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8일 토요일

생각 정리

새벽에 잠이 깨서 뒤척이던 차에 그동안 메모해 오던 조직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을 블로그에 기록해 두고자 한다.

1.
조직을 이끄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급과 직위를 이용하는 것이며 가장 어리석은 방법 역시 직급과 직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크건 작건 조직내에는 여러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며 간혹 아래 사람과 충돌이 생길 때가 있다. 이럴때마다 사실 내 직급을 이용해서 그냥 찍어 누르고 싶은 유혹이 드는 걸 막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한번 그러기 시작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1차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

2.
조직은 보스가 아니라 가장 업무 영향력이 있는, 그리고 가장 인망이 높은 사람이 이끈다. 어느 조직이든 흔히 키맨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업무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주목을 받는다. 심지어는 보스 조차도 그의 의견을 물어보고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직급이 높고 낮고 보다는 그 조직에서의 경력이 오래되고 관계 형성이 좋으며 항상 내 울타리를 챙기는 모습보다는 남의 마당을 다져주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누구든 자기 마당에 문제가 생기면 그걸 다져준 사람에게 다시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조직은 직급이 아닌 영향력으로 이끄는 사람이 실질적인 리더가 된다.

3.
지금 당장 칭찬 받기보다 5년 후에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행동하는 사람이 이긴다. 의외로 '칭찬'과 '인정받는 것'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직에서 누군가가 칭찬하는데는 그 사람에 대해 인정하는 것 보다 당근책으로써의 의미가 강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아래 사람을 열심히 일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결과물과 태도의 긍정적인 부분을 지속적으로 칭찬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그 사람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표현은 드러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 부분은 천천히 내면에 쌓여 오다가 어느 순간 단단히 굳은 결정체의 형태로 드러난다.

그런데 칭찬을 받는게 바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지금 한 작업을 바로 칭찬받기 위해 그러는 과정에서 걸리적 거린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자기 실적을 자기 것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위 동료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설사 그가 온당치 못하게 실적에 무임승차 하려 했더라도)

왜냐하면 칭찬은 보스에게서 시작되지만 인정은 동료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칭찬은 보스 한명한테서만 받으면 되지만 인정은 조직 구성원의 대다수에게서 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은 그 대상자와의 관계가 좋을 수록 쉽게 다가온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요한 것은 실적보다 관계다. 관계가 좋다고 해서 실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관계가 좋지 못하면 실적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 그런 사람은 항상 업무 결과에 대해 칭찬은 받지만 조직내에서 인정받고 과실을 가져가는 역할은 하지 못하게 된다.

4.
조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쉬운 길은 비판적인 직원이 되는 것이며 가장 어려운 길은 긍정적인 직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과실은 수년 후 긍정적인 직원이 가져간다. 그게 현실이다. 나도 이 부분이 참 어렵고 잘 안된다. 박사 과정을 할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내게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들은 무슨 말을 들으면 우선 반대하고 비판할 논리를 찾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상대방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 있다. 그리고 그런 비판을 통해 얻는 것은 너 잘났다는 반감밖에 없다는 말과 함께. 어쩌면 똑똑하다는 수재들을 모아놓은 과학 분야에서 세상을 이끄는 리더가 나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비판 없이 일을 하는 듯 보여도 그가 만일 멀리 내다보고 참아내고 있는 거라면 수년내에 그 사람이 내 보스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조직과 조직원

조직이 조직원의 수준을 만드는지 조직원이 조직의 수준을 만드는지는 흥미로운 논쟁거리다. 상식적으로 조직원들이 조직의 수준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반대의 경우, 조직에 새로 합류한 전혀 다른 성향의(조직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들이 그 조직의 수준에 맞게 변해가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말하자면 이러한 현상은 예비군 훈련장을 가보면 바로 깨달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인정하고 나면 이제 질문은 처음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 과연 조직이 조직원의 수준을 결정하는가?

신규 사업을 수행하는 신생 회사에 있다 보니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한다. 설립 후 2년 만에 조직 구성원이 몇배로 늘어난 탓에 책상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 중 신입 사원 수는 별로 없고 상당수가 경력사원이거나 그룹내 전배 인력들이다 보니 각자가 갖고 있는 수준과 히스토리가 모두 다르다. 그런데 어떤 경력의 사람이 입사를 하든 기존에 형성되어 가는 문화에 곧장 동화되어 버린다. 문제는 그 문화가 누구나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바뀌지 못하고 있는 문화라는 것. 그룹에서도 날고 기는 임원들을 전배 보내서 위에서부터 바꾸려고 하는데 항상 구호는 크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요즘 회사가 큰 변화를 겪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잘 변하지 않고, 일부 변화하는 부분도 개인의 노력이라기 보다는 조직의 변화에 따른 성향이 크다. 일종의 컬쳐 쇼크라고나 할까. 그 와중에도 조직원들은 변하지 않기 위해 발버중 치고 있으니 쇼크가 맞긴 한 것 같다.

어제 동료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에게는 매트릭스의 '네오'가 필요하다는 것. 설득과 타협 없이 그냥 힘으로 각자의 집단을 평정하고 적대적 조직과 평화 협정을 맺어 버리는 존재가 없이는 조직의 수준과 문화는 쉽게 바꿀 수 없는 듯 하다. 여러 서적들에서는 그게 필수조건이라고 언급하고 성공 사례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과연 그 서적에 나오는 성공 사례들이 정말일지 의심스럽다.

조직이 조직원의 수준을 결정하는가? 맞다. 그렇다면 조직원이 조직의 수준을 결정하는가? 모르겠다. 적어도 확실한 정답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