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8일 일요일

무제

삶이 힘든 이유는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다.  

애초에 내 삶이 힘든 이유를 남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은 더우기 불가능한 일이다. 한때 들불처럼 번졌던 멘토링이 순식간에 사그러 지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 이면에 깊게 자리잡은 선의와는 별개로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을 분석하고 조언한다는 건 서로에게 쉽지 않다.

45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어제 집에 돌아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길게 나가 있었던 출장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출장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업무적으로도 그렇지만 혼자서 견뎌내는 시간들이 전보다 더 힘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지냈다. 주말이면 근처 산을 찾아가 등산도 하고, 뮤지엄도 찾아가고, 쇼핑도 다니고, 영화를 보러 다니는 등, 휴일이 되면 마트에서 맥주를 한박스 사다가 싼값에 마음껏 취하곤 했던 지난 출장과 비교하면 훨씬 건강하게 그리고 긍정적인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인가, 애틀란타 수족관 인파들 사이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상어를 4시간 가까이 멍하니 보고 있는 스스로를 인지하고나서 알게 됐다. 지금의 난, 삶이 참 힘들구나...하고. 출장이 힘든게 아니었다. 스스로의 삶을 힘들어 하는데 그 시기에 출장을 나온 것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 자신이 싼 값에 위로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싼 값에 구한 위로는, 내 고민과 어려움을 저렴하게 만들 뿐이다. 어쨌든 혼자 나와 있는 그 시기를 힘들어 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쓸 수는 있었다.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최소한 시선을 밖이 아닌 내면으로 향하는 계기는 되었다. 

고민되고, 힘들다. 인정하자. 인정한다고 바뀔 건 없지만 최소한 아니라고 스스로를 기만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아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