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8일 목요일

"이 렌즈는 남자 찍으면 터져"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여친렌즈" 라고 불리는 렌즈가 있다. 초점거리가 85mm 정도 되는 렌즈가 바로 그 렌즈이다. 사진 동호회 모임에 나가면 사람들이 우스개로 "이 렌즈로 남자 찍으면 렌즈 터진다" 고 농을 던지는 렌즈이기도 하다. 85mm 렌즈(필름 카메라에선 135mm)는 찍히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인물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인물사진에 많이 쓰이고 같은 이유에서 여자친구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장만하는 렌즈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친렌즈" 라고 불린다.(대포같이 커다란 렌즈 달고 다니면서 여성 사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지만 그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


[Pentax KX | K50.4 | Ilford delta 400 @부산 자갈치 시장]

그런데 난 인물 사진이든 뭐든 어지간하면 50mm 단렌즈로 소화하고 있다. 렌즈를 교환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만큼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의 인물사진을 찍는 것은 기꺼워 하지 않는다. 인물 사진에 재미를 붙인 이후부터는 예쁘고 곱게 찍기 보다는 인물을 바라보는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당연히 피부도 매끈하게 나오지 않고 늘씬한 팔등신 미녀처럼 보이게 찍지도 않는다. 포토샵등의 보정 툴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게 여성 사진은 찍어주고도 욕먹는 애물단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본인이 부탁하지 않는 한 인물사진은 남자만 주로 찍는다. (다행이 '여친렌즈' 가 아니어서 그런지 내 K50.4 표준렌즈는 터지지 않고 잘만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Pentax KX | K50.4 | Fomapan 100 @서울 강남]

그런데 찍다 보니 여성보다 남성 인물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피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관리를 하는 여성에 비해 여러모로 거친 모습을 지닐 수 밖에 없는게 남성인데 그 거친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졌을 때 주는 깊이가 너무 마음에 든다. 뭐랄까...나와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이면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요즘엔 꽃미남 전성시대라고도 하는데 사실 내 주위에는 꽃미남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힘들게 그날 하루를 견디는, 그러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남자들은 많다. 그러니 모델 걱정은 없다고 해야 할까.

렌즈 터진다면서 주구장창 여성 인물 사진만 찍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렌즈 안터지니까 걱정하지 말고 남성 인물 사진도 시도해 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 사진 찍는게 어렵다고 망원으로 멀리서 캔디드 컷만 날리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고싶다. 인물 사진은 멀리서 몰래 찍기 보다 그 사람에게 얼마나 인간적으로 다가가는가가 중요하다. 인간적으로 가까워 지면 한걸음 더 다가서서 대화할 수 있고 그렇게 대화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표준렌즈라 할지라도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찍은 사진이 몰래 찍은 사진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한걸음 더 피사체에 다가서라는 말이 있다.그러나 이 말은 렌즈의 줌을 이용해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걸음으로 다가서라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 한 컷의 마음에 드는 인물 사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사진기와 렌즈 혹은 사진기술이 아니라 그와 인간적으로 가까워 지는데 필요한 '시간' 이다.



2008년 8월 25일 월요일

인력거꾼과 비둘기


[Pentax KX | Reala @샌디에고]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사진으로 말하는 당신의 사랑 스타일은?

올림푸스 뮤 홈페이지에 사진과 사랑 스타일을 맞추는 웹페이지가 있다고 해서 한번 해봤다.

아래는 내 결과. 종군기자 스타일이란다.


