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씁쓸한 언어별 검색 결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기업의 마인드

얼마전 사내 교육에서 강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단. Spec 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검색할때와 한글로 검색할 때 차이가 난다는 말. 휴일 아침 문득 그 생각이 나서 나도 한번 해보곤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영문으로 samsung spec 을 검색해 봤다. 아래와 같이 상위 5개 결과에 광고를 포함하여 모두 삼성에서 출시한 각종 기기들의 사양에 대한 결과가 도출됐다.



그리고 이번엔 다시 한글로 삼성 스펙 이라고 검색해 봤다. 놀랍게도 상위 다섯개 결과에 모두 입사자들의 조건에 대한 내용이 랭크됐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나오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심지어 그냥 '스펙' 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신문기사부터 위키까지 모두 취업과 관련된 내용(그것도 대기업)으로 도배가 된다. 얼마나 이 땅의 젊은이들이 취업에, 그것도 대기업 취업에 목말라 하는지 알 수 있는 결과다.

그렇지만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한국의 여건으로 보면 그건 당연한 일 중 당연한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부에는 유난히 중소기업에 다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 신생 사업부이기도 했지만 산업 자체가 워낙 초기이다 보니 관련 인력도 부족하고 그만큼 기존 인력의 이동이 잦기 때문이었다. 경력 입사자들이니 당연히 신입 사원을 뽑은 것보다 어느정도 직급을 모두 부여해야 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도 지불한 인건비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대부분이 산전수전 다 겪고 온 인재들이어서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나 업무 자체의 효율성에서 깜짝 놀랄만큼 대단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조직의 크기와 특징상 모든 의사 결정이 느리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대기업에서만 일해본 사람들과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문화에의 적응 문제(실제로 전세계 모든 기업들에서 경력 입사자의 조직문화 부적응은 심각한 이슈다)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손실이나 신입사원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도 경력직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그런데 얼마전 대기업에서 경력직을 뽑을 때 중소기업등에서는 쉽게 사람을 뽑지 못하도록 제한하려 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착찹했다. 일단 표현이 잘못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뽑는게 아니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직은 개인의 자유다.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막을 권한은 기업은 물론 국가에게도 없다. 뉴스에서 접한 중소기업 사장들은 핵심 인재를 대기업이 빼가서 기술 유출이 심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아까운 핵심 인재에게 과연 얼마나 차별화 된 대우를 해줬는지 반문하고 싶다. 과연 그들에게 능력에 맞는 연봉을 지급했는지, 우리사주를 지급해서 지금은 어렵지만 상장하면 그만한 보상을 받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해줬는지, 얼마전 소개된 회사처럼(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IT기업) 회사내에 어린이집을 둬서 맞벌이 부모들이 마음놓고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돌보게 해줬는지 등등. 그러면서 하는 말이 대기업은 인재를 직접 키워서 쓰거나 그만한 보상을 상대 기업에 하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마치 자신들은 경력직을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데 웃음밖에 안난다. 쉽게 말해 이적료를 내라는 것은데 자기들이 취업자에게 입사 당시 계약금을 지급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발상인지 모르겠다. 정말 이적료를 받아야 할 만큼 금전적인 가치가 있는 직원이라면 그만큼의 대우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자신들도 다른 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직을 뽑을 때 이적료 형식으로 지불할 것인가? 나는 저런 주장을 하는 중기 사장들이 '싼 값에 능력있는 인재를 마음껏 부려서 이득을 독식하려'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어쨌든 저들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앞으로 대기업 입사한 사람은 계속 대기업 다니고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은 계속 중소기업 다니던지 이적료 만큼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는 인고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할 상황이 됐다.

대기업들 간에도 인재 유출은 간혹 법정 싸움으로 갈 만큼 민감한 문제이긴 하다. 이를 막기 위해 인재에게는 연봉을 더 지급하고 승진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론 아직 이러한 사람에 대한 대우를 통해서가 아닌 금지 조항을 담은 서약서를 통해 막고자 하는 시도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점차 그 강도가 약해지는 추세이다. 이번 중기 인재 유출에 대한 뉴스가 법제화 되어 정말로 강제화 된다면 그건 이런 대기업들의 자구 노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니 이 땅의 젊은이들이 시작을 대기업에서 하려고 하는 자세를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높으신 분들이 보기에 그들은 도전 정신이 없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높으신 분들 덕에 첫직장이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로 내몰린 그들의 진정한 아픔은 알지 못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