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 토요일

Good bye 김문수

안상수씨의 보온병 포탄 해프닝 이후 소재가 변변치 않아 무릎을 치게 만드는 풍자를 못하던 네티즌들에게 김문수 도지사가 대어급 소재를 던져줬다. 아마 2011년 최고의 풍자거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 다양한 풍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재미를 떠나서 이 사건은 선출직 공무원에 불과한 도지사가 실제로는 얼마나 우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문수 도지사 측에서 찾아낸 변명거리는 "관등 성명을 대야 하는 규정을 어겨서 당황했다" 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손발이 오그라 들 정도로 민망한 변명거리다. 상식적으로 긴급상황 신고 전화로 전화한 사람이 용건도 밝히지 않고 계속 자신이 도지사라며 상대의 관등성명만 물어본다면 장난전화라고 인지하는게 당연하다(규정이야 어떻든). 쉽게 말해서 당장 자기 부모가 쓰러져서 119에 전화했는데 상대가 관등성명을 대지 않았다고 해서 용건도 말하지 않고 수차례 다시 전화해서 관등성명을 요구할 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나라면 오히려 관등성명을 대느라 시간 끄는 상대에게 화가 날 것 같다. 무슨 김수환무거북이와두루미 찾을 일도 아니고). 더욱이 김문수씨가 전화해서는 관등 성명 요구에 앞서 '도지사입니다' 를 수차례 강조했다는 점(알아서 좀 기어라 라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그리고 실제 긴급 상황이 아닌 정치 행보(시설 방문) 중 일종의 보여주기식 돌발 행동의 일환으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로 비춰볼 때 '관등 성명을 대고 안대고'를 이번 사건의 주요 이슈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당사자를 불러서 사과를 했든 안했든가를 떠나서 그 자신이 갖고 있는 태도 자체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대중에게 사과하지 않은 이상 이 문제는 정치인 김문수씨에 대한 평가 수준을 대폭 낮추는 일종의 기준선이 될 것이다. 아마 이후의 모든 정치적인 행사, 즉 선거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귀찮고 어려운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더욱이 그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투표를 통해 선출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앞에 나서서 일을 하는 것보다 뒤에서 결과를 놓고 비아냥 거리거나 비판하는게 비교할 수 없이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경우 그 일을 짊어진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주는 것 자체를 마다할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이 약간의 권력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 자체는 적절한 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보상 전에 암묵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항상 선출직 공무원은 시민의 아래'에 있다는 표면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김문수씨는 바로 그 지점을 넘어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의 위에 있는 최고 권력자라고 인지하고 있는 듯한 그의 여러 행동들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소방헬기 이용 건수와 같은. )

이전에도 그다지 높은 순위는 아니었지만 이번 사건을 빌미로 김문수라는 이름을 아예 정치인 리스트에서 지워버린 유권자가 비단 나 한명 뿐은 아닐 것이다.

Good bye 김문수씨. 당신이 유시민을 이기고 도지사에 오른 그 날이 어쩌면 당신 인생 최고의 전성기였는가 봅니다. 솔직히 당신에게 표를 줬다면 좀 열불이 나겠지만 당신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나이기에 나 자신의 선견지명에 대한 만족이 더 크게 다가오는군요. 부탁이 있다면 2012년 이후엔 정치판에서 당신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2012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 출근 버스. 운 좋게 출발지가 집 앞이어서 일찍 움직인 날은 좋은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출발하기를 기다릴 수 있어서 좋다.

내가 몸담은 그룹의 세부 조직 및 운영 방침이 오늘 발표된다. 어제 그룹장과 면담을 하면서 알게된, 실질적으로 내게 부여될 예정인 많은 책임과 인력을 어떻게 유기적인 조직체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왜냐하면 그중엔 나보다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어서 자칫 힘 겨루기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룹장이 그리고 회사의 보스들이 원하는 건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는 직무와 조직 체계라는 건 알겠는데 한국 사회에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피할 일은 아니겠지만.

2011년이 내게 있어 삶의 큰 전환점을 만든 선택의 해였다고 한다면 2012년은 관리자로써의 내 역량을 -특히나 가혹한 환경에서- 시험하게 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아마 내게 그런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지금 내가 맞이한 상황의 확장, 즉 내 아래 사람을 내 실질적인 업무 지시자로 앉히는 걸 주저할 조직 윗선들이 아니니까.

어쨌든 자의든 타의든 신나는 놀이기구로 가득한 놀이공원에 던져졌다. 2012년 한해 정말로 후회없이, 즐겁게 놀아보자.

Ps
그전에 물론 메리 크리스마스를 먼저 즐기고. :-)

2011년 12월 17일 토요일

1년

작년 이맘때쯤 상품기획으로 옮기겠다고 면담을 했으니 마음의 결정을 내린지 정확하게 1년이 지난 시점이 됐다. 부서를 옮기고 나서 제법 힘들었던 1년의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옮긴 건 3월부터였지만 부서 전배의 조건으로 해야 했던 양산TF로의 파견 근무까지 합쳐보면 1년이 됐다. 많은 질문을 받았었다. 왜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 기획 부서로 가려 하느냐고. 운전 면허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운수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내 반문을 이해해 준 사람은 아내를 포함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 밖에는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 선택은 옳았다. 비록 일은 더 힘들어졌고 생활도 그만큼 팍팍해 졌지만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고 알고 싶은 것들을 알게 되는 과정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기도 했다. 중간에 너무나 불만에 차 있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애썼던 모든 행동들이 결국에는 내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혼자 고군분투 했던 지난 1년과 달리 지금은 지시한 일을 조금의 부족도 없이 수행해내는 만점짜리 사원 한명과 업무 추진력이 너무 좋아서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선임 한명, 그리고 컴퓨터 같은 암기력으로 경쟁사와 우리회사의 모든 사항들을 즉각적으로 읊어댈 수 있는 지원부서의 사람들까지 평소 바랬던 조합의 팀을 이끌게 되었으니 당분간은 더이상 바랄게 없다. 이제 남은건 조율하는 내 역량을 키우는 것 뿐.

다음주, 그리고 다음달이 되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구성이 크게 변할테고 그때가 되면 내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팀을 내가 없어도 혹은 누가 내 위치에 와도 정상적으로 움직일 만큼 조율해 놓는 것 아닐까. 직급이 높다고 다 아는 척, 유능한 척, 어른인 척 하지 말고 서로의 역할이 있는 동료의 자세에서 일할 수 있게 끝까지 자중하자.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송년회 불참

어제가 팀 송년회였는데 주중에 신입사원들을 아예 업무에서 빼서 댄스 공연 연습 시키는 꼴을 보고는 불참해 버렸다. 그런식으로 놀고 싶어 한다고 해서 내가 말릴 방법은 없지만 그런 사람들 틈에 앉아서 자원자들도 아니고 강제적으로 차출되서 공연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있기는 싫다.

나이가 어리다고, 신입이라고 막 대해도 되는 법은 없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에 때른 직무와 책임이 있을 뿐 회사에서 고참이라고 해서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고참 노릇을 하는 것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주어진 업무가 커피 타는 일인 것과 업무가 그거라고 해서 놀러 가서까지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