노골적이고 대담한 사랑, 종군 사진기자 스타일

종군 사진기자와 같은, 화염불 같은 사랑. 당신은 정직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군사진작가의 사진들처럼, 당신의 사랑도 직선적이고 과격하고, 노골적이고 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과감하고 공격적입니다. 사랑을 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온 몸을 던지는 편이라 자칫하면 크게 다치거나 엄청난 망신을 당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사랑은 찾아오는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 소유해야 할 목표입니다. 마치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가 역사에 남을 사진을 위해 스페인에서 인도차이나 반도까지 모든 전쟁터를 누볐듯 말이죠. 쏟아지는 총탄과 파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간 포착하기 위해 달려드는 종군 사진기자처럼 당신은 어디든 무엇이든 목표에 정직하고 직선적으로 행동합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당신을 주목하며 당신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당신의 사진처럼 말이죠.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연희동


[Pentax KX | TMX @연희동]

연희동에서 신호등에 잠시 멈춰서 있을 때 얼른 한 컷.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한강 시민공원 난지도 캠핑장

저녁때 모임이 있어 한강 시민공원 난지 캠프장에 다녀왔다.

제법 괜찮다는 입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캠프장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었다. 시민공원에 갈 때마다 슬쩍 울타리 너머로 바라볼 때는 별 거 없어 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술과 고기를 잔뜩 가져가야 하는 팀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리어카는 정말 좋은 서비스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 공간도 널찍했고 단체를 위한 천막이나 가족단위 행락객을 위한 소형 텐트 모두 나쁘지 않았다. 한강 바로 옆이 아니어서 물을 볼 수 없었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한강변의 탁트인 공간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 인파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

마침 날씨가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기 적당하기도 했지만 숯불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기 좋게 시설이 다 되어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감자도 구워먹고, 각종 건어물도 구워 먹으면서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먼저 일어나긴 했지만 술을 적당히 마신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쯤은 노래도 부르고 있겠지? 모이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좀 있긴 했지만 워낙 유쾌한 사람들인지라 정색하지 않고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정말로 만나기 함든 사람들. :-)

굳이 분류하자면 살면서 제법 인복을 누리고 있다. 많은 사람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까이 지내게 되는 사람들중엔 정말로 진국인 사람들이 많다는 건 어디가서 자랑해도 될만한 복이 아닐까? :-D




2008년 8월 19일 화요일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

지난 8월 7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을 다녀왔다.

사진에 점차 재미를 붙이면서도 막상 사진집을 사보거나 사진전에 다녀오거나 한 적이 없어 정말 잘 찍은 사진에 대해 어떤 경험도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던 사진전이었다. 어렵사리 시간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갔었다.

그리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잘 찍은 사진' 이라는 것이 이런 걸 말하는구나 하는 감탄과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나 Gueorgui Pinkhassov 의 작품이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절제된 빛과 과도하지 않게 그린 색상. 내가 최근 시도하면서 머리속으로 그리기만 하던 이상적인 사진을 그날 눈 앞에서 봤다.



절제된 빛과 과도하지 않은 색상. 별 생각 없이 나간 미팅 자리에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여인을 만난 기분이랄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ps.
확실히 잘 찍은 사진은 모니터로 볼 게 아니라 인화물로 봐야 한다.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블로그,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시차 적응이 안되 4시부터 뒤척이다 결국 30분 정도 후에 침대에서 일어나 버렸다. 그래도 어제처럼 새벽 1시에 눈이 떠져서 괴로왔던 것 보다닌 훨씬 나은 상태다. 어차피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그렇게 일어나서 시간을 때우려 구글 리더를 실행시켰다가 지저깨비님의 언제 어떻게 블로그를 시작하셨나요? 라는 글을 읽었다.

나는 언제부터 블로그를 시작했었지?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2006년 4월 7일에 작성한 블로그 이사 라는 글이 블로그에 포스팅한 첫번째 게시물이었다.

글을 쓰는 것을 워낙 좋아했었기 때문에 훨씬 이전부터 여러가지 형태의 홈페이지를 운영 했었고 그중 마지막으로 유지했던 홈페이지는 지금의 블로그들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아마 그맘때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작은 창 안에 게시판이 바글바글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싫어서 미니홈피 운영을 극구 거부하고 있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딱이라며 줄기차게 블로그 운영을 내게 권유했던 후배의 말을 듣고 무작정 미니홈피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쳐다보지도 않았던 블로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네이버 등등을 거쳐서 여기 블로거에 정착 한 이유는 조금 웃기게도 메일을 통해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개설하고는 조금씩 예전에 작성했던 글을 이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Anecdotist 라는 블로그 이름은 내가 예전부터 내 글을 모아놓던 페이지 이름으로 쓰던 단어였는데 결국 유난히도 좋아했던 그 단어가 내 블로그 이름이 되었다.

