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 금요일

여행

여행 #1

5월에 결혼한 입장은 아니지만 보다 좋은 날씨를 즐기며 다녀오는게 좋겠다 싶어 오늘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떠난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 2주의 휴가를 내고 아내가 좋아하는 도시로 온가족이 이민가방 수준의 짐을 싸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하면서 결혼 30주년 정도는 가볍게 지나가신 친구(?)들이 좀 생긴 탓에 10주년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가 참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와 내 아내의 지난 10년은 참 다사다난 했다. 11평 원룸에서 소꿉놀이처럼 시작한 결혼 생활이 10년이 되었으니 일일이 글로 풀자니 너무나 유치해 지는 이야기 거리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부터 다녀올 2주간의 여행동안 지난 10년...모두 풀어서 바람에 날리고자 한다. 그리고 다음 10년의 여행을 위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리를 해야지. 이제는 둘의 10년이 아닌, 다섯의 10년을 준비해야 하니 결혼할때보다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리라.


여행 #2

회사에서 조직 개편이 있었다. 팀장이 불러서 내가 새로이 맡았으면 하는 업무에 대해 면담을 했고 수락을 했다. 회사에서 주는 업무를 '수락' 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한국 문화에서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그만큼 나를 존중해 주는 팀장을 모시고 있다는게 내 또다른 행운인 것 같다. 어쨌든 내가 거부하면 강요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또한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해라' 라고 옵션을 주면 눈치 안보고 소신대로 '싫다'고 말할 사람인걸 안다. 내가 로또 복은 없어도 이렇게 직장 상사 복은 많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업무, 지금까지 해온 것과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커리어. 물리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라는 제안이나 다름없는 제안을 받았다. (유치하다면 유치한데, 박사학위는 자동차면허와 같아서 신분의 표현이 아닌 면허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게 평소 지론이지만 그래도 Ph.D 라는 세 영문자가 주는 묘한 자부심과 이끌림을 포기하는게 막상 쉽지는 않다)

뜬금없는 제안은 아니었다. 내심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커리어패스를 지금의 회사에서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마...이번 제안이 없었다면 회사를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제 무수히 출장을 다닐 것이며, 주어진 책임만큼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다. 나 역시 소소하게 투덜거리고 분노하며 또 파트너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업무를 익혀 나갈 것이다. 힘들겠지만, 분명 흥미진진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번 선택이 내 커리어에서 의미있는, 그리고 흥미진진한 여행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늘 그래왔듯이, 심호흡 인내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