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0일 일요일

부부 그리고 서로의 커리어 관리에 대해

아침을 먹으면서 웹서핑을 하다 가슴을 후벼파는 글을, 이혼하려 한다는 글을 보고 끄적끄적.

내가 선택했던 커리어 패스가 그래서겠지만 유난히도 내 주위에는 고학력자들이 많다. Ph.D. 를 받은 사람도 많고 받고 있는 사람도, 받은 사람과 결혼한 사람도 많다.

세상 어느일이 쉽겠냐마는 사실 공부해서 먹고 살겠다는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적당히 하면 적당히 살 수 있는 다른 직종과 달리 학업은 그 안에서도 선두 그룹에 들지 않는 한 결코 적당히 살 수 없다. 그래서 결혼한 Ph.D 예정자들이나 Ph.D 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 천재로 불러도 될 만한 사람들 뿐인데 그 사람들을 뛰어 넘어야 '먹고 살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기 보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고 젊은 시절을 청백리 처럼 사는 길을 걷는 걸 볼 수 있다.  

그렇게 공부로 무언가를 이룬다는게 힘든 일이다 보니 가족의, 정확하게 말하면 배우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지원은 다시 엄청난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자신의 학비는 자신이 모두 해결한다고 해도(사실 결혼한 Ph.D 예정자들에겐 기본이어야 한다) 가장으로써 느끼는 책임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나도 학위를 받기 전 2년간 만성적인 위염과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신체적 부작용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그렇게 힘든 걸 배우자에게 말 할 수도 없다. 칭얼대는 것 처럼 보일 것 같은 두려움에.  

내가 읽은 이혼하려 한다는 글도 바로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름 성공한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요약하면, 나름 좋은 학교를 한국에서 나왔고 Ph.D를 받은 후에 미국에 넘어와서 포닥을 하고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성공한 삶을 사는 듯 했으나 남편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동안 자신은 애들 낳아서 기른 것 말고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는 존재가 되어 있다는 자괴감에 남편에게 질투심으로 쉽게 폭발하고 단절된 커리어를 핑계로 자신은 별다른 커리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남편이 크게 성공해서 자신이 부유한 삶을 살게 해주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아내와의 갈등을 더이상 견디지 못해 이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여러가지 댓글들이 있었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분들은 본인의 커리어 관리를 스스로 포기해놓고 이제와서 남편에게만 요구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들을 했다. 미국으로 넘어온 이상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스스로의 커리어 관리에 신경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댓글들은 당연히 그 오랜 시간 희생해 왔는데 당연히 이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들이었다.   모두 맞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코멘트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아래의 두가지 내용은 가슴 깊이 후벼파는 통증을 느꼈다.  

1. 본인의 커리어 관리는 본인 몫이라고 한다면, 부부로 함께 사는 의미가 뭔가요? 배우자가 잠도 안자고 일한다면 미친듯이 화가 나는게, 다른 이유가 아닌 상대방이 걱정되서 화가 나는게 부부입니다. 커리어 관리라고 다를게 없습니다.  

2.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아이의 진로와 적성 마음가짐 등에 온갖 신경을 써 오셨겠죠. 그런데 혹시 아내분의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잘 하는게 뭔지 알고 계시나요? 아니면 아내분이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것, 그게 정말 아내분이 잘하고 자신있어 하는 일이라고 확신 하시나요?  

그 수많은 댓글 중 이 두가지는 내게 큰 충격을,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줬다. 정말로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내 주위 Ph.D 는 대부분 아내가 남편의 커리어를 위해 양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언뜻 보면 돈 잘버는 성공한 남편 만나서 인생 참 편하게 산다는 질시를(주로 친구들에게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을 보면 해보고 싶은 걸 참고 양보하며 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집 역시 예외는 아니리라.

젊은 시절 그런 모습은, 남편이 학위를 받아서 외국으로 나가고 거기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등은 성실한 남편과 함께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 간다고 보일 수 있다. 언뜻 화려해 보이는 모습에(보이지 않는 부분은 지지리 궁상일지라도) 주위에서 부러워도 하고 또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자기 최면의 힘으로 버티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들은(감히 우리 라고 지칭하려 한다) 과연 배우자의 커리어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아이들을 키워놓고 막상 더이상 예전처럼 바쁘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점에 왔을때 어디서 삶의 가치를 찾을 것인가가 정말로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닐까? 배우자에게 알아서 고민하기 전에 나 스스로 부터 말이다.

요리를 잘한다? 그럼 그걸 그 사람의 커리어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해 봤는가? 아니, 그 전에 정말로 내 배우자가 자신있어 하고 재능이 있는 분야가 뭔지 알고 있는가? 전업주부를 원하는지 아니면 무언가 삶에서 의미있는 것을 한가지라도 더 하면서 살고 싶어하는지도 명확히 모르지 않는가? 한국의 문화라는 핑계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내가 힘들다고 해서 배우자의 희생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그런 희생을 나도 모르게 당연히 받아들이거나 혹 반대의 희생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부부로써 함께 사는 의미가 한가지 분명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