2007년 2월 정도에 예전에 썼던 글을 블로거로 옮기는 일을 마쳤다.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마다 그랬지만 약간의 걸러내기를 통해 지워짐을 당한 글들도 있고...그렇게 글을 옮겨놓고 보니 2000년도부터 글이 남아 있었다. 1995년부터 적었던 글들이 전부 남아 있다면 참 대단한 로그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욱해서, 또 한번은 서버 사고로 게시물을 다 잃었던 일만 아니었다면.

전에는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글을 작성할 때마다 잘 정리된 웹페이지로 만들어서 링크를 일일이 걸었기 때문에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았다. 한달에 하나정도? 그러다 보니 마치 수필집 같은 성격을 보여주었었다. 그런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점차 그냥 일상을 끄적거리는, 말 그대로 신변잡기를 적어놓는 공개 일기장 같은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예전의 글과 요즘의 글을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은 그 탓일게다.

어쨌든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블로그라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서비스다. 내 글을 쓰는 것도, 남의 글을 읽는 것도 너무 즐겁다. 내가 블로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실 블로그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잘 정리된 글만 올렸던 블로그 이전 홈페이지 운영 시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문제를 블로그를 하면서 만났고 가장 큰 것은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문제를 깊이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 대해, 어떤 사안에 대해 가볍게 올린 글이 백링크와 트랙백을 타고 소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니까.

나는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한지 만 2년이 되는, 어찌보면 아장아장을 간신히 면한 블로거임에 분명하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블로깅을 즐기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내 이웃들도.

언제 시간을 내서 나도 민트님처럼 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들을 한번 정리해 볼까? 그래봐야 난 한 열군데 정도 밖에는 안되지만. :-)



2008년 8월 16일 토요일

대한민국. "아, 습하다"

오늘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을 다시 밟았다.

농담 1% 도 안보태고 난 비행기로 장거리 여행하는 것이 정말 싫다. 열시간 이상 그 좁아터진 '값싼 좌석'에 앉아 있는 것도 싫거니와 여러시간씩 줄기차게 내리 잘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나에게 통조림 신세가 되어 대양을 건너야 하는 것은 고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그래서 어쩌다 한번이 아닌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분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나야 어쩔 수 없이 가끔 나가야 하니까 그렇다 쳐도 해외 여행 자주 다니는 분들은 안힘든걸까? 난 공짜로 보내 준다고 해도 머뭇거릴 것 같은데.

어쨌든 파김치가 되어 허겁지겁 비행기를 빠져나오면서 받은 첫번째 느낌은, 덥다 가 아닌 습하다 였다. 정말 습했다. 분명 에어컨디셔너가 가동을 하고 있을 공항 청사 내부가....시원하긴 했지만 습했다. 뭐, 비가 오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겠지만.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검색해 보고는 더 습해졌다. 젠장.

아~~~~~~~~~~~~~~~! 젠! 장!

도대체 나라 꼴이 이게 뭐라냐. 미국에 있는 동안 그루지아를 조지아 라고 계속 이야기 하는 양키들 뉴스 보면서 '얘들은 남의 나라 이름도 지들 편한대로 바꾸냐 USA 를 우사 라고 하면 펄쩍 뛸거면서.' 라고 혀를 찼는데 남의 나라 이름 바뀌는거 걱정해줄 처지가 아닌 듯 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길게 말해 무엇하랴. 에휴...덥다 더워.


