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7일 수요일

딴 짓

이런 저런 이유로 글을 쓰지 않은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페이스북에 가끔씩 짧게 흔적을 남기고는 있지만 '글' 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의 것들은 아니다. 글의 길이에 의미를 두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적어도 생각을 정리/표현 한다는 측면에서 사색의 과정 없이, 또는 시간의 세례 없이 남기는 문자의 조합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글을 쓰는 것이 삶의 탈출구였던 시기도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외면하고 살게 되었을까.

비단 글쓰기 뿐만은 아니다. 사진이 그랬고, 컴퓨터를 만지는 일이 그랬다. 그냥 하고 있으면 즐거운 또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나만의 취미(달리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손대지 않게 됐다. 지금에 와서는 회사-집 의 반복되는 삶속에 그저 하루하루 '지내고' 있을 뿐. 가족들과의 시간이 무의미 한 것은 분명 아니나 나 혼자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이 어쩌면 근래 내가 많은 허전함을 느끼는 근본 이유일 수도 있다.

사진을 다시 시작해 보거나 프로그래밍을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나 시간이 정말 많이 드는 일들이라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보다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발목을 잡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비해 내가 가진 역량 또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딴짓을 하는데 시간을 쓰기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걱정이 되는 탓에 딴짓은 하지 않으면서도 막상 더 생산적인 무언가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딴짓이 걱정되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

정말로 다시 시작해볼까?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