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8일 월요일

정물 110327


정물 110327

Kodak HC-110 을 테스트 중인데 아직 약품 특성 파악이 안된다. 기대했던 것 보다 중간 톤 표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입체감을 표현하는데 있어 로디날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 어쨌든 지금까지의 결과물로만 놓고 보면 합격선은 넘었다.
(현상시간이 짧은데서 일단 한점 먹고!)

2011년 3월 18일 금요일

Whare are you.....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나온 발자국이 조금씩 파도와 바람에 지워져 돌아보면 아득한 백사장만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지난 하루 하루를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기억이라는 것의 속성이 원래 시간의 순서대로 놓여 있지 않을 뿐더러 밀려왔다 되돌아 가는 파도처럼 한결같은 모습도 아니기에 그렇게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때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감정으로 성큼 다가선다. 서랍속에 넣어 둔 물건처럼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다가 뜻밖의 순간에 눈앞에 나타나 난처한 기분을 느낄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런 감정의 모습을 하고선.

하루종일 마신 커피가 과했는지 마지막으로 내린 커피는 입에서 걸려 더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입에서 넘어가지 않는 커피를 억지로 한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지나온 시간속으로 감정이 휩쓸려 버렸다. 우울함과는 다른, 굳이 표현하자면 쓸쓸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속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 미소가 지어지는 쓸쓸함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고요함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라면.

약간의 나른함과 기분좋은 노곤함이 묻어나는 발걸음.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아 기억을 보듬고 있던 감정까지. 자그마하게 틀어놓은 루시드 폴의 음악이 유난히도 어울리는 밤이다.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일본 지진

지난 며칠간 일본 지진에 대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희생자 수가 집계되기 시작하고 피해 상황이 기사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지진 관련 기사를 읽지 않고 있다. 도저히 그 기사에서 그리고 있을 참혹함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

지금의 내 삶이,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그곳에도 일상과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고 살았을 어린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도 해본적 없었을 그 아이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지를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모든 자연 재해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로 지금 거기에서 삶을 위해 투쟁하는 그네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와 같다. 그것은, 그 아무리 자연이 거대하고 나는 초라한 존재라 할지라도 그 거대함이 의미를 갖는 것은 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존재 가치와 의미를 갖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때만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기원한다. 나를 바라봐 줄, 그래서 내게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던져줄 수 있는 이웃이 한명이라도 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2011년 3월 13일 일요일

"핸드드립 커피" 그리고 "사이먼&가펑클"

아침에 출근해서 바로 그라인딩한 신선한 원두향을 맡으며 핸드드립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끓인 물이 아닌 정수기 물로 내려서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나는 운이 좋은 직장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커피를 즐기는 사람 기준으로.) 핸드 드립을 하는데 필요한 용품들을 사무실 책상에 가져다 놓고 종종 즐기고 있는데 보통은 출근해서 바로가 아니라 점심시간이나 야근할 때 한잔씩 즐기곤 한다. 모닝 커피 한잔이 아쉽긴 하지만 출근 시간대 정수기 근처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거기서 커피를 내리고 있기는 미안하기 때문. 그렇지만 오늘처럼 휴일에, 그것도 평소처럼 8시 전에 출근하면 사무실에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맛있게 내려졌다. 굉장히 흡족할 만큼. 그렇게 내려진 커피잔을 들고 브라질 원두 특유의 깔끔함과 진한 향취를 즐기고 있자니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일에 치어 살고 있는 요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바쁜 시즌이 정해져 있으니 요즘만 잘 견디면 되지 않을까?
 
어제는 퇴근길 라디오에서 "사이먼&가펑클" 특집 방송을 했다. 평소 라디오를 듣는 편이 아니어서 누가 진행하는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집까지의 20여분 동안 이들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 "Bridge over Troubled Water" 가 흘러 나왔다. 그대로 주차장에 들어서면 방송이 끊길 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잠깐 주차장 입구에 이면 주차 해두고 시동을 껐다. 모든 소리들이 차단된 어둡고 조용한 차 안에서 그들의 감미로운 미성으로 듣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사무실을 나와서도 계속 업무 생각으로 복잡했던 머리속이 마음에서부터 올라온 차분함으로 편안하게 물드는 느낌. 노래가 흘러나오는 5분여의 시간 동안 그 편안한 느낌을 더할 나위없이 만끽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이 힘든 건 큰 문제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 때문이라고. 맞는 말이다. 길을 걷던 이를 넘어지게 만드는 건 집채만한 바위가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돌뿌리다. 힘든 순간 순간을 잘 이겨내고 있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아주 작은, 그리고 사소한 문제다. 주위에선 "뭘 그런 것 갖고 그렇게 오버하냐"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넘어진 사람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발 끝에 채인 돌뿌리의 크기가 아니라 무릎에 난 큼지막한 상처다. 상처가 아닌 돌뿌리를 보면서 "별 것도 아닌걸로" 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도, 쓸모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은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지치고 힘들어 하는 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무엇으로도 한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내게는 어제 밤 주차장 입구 옆 이면도로에서 내 마음을 채우고 지나간 "사이먼&가펑클"의 음악이, 오늘 아침 평소보다 맛있게 내려진 커피 한잔이 바로 그런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무너질 만큼 힘들게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요즘의 내 마음을 편안하게 그리고 약간은 나른하게 풀어준.. 작고 사소한 것.
 
행복은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금방 손에 잡히기도 한다. 금방 손에 잡힐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손에 쉽게 쥘 수 있을만큼 작은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1년 3월 4일 금요일

기러기 날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집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내리는 순간 머리 위에서 기러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이 너무 어두워서 보일까 싶었는데 거짓말처럼 갑자기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V 자 대형을 이룬 기러기 무리가 나타났다. 놀라울 정도로 낮게 날고 있었는데 아파트 꼭대기에서 본다면 불과 십여미터 위를 날고 있을 것 같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가는 기러기 무리를 보게 되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러기 무리를 제대로 본건 5,6년 전. 물론 그때는 '수십만' 마리의 군무를 본 것이니 지금처럼 십수마리를 본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모든 감동의 근본은 의외성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머리위를 날아가는 그 몇 초 동안 난 얼어붙은 듯이 고개를 들어 그 새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보이지도 않고 울음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된지 한참이 되도록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일상은 누구나 의지와 관계없이 헛없이 흐를때가 있기 마련이고 반대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꼭 어느 한 순간, 조금은 나른하고 조금은 지루한, 그런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순간이 오면 우린, 늘 눈앞에 펼쳐져 있던 익숙한 일상의 다른 모습을 낯설어 하며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곤 한다. 감정의 한 귀퉁이에 약간의 감동을 담아서.

"꽃샘 추위가 한창이던 어느날 이른 저녁. 집 앞에서 우연히 삶에서 마주치기 힘든 의외성을 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