ps
제명씨, 제가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었던 터라 위니펙 까지는 엄두를 못내겠더군요. 대충...한국에서 LA 가는 것 만큼 이동해야 하지 않던가요?

ps2
기념품 요구? 하셨던 분들. 다음주에 필름 현상하면 괜찮은 사진 있는지 확인해보고 기념품 업로드 하겠습니다. :-)

ps3
대구 이모님. 건강하시죠? 다녀 가시면 흔적이라도 한번 남겨 주세요. 언제 한번 대구에 놀러가야 하는데...시간이 참 나질 않는군요. 날 더운데 건강 잃지 않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2008년 8월 8일 금요일

iPhone 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투자비용

애플에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위해 공개한 SDK 나 이런 것들을 보건데 어렵지 않게 내가 원하는 기능을 아이폰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국내 발매도 코앞에 닥쳤고 국내 발매가 되면 아내가 바로 구입한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에 손에 만지작 거릴 수 있는 아이폰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일.

이참에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나 한번 만들어 보자며 끄적거리려 했는데 이런. SDK 설치시 요구 조건에 OS X 10.5 버전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난감. 집에 있는 아이맥에 설치된 OSX을 버전업 하는데는 학생 할인을 받더라도 13만 5천원이 필요하다. 이런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내와 게임 디자인과 기타 등등을 커피숍에서 한참 토론까지 했는데...

애플에서 배포하는 아이폰 시뮬레이터도 있기 때문에 당장 아이폰이 없더라도 개발은 할 수 있었는데 OS 의 버전에서 걸릴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돈 들여 가면서 해볼만한 취미는 아닌듯 하여 그대로 포기. :-)

ps.
일이 있어 열흘 정도 미국에 다녀옵니다. 그 사이에 포스팅 없습니다.




2008년 8월 7일 목요일

사진 인화물

만 3년만에 사진을 인화했다.

처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봤던 때를 제외하면 이후엔 인화를 하지 않고 현상만 한 후 필름스캔을 통해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모니터로 보는게 고작이었다. 사진관에서 인화하는 비용이 제법 비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웹에 올리고 모니터로 볼 것 굳이 인화를 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료 인화권이 생긴김에 시험삼아 그간 찍은 사진들 중 컬러와 흑백 몇개를 골라 인화를 해봤다.

당혹.

컬러 필름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흑백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필름 스캐너로 스캔 된 이미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약간 조절을 한, 그리고 클럽에서 평이 제일 좋았던 사진은 인화물에선 영 이상했고 별로 기대하지 않고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인화했던 사진의 인화물은 감동이었다.

이렇게까지 느낌이 다르다면 무조건 디지털로 보관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앞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은 인화해서 앨범으로 보관해야 겠다. 가족 사진은 무조건이고. :-)



2008년 8월 6일 수요일

Pen ee-3 첫롤


[Olympus Pen ee-3 | Fuji pro400h @홍대입구]

아내가 들고 다니던 펜삼이로 찍은 사진을 어제 현상해 왔다. 암부 노이즈가 심하다는 것을 빼면 딱히 문제삼을 만한 부분이 없다. 위 사진도 비가 올 때 찍은 것 치고는 잘 나왔다. 노이즈 적은 reala 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한가지 불편한 점은, 엡손 스캐너 번들 프로그램이 반컷씩 나와 있는 필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실버패스트로 일일이 한컷씩 끊어서 잡아줘야 스캔이 가능하다는 사실. 이게 사실...조금 큰 문제다. 못할 건 없지만 그 많은 컷을 전부 수작업으로 스캔해야 하다니. 더욱이 색감이나 화질 등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찍는 컷들이 대부분일텐데. 위 사진 말고도 잘나온게 많을텐데 어제 단 세컷 스캔하고는 스캐너를 덮어서 다른 사진이 어떤지는 아직 모른다.

어쨌든 결과물에 대해선 난 제법 만족하고 있다. 뭔가 간편하게 스캔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할텐데.


