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5일 월요일

플라즈마(plasma)

길지도 않은 심플한 단어다. 이게 뭔지 자세히 설명하는 건 귀찮고, 문득 오늘 점심을 먹다가 이게 생각났다. 학부 4학년때 받은 수업의 제목이었는데 말 그대로 플라즈마에 대한 내용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이 과목이 특히 기억이 남는 것은, 너무나 흥미롭게 공부했다는 것 때문이다. 흡사 추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음 페에지에 나올 미분방정식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해서, 또 그 다음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서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기 싫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공부했었다. 추리 소설과의 차이가 있다면 한페이지 넘기는데 몇시간씩 걸린 적도 있을만큼 오래 걸렸다는 것. 결국 수식 1-1을 적어놓고 책의 맨 뒤에 나오는 수식까지 줄줄 유도해 가면서 설명할 수 있을만큼 내용에 심취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렇게 나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시험에 임했는데 문제를 풀려고 보니 문제에서는 수식을 외우고 있다는 가정 하에 문제가 출제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식은땀이 주륵 흘렀는데 도저히 수식을 기억하고 있지 못했던 것. 유도 하라면 유도할 수 있는데 단순 암기는 못하고 있었다. 어떤 형태인지는 기억 나는데 세세하게는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혹시 틀릴까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수식 1-1부터 유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1번 문제를 드디어 풀고(전체는 4문제)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험 시간을 50분만 준다고 하셨다.(우리과는 전공 과목은 특별히 시간 제약이 없었다. 특히 3,4학년은.) 시간을 더 달라고 하자 시계를 한참 보시더니 5분 더 주겠다고 하셔서 그냥 답안지 내고 나왔었다. 이런 제길슨. 덕분에 4학년 학점이 안드로메다로 갈 뻔했었다. ㅡㅡ;

어쨌든 그때 익힌 지식은 대학원 전공이었던 플라즈몬(plasmon)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었지만 그 당시에는 투덜투덜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오늘 밥을 먹다 그 생각이 나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잠자기 싫을만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게 재미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분명 공부보다는 쉬운건 분명한데 말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하는 사람은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믿는 1인)

2011년 7월 13일 수요일

남 탓 하지 않기.

누구를 탓 하기는 참 쉽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못났다. 일이 잘못 되거나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을때 그 근본적인 이유는 모두 외부적인 요인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물론 정말로 외부적인 요건이 따라주질 못해서 일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비율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 경우엔 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외부적인 문제로 일이 안풀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크던 작던, 내게도 문제가 있었다. 가정이든, 회사든.

며칠전 위에서 일을 시키곤 아무런 권한 이양을 해주지 않아 오히려 일이 제대로 안되고 보고 하느라 시간 낭비가 많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회사는 임원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임원들의 업무가 너무나 많고 그래서 오히려 의사결정 권한을 아래에 나눠주고 싶어하는 임원들도 많다. 중요한 건, 내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증명해 보이는게 먼저라는 사실. 세상에 권한을 먼저 주고 그 사람을 키워가고자 하는 사람은 드물다. 효과적이지도 않고.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없다는 것 역시 우스운 변명. 업무의 중요도에 관계없이 맡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에게 한단계 더 중요한 일이 주어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나 자신에게도 매일 아침 거는 주문. 제발 남 탓을 하지 말자. 남 탓을 하면 그도 날 향해 탓을 하게되고 그 순간 협업도, 성과도, 고객도 모두 떠나버린다.

2011년 7월 8일 금요일

돈(money)

돈이 많은 건 좋은 일이다. 세상엔 많아서 나쁠게 없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좋은 벗과 마찬가지로 돈 역시 많아서 나쁠게 없는 것들 중 하나다. 아, 물론 그걸 제대로 못써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칼과 같이 잘못 사용하는 일부에 국한된 말이니 돈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돈이 많으면 좀 더 행복하게, 재미있게 살 수 있는게 현실이다. 억지로 꼭 그런거 아니고 운운하지 말고 생각해보면 사실이 그렇다. 재미있게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는 범위는 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 범위가 넓어진다고 더 즐거운 건 아닐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즐길 거리를 찾는 그 사람의 능력 탓이지 범위가 넓어지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게 아닌 이상 돈이 많기 위해선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현재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일해야 한다는, "행복하기 위해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돈이 줄어들 경우의 행복 수치는 로그 함수로 감소한다. 그게 문제다. )

두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가끔씩 '구경' 하듯 쳐다보는 내 일상을 보면서 조금 회의감이 드는 요즘이다. 내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을 달리기로 결정했을 때, 난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미처 몰랐었다.

행복을 위해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기간을 언제까지로 가져가야 하는 걸까? 분명한 건 '당장'은 아니라는 것과 '먼 훗날' 이어서도 안된다는 것. :-(

2011년 7월 7일 목요일

아내의 생일

오늘은 아내가 만으로 서른을 찍은 날. 어제 오후에 올라오신 어머니께서 잡채부터 동그랑땡까지 생일상을 봐주신다고 분주하셨던 덕분에 간만에 집에 기름 냄새가 진한 잔치집 분위기가 났다. 그 와중에 케�까지 챙겨 오셨으니 내가 멋적을 정도. 어쨌든 덕분에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는 나도 잘 얻어 먹었다.

아내에게 만으로 서른을 넘긴 소감을 묻자 남들과 어울려야 나이가 실감날텐데 늘 아이들하고만 집에 있으니 나이가 별 의미 없게 느껴진다고 했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말.

아이들이 어느정도 커서 더이상 하루종일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 다시 나이를 인식하게 되는, 밖에서 사람들하고 함께 일하는 때가 오겠지. 나이가 더 들더라도 그건 좋은 일일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살 더 나이를 먹은 오늘. 진심으로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혜성.

2011년 7월 1일 금요일

5%의 개선과 100%의 혁신

오늘 제품의 나아갈 방향과 개선점에 대한 토론을 벌이던 중 함께 일하는 대리 한명이 터무니 없게 들리는 말을 하면서 내게 그랬다.

"과장님, 때론 5%의 개선보다 100%의 혁신이 쉬울 때가 있는 법이에요. "

순간 한대 맞은 느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 말을 곱씹고 있다. 방법을 찾아보면 당장은 어렵더라도 내년엔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뒤집어 놓고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프로그램이 복잡해지면 디버깅보다 처음부터 작성하는게 더 좋은 결과를 낼 때가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