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 일요일

700 개의 글

아침에 게시글 하나를 포스팅 하고나서 우연히 블로그의 대시보드를 보는데 전체 게시글 수가 정확하게 700개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온라인에 글이라를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부터이고 1997년에 한번, 1999년에 또 한번의 사고를 통해 많은 글을 잃어버렸고 2000년부터 다시 모으기 시작한 글이 모두 700개라는 의미.

참 많이도 썼다. 어쩌면 요즘 온라인에서 유명한 블로거들이 1년이면 올리는 숫자에 불과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난 12년동안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올려서 700개의 글을 남긴 것이면 적은 숫자는 아니리라. 더욱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부터 따로 쓰기 시작한 가족일기 블로그까지 합하면 천개의 게시글에 육박한다.

예전 글과 요즘을 비교해 보자면 예전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사색하고 정리하고 쓸 수 있었기 때문인지 좀 더 감상적이고 사색적인 글이 많은 반면 최근의 글들은 일상의 기록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아쉽기도 하지만, 지난 12년간의 글을 보면 내 일상은 물론 그 일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어떠한지도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2004년, 단 하나의 글만을 남긴 유일한 해. 바로 아버지가 암이라는 것을 알았던 해이고 짧다면 짧은 투병 생활을 했던 해이며 결국 아버지를 잃었던 해이다. 결혼을 했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으며 힘들어 했던 어머니를 위로하느라 나 역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삭혀야 했던 해이기도 했다. 지금서 돌이켜 보면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은 글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야 했지만 도저히 키보드를 잡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그냥, 그러했던 해라는 기억만을 단 하나의 게시글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

이렇게 남기고 있는 글 들은 아마 먼 훗날 내게 소중한 기록물들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과거 유행했던 미니홈피나 페이스북보다 블로그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 최소한 구글블로그는 내 모든 글을 백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준다.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 과거의 기록을 잃는 일은 1999년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마침 맞게 두 아들이 잠에서 깨서 아빠를 찾아 거실로 나왔다. 이제 이 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줘야 할 시간. 자,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놀까?

휴일 아침

모처럼 어디론가 움직일 계획에 부산스럽지 않은 휴일 아침을 맞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은 방안에서 서로 뒤엉켜서 자고 있고 나는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이 아침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얼마만에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지.

외동으로 태어난데다 부모님들께서 맞벌이를 했던 어린 시절 덕에 나는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성장했다. 이 때문에 좋았던 점도, 안좋았던 점도 있었으니 평가는 무의미 하지만 어쨌든 그런 환경 덕분에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해소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런데 결혼 후 가족이 생기면서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더니 두 아들이 태어나고 난 후에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바로 그 부분이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통해 얻는 행복과 맞바꾼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다. 사진도, 음악도, 시나 수필을 쓰는 것도 모두 일정 이상의 시간과 부담없는 시간 활용이 필요한데 요즘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아내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좀 누릴까도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가족들이 모두 날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 방안에서 생각에 잠겨 있거나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들여다 보고 있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포기.

그래서 아직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 이 시간이 내게는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비록 사진을 찍는다거나 시에 집중한다거나 할 정도까지의 시간은 안되지만 적어도 안개로 유명한 이 도시의 자욱한 아침 안개를 바라보면서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그러면서 Bach를 들을 수 있는 시간 정도는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키보드를 잠깐이나마 두드릴 수 있는 시간도.

모처럼 편안한 휴일 아침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