2008년 8월 5일 화요일

Natura Classica

어떤 물건에 대해 욕심을 심하게 부리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몸살나게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 한달정도 전부터 편하게 들고 다니는 필름 똑딱이 카메라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은 것. 며칠전에 구입한 Olympus Pen ee-3는 아내의 전용기로 쓰일 것이라 내가 늘상 지니고 다니면서 가볍게 쓸 수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찾던 중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제품은 Contax T3 였는데 가격 알아보고는 깨끗하게, 정말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금 리스트를 뽑아놓고 뒤적거리던 중 지난달 말 하나의 모델로 마음이 고정되었다. Fuji 사에서 생산중인 Natura Classica 가 바로 그것.

경제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되는 내년으로 구입을 미루고 있는데 몸살나게 당장 지르고 싶다. 올해 이런저런 카메라 수리비로 돈이 많이 지출되지 않았다면 벌써 질렀을텐데. :-(



2008년 8월 4일 월요일

황정민 나쁜놈

내가 배우 황정민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뭔가 나쁜 행동 한것을 알아서 쓴 제목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DVD 를 한편 봤다. 제목은 '행복'. 임수정과 황정민 주연의 영화로 내가 개인적으로 괜찮게 생각하는 두 남녀 배우가 주연이어서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영화를 보다 황정민이 연기한 영수라는 남자에게 화가나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중간에 DVD 를 꺼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보지 않았다. 감정 이입도 이런 감정 이입이 없다.;;

더이상 보다간 손에 잡히는대로 화면을 향해 집어 던질 것 같았다. 그래서 꺼버리고는 계속 화가 가라앉지 않아 중얼중얼 거렸다.

영수 이 나쁜놈 같으니라구.

문제는 마음 껏 욕하면 깨끗할 것을 어찌보면 너무 순박하고 우유부단한 영수라는 인물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해 하고 있으니 마음껏 욕을 퍼부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보자니 부글부글 끓어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순박하면서 나쁜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영화 속에선 분명 존재했었고 그 모습이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황정민이 너무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날 이토록 화가나게 만든,

황정민이 나쁜놈이다.

결코, 임수정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음..그런데, 황정민이 연기했던 남자 이름은 영수인데 임수정이 연기했던 여자 이름이 뭐였지???




2008년 8월 3일 일요일

두런두런


[Pentax KX | Ilford delta 400 @일산 호수공원]

내게 이야기 하는 네 목소리가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이 즐겁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2008년 8월 2일 토요일

낡은 그리고 느린 사람들



필름 카메라를 쓰다보면 답답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필름 한 롤을 아직 다 찍지 않았는데 갑자기 ISO 수치를 바꾸고 싶다거나, 흑백과 컬러를 전환하고 싶다거나 하는 등은 대표적인 답답함이다. 하지만 필카를 어느정도 쓰다보니 이런 부분은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필름을 종류별로 갖고 다니면서 물려있는 필름을 살짝 말아서 찍은 컷수를 기록해놓고 다른 필름으로 교환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그 필름을 물려서 전에 기록해 놓은 컷 수 만큼 공셔터를 날려주면 그만. 나는 만약을 위해 한컷 정도 더 날려주기 때문에 약간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보통 ISO 를 바꾸거나 흑백/컬러 변환을 하고 싶은 상황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필름은 롤단위로 움직인다' 는 법칙. 구매도, 필름은 현상도 모두 롤 단위로 움직인다. 필요한 것이 한 컷 이라도 한롤을 구매해야 하며, 한 컷만 찍었더라도 현상하기 위해선 한롤을 다 현상해야 한다. 구입에선 사실 별로 문제될 것이 없으나 현상할 때는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여행을 가서 스무컷을 찍었다면 필름은 아직 16컷을 더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을 당장 보고 싶은데 16컷을 또 언제 찍을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찍거나 그냥 필름을 빼서 스무컷만을 현상하기엔 돈이 아깝다. 필름 가격도 가격이지만 현상료도 무조건 한롤 단위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돈을 버리는 경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시간. 필름은 현상과 인화(디지털 인화 혹은 아나로그 인화)를 거쳐야만 사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똑딱이로 사진을 시작한 내게는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참 힘들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다음날이 되서 사진관에 갈 때까지, 혹은 여유가 안되 주말에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난감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두가지 경우가 필름을 쓰면서 내가 겪은 가장 곤란한 경우였다. 그런데 쓰면서 점차 이 상황에 적응하는 나를, 그러면서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변화를 한단어로 요약하면 '느려졌다' 는 것.

