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0일 수요일

흐르는 강물처럼

그런 영화가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문득 생각이 나서 몇날 며칠을 그 영화의 장면 장면을 떠올리며 보고 싶어 하는 그런 영화가. 그 이유가 음악일 수도 있고 배우일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떠오르는 경우 사실 어떻게든 그 영화를 구해서 보는 것 말고는 충족할 방법이 없다.

몇주 전에 문득 '흐르는 강물처럼'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너무나 오래전에 그리고 어렸을 때 본 영화인 탓에 스토리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 자세한 장면등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한 장면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강과 산을 배경으로 한 채 너무나 아름답게 호선을 그리던 낚시줄. 그리고 그 아름다운 호선을 연신 허공에 그리고 강물에 그려내던 브래드 피트의 뒷모습.

결국 며칠 전 IP TV에서 영화를 검색해서 유료 결재를 하고 보고야 말았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영화 Mission 의 DVD를 구하려고 그토록 애쓰다 결국 포기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근 20년만에 다시 본 그 영화는 내 기억속에 남아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디지털화 되어 너무나 선명하고 강열한 채도를 보이는 요즘 영화와 달리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랜듯한 블랙풋 강과 숲의 영상은 보는 내내 나로 하여금 몇번이나 장식장에 놓여 있는 내 필름 카메라를 힐끗 거리며 바라보게 만들었으며 마치 소리를 낸다는게 미안하다는 듯이 극도로 절제되어 잔잔하게 깔리는 배경 음악은 영상을 쓰다듬는 듯한 착각마저 주었다.

마지막, 주름진 손으로 플라이 피시 미끼를 매다는 그 모습 너머로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흐르고 있는 블랙풋 강의 영상을 보면서 이 영화 감독은 가족에 대한 영화가 아닌 어떤 종교와 신앙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목사라는 것과 별개로 영화는 내내 어딘가 경건하고 숙연했으며 내 마음속의 흐름을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흔한 말로 '돌이켜 보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마치 군시절 평일 저녁 혼자 찾아가서 한시간씩 조용히 묵상을 했던 그 성당에서 받았던 느낌과 비슷한 느낌. 영화를 보고 나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보길 잘 했다'.

여튼 좋은 시절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그것도 20년이나 지난 영화를 간편하게 다시 집에서, 그것도 크고 좋은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는 시절이니.

2014년 7월 12일 토요일

오브제

수년간 고민해 왔지만 오브제를 잡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난 프로 사진가가 아닌만큼 맘 편하게 잡고 쉽게 쉽게 찍어도 될 것 같은데 항상 두번째 발걸음에서 욕심이 생겨 처음으로 되돌아 가고 만다. 사진은 늘지 않고, 욕심만 늘고 있나보다. 

"오브제의 개념은 ‘보아왔던 것’에서 ‘보여지는 것’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기억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 자체로 파 악하기 보다는 ‘보아왔던’ 습관적인 관점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므로 이미 그 것을 완벽한 오브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통적 미학의 거부로부터 출발한 오브제 미술은 일상의 사물 즉, 소재 지향 적 사물관 에서 벗어나 사물세계 자체의 존재치를 부여하고 단순히 회화나 조 각이라는 장르를 타파한 새로운 조형양식과 시각체험을 확장시켰으며 오브제 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종래의 미술과 구별되는 새로운 세계관 및 물체관이 탄 생하게 되었다."

美術敎 育專攻 姜周然
현대미술에 있어서 오브제의 변천과정과특성에 관한 연구
2003년 1월昌原大學校 敎育大學院

2014년 5월 23일 금요일

여행

여행 #1

5월에 결혼한 입장은 아니지만 보다 좋은 날씨를 즐기며 다녀오는게 좋겠다 싶어 오늘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떠난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 2주의 휴가를 내고 아내가 좋아하는 도시로 온가족이 이민가방 수준의 짐을 싸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하면서 결혼 30주년 정도는 가볍게 지나가신 친구(?)들이 좀 생긴 탓에 10주년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가 참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와 내 아내의 지난 10년은 참 다사다난 했다. 11평 원룸에서 소꿉놀이처럼 시작한 결혼 생활이 10년이 되었으니 일일이 글로 풀자니 너무나 유치해 지는 이야기 거리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부터 다녀올 2주간의 여행동안 지난 10년...모두 풀어서 바람에 날리고자 한다. 그리고 다음 10년의 여행을 위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리를 해야지. 이제는 둘의 10년이 아닌, 다섯의 10년을 준비해야 하니 결혼할때보다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리라.


여행 #2

회사에서 조직 개편이 있었다. 팀장이 불러서 내가 새로이 맡았으면 하는 업무에 대해 면담을 했고 수락을 했다. 회사에서 주는 업무를 '수락' 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한국 문화에서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그만큼 나를 존중해 주는 팀장을 모시고 있다는게 내 또다른 행운인 것 같다. 어쨌든 내가 거부하면 강요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또한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해라' 라고 옵션을 주면 눈치 안보고 소신대로 '싫다'고 말할 사람인걸 안다. 내가 로또 복은 없어도 이렇게 직장 상사 복은 많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업무, 지금까지 해온 것과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커리어. 물리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라는 제안이나 다름없는 제안을 받았다. (유치하다면 유치한데, 박사학위는 자동차면허와 같아서 신분의 표현이 아닌 면허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게 평소 지론이지만 그래도 Ph.D 라는 세 영문자가 주는 묘한 자부심과 이끌림을 포기하는게 막상 쉽지는 않다)

뜬금없는 제안은 아니었다. 내심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커리어패스를 지금의 회사에서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마...이번 제안이 없었다면 회사를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제 무수히 출장을 다닐 것이며, 주어진 책임만큼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다. 나 역시 소소하게 투덜거리고 분노하며 또 파트너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업무를 익혀 나갈 것이다. 힘들겠지만, 분명 흥미진진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번 선택이 내 커리어에서 의미있는, 그리고 흥미진진한 여행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늘 그래왔듯이, 심호흡 인내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

2014년 3월 31일 월요일

사람

일하면서 내 상관으로 모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후배를 딱 한번 만났다. 나보다 여섯살이 어린 그 친구는 부러울 만큼 열정적이고 현명했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이직한 그 후배를 해외 전시회에서 만났다. 일부러 찾아온 사람을 어찌 그냥 보내겠는가. 객지 맛집을 찾아 네시간동안 그동안 쌓인 수다를 풀었다.

변한것은 시간이요 나이일 뿐 사람은 변한것이 없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쁜데 결혼 계획도 들었다. 아무래도 독일 음식과 맥주론 축하가 부족하여 한국에서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살면서 사람을 얻었다는 기분만큼 큰 즐거움이 또 어디 있을까. 그저 행복한 밤이다.

2014년 1월 11일 토요일

출근길

밤새 주차장을 지킨 누군가의 자동차.

주말 새벽부터 환한 누군가의 사무실.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묘한 경계. 

추워서 꽁꽁 싸매고 지나쳤다가 계속 뒤통수를 잡아당겨서 결국 다시 되돌아가서 찰칵.

2014.01.11.
@기흥. 회사 주차장.

2014년 1월 3일 금요일

심호흡, 인내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

이 블로그의 부제처럼.

2014년 한해도 말하기 전에 한번 심호흡 그리고 행동하기 전에 한번 인내한 뒤에 실행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또한 언제 어디서나 최대한 즐겁게 지내는 한해가 되기를.

내 모든 지인들과 함께.

늦었지만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