헤드폰으로 귀를 틀어 막은 채 음악을 듣고 싶은 바람은 아니어서 그냥 음악을 포기하는 걸로. 아쉽다.

5.
한 숨 자려 했는데 문득 첫째의 자전거를 손봐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녹슨 부위를 닦아내고 체인에 오일링을 해야 다음 휴일에 아이가 탈 수 있을테니 아이들이 할머니댁에 놀러가 있는 이번 주말이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장갑과 도구를 챙겨서 나가야 겠다. 다음 휴일엔 캐치볼과 함께 자전거도 타자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