필름 한롤을 다 찍지 못했다면 어떻게든 빨리 찍어 버리거나 포기하고 현상하려 들지 않고 나머지를 찍을 기회가 올 때까지 그냥 카메라에 물려둔다. 급히 빼낸 필름을 들고 현상소로 정신없이 달려가기 보다 현상에 들이는 수고를 덜기 위해 다 찍은 필름 몇롤이 모일 때까지 냉장고에 보관해둔다.(필름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오늘 찍은 사진은 오늘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다 찍고 현상도 다 마쳤을 때 한다. 그러면서 점차 사진을 당장 확인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비단 나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것이 필름이 우리에게 주는, 아니 강요하는 하나의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죽기 살기로 서둘러야 한단 말인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일에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여유있게 기다릴 필요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일까? 같은 펜탁스 카메라 사용자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필름 유저들이 많은 펜탁스 클럽과 디지털 유저들이 많은 펜탁스 포럼 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디지털 유저가 많은 펜탁스 포럼이 조금 더 붐비고 빠르다. 더군다나 기종 불문 디지털 사진가들을 위한다는 SLR클럽 과는 똑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클럽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비교하는 것 조차 난감하다. 어느쪽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갤러리에 올라오는 회원들의 사진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듯 하다. 나는 펜탁스 클럽의 느린 분위기가 좋고 사진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그 사람들의 여유가 좋다.

필름을 즐기는 사람들은 조금 낡았다. 그리고 딱 그만큼 느리다. 내가 필름 카메라 유저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사진출처 : Slowly Real Eyes <http://junni.wordpress.com/2008/01/25/korean-film-festival-guide-2008/>]




2008년 8월 1일 금요일

올림푸스 PEN EE-3 영입하다























성능좋은 카메라는 좋다. 하지만 무겁고 큰 고성능 카메라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은 부담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쉽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가 더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멋지고 잘 찍은 사진보다 소소한 일상을 필름에 담는 것을 즐기는 아내는 그 절실함이 나보다 더했으리라. 그래서 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토이 카메라나 똑딱이 필카를 보면 갖고 싶어 했다.

오늘 드디어 올림푸스 pen ee-3 를 입양하는데 성공했다. 하프 카메라의 대표격인 이 카메라는 독특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인해 아내가 눈독을 들이던 카메라였다. 선물 들어 있으니 필름 가방 열어보라는 내 말에 서둘러서 필름 가방을 열었던 아내는 잠시 눈만 껌뻑 거리고 카메라를 쳐다보더니 이내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그래...내가 그 심정 알지. :-)

그나저나 집에 적당한 iso 400 짜리 필름이 없어 Fuji pro 400h 를 넣었는데 72방이나 되는 걸 언제 다 찍을지 의문이긴 하다. 항간에 떠돌듯이 현상했더니 4계절이 담겨 있더라 는 상황이 되는 건 아니겠지. :-D

덧글.
후배가 똑딱이를 왜 필카로 사냐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설명하기 조금 어렵다. 손바닥보다 작은 똑딱이 디카들이 훨씬 편한건 알지만 누가 뭐래도 그냥 필름이 좋은걸 뭐라고 설명 하겠는가. 그냥, 낡은 필름 카메라가 좋고 또 무엇보다 필름의 감성이 좋다. 나도 그리고 아내도. :-)


[사진출처 : 북극개집 http://dtoh.egloos.com/150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