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금성, 샛별, 개밥바라기별 그리고 생각의 배설

이틀전 금요일.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 당일 배송을 가장 큰 광고 문구로 삼는 곳이었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거치면서 본의 아니게 배송일을 거짓말 한게 되어 버렸다. 책을 주문하던 날 아침, 분명 홈페이지에는 ‘지금 주문하면 금일 배송됩니다’ 라고 적혀 있었고 주문 후 메일인가 휴대전화 문자로 온 배송 예정일 통보 역시 그날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저녁을 책을 손에 쥐고 보내려 했던 내 계획은 틀어져 버렸고 너무 늦게 계획을 세웠던 터라 별다른 대책도 없이, 결국 별볼일 없는 TV 프로그램 사이를 리모컨으로 옮겨다니며 보내야 했다. 징검다리 휴일이라며 많은 회사에서 연말까지 긴 연휴를 준 지난 금요일에야 책이 도착했고 연말 회식에 친구들끼리 갖는 송년회까지 겹쳐 책은 차 뒷자석에서 그렇게 이틀을 더 나와 대면하지 못하고 놓여 있었다.

일종의 충동 구매라 할 수 있는 마우스 클릭질로 샀던 그 책의 제목은 ‘개밥바라기 별’ 이었다. 사람이 지적 동물임을 증명하는 수단 중 하나인 ‘체계화 된 언어를 통한 느낌의 구체화’ 라는 것이 얼마나 별볼일 없는 것인지 그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는 순간 다시한번 깨달았다. 금성(金星) 이라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한자어에 비해 개밥바라기별 이라는 순 우리말은 얼마나 색다른 느낌을 주는가. 그것이 순 우리말이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책의 제목을 금성 혹은 샛별 이라고 지었으면 어땠을까. 아니, 아예 이 시대가 앓고 있는 영어 상사병에 부합되게 venus 라고 붙였다면 어땠을까. 동일한 사물을 지칭하는 많은 어휘가 있고 이중 평소 들어보지 못한 어휘가 사람들의 주목을 조금 더 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개밥바라기별 이라는 제목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물론 아직 소설을 반의 반도 채 읽지 않은 입장에서 그 제목의 적절성을 논하는 것만큼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그랬다. 만일 내가 개밥바라기별이 무엇인지 몰랐다면 다른 반응을 보였을까.

시덥잖은 소리....지쳐있는가 보다.

가루녹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간이 녹차를 한잔 앞에 놓아두고 책을 손에 넣은지 날수로 사흘째 되는 날 저녁인 오늘에서야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하드 커버를 싸고 있는 매끈한 종이로 된 얇은 겉장을 벗겨내 버렸다. 어떤 사물이든 그것을 덕지덕지 감싸는 것들의 존재를 싫어하는 건 아마 수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리라. 난 책 표지를 보호한다고 매끈한 종이로 한겹 싸 놓거나 홍보용 종이를 접어서 다시 한번 그 위에 둘러싸 놓는 것이 너무 싫다.(그런 것들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책 만드는 일을 하시는 다희님한테 물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텐데.) 어쨌든 그렇게 책의 옷들을 벗겨버리고 한시간 정도 읽다가 책을 소리나게 덮어 버렸다. 왜 그리 집중이 안되던지. 책을 읽는 내내 자꾸 엉뚱한 상상이 머리속을 파고들어 내 의식을 책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인도하려 했다. 손가락으로 문장을 짚어가며 집중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더이상 책을 잡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엉뚱한 상상이라고 적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내 모든 의식은 자꾸 컴퓨터 키보드를 향하고 있었다. 음악을 작게 틀어두고 모처럼 여유있고 조용한 휴일 저녁을 보내고 있던 내게 필요한 것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었다.

장담하지만 ‘어떤 글’ 이냐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혹 혼자 끄적여 놓곤 하는 단편 소설이어도 좋았을 것이고 가장 즐기는 수필이어도 혹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엔 거의 쓰지 않던 시였어도 좋았을 것이다. 아마 내 머리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자로 구체화 시켜 쏟아내지 않고 너무 오래 담아 두었기 때문에 그처럼 머리속이 뒤죽박죽이었을 것이다. 어떤 글을 써야 겠다는 구체화도 없이 일단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자 마자 이처럼 손쉽게 문장이 쓰이는 것을 보면 그동안 잘도 참아 왔구나 싶다. 하지만 어떤 강제적인 제지가 있어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블로그에 자주 글을 쓰긴 했다. 길지 않은, 짧은 시간에 쓸 수 있는 글들을. 하지만 그런 글을 통해서는 해소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런 부분의 해소가 필요했지만 평소에 문서 작성기를 켜놓고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자면 내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에 의한 압박감(이런 글 쓰는 시간에 논문을 한편 더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때문에 섣불리 첫글자를 입력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 저녁 드디어 잔을 넘은 것이다. 봐야 하는 논문 여러편이 키보드 바로 옆에 쌓여 있고, 보려고 마음 먹었던 책도 놓여있지만 임계점을 넘은 참을성은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 마음 편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아마, 다 쓰고 난 이 글은 쓰레기일 것이다. 어떤 목적도, 주제도 없이 그저 욕망을 배설한 배설물에 불과할테니.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래서 배설 후의 쾌감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아마 어처구니 없다고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배설의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에서.

지난 몇년간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졌고 올 봄부터는 특히 재미를 붙여 제법 많은 사진을 찍으며 지냈지만 분명 내 가장 큰 취미는 글쓰기일 것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 두 취미를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은 없고 그저 내 자신의 내면에 쌓여 있는 부스러기들을 치우는 수단으로 사진보다 글쓰기를 꼽고 싶다. 정확히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겨울부터 시작된 취미였으니 제법 오래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게 ‘업’ 이 아니라 ‘취미’ 라는 사실이 더없이 감사하다. 그처럼 오랜 세월 해왔으면서도 늘지 않는 어휘력과 문장력이라니.

어처구니 없게도 손이 아파온다. 키보드 때문이다. 집에서 쓰는 아이맥을 구입할 때 같이 온 맥용 키보드는 키감이 너무 뻑뻑해서 키를 입력할 때 평소보다 손과 손가락에 힘을 많이 줘야 한다. 그래서 일정시간 타이핑을 쉬지 않고 하면 손가락과 손에 무리가 온다. 답답한 것은 그 ‘일정시간’ 이 생각보다 짧다는 것이다. 아마 여기서 더이상 키보드를 두드리면 짜증이 나기 시작하겠지. 내년엔 꼭 키보드를 새로 구입하리라.

마침 공교롭게도 스피커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음악을 듣는다는 핑계로 이쯤에서 배설을 멈추고 변기의 물을 내려야 겠다. 12월 29일 밤 10시 23분.

2008년이 끝나간다.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아이맥 재설치 완료

지난 일요일부터 집에서 쓰고 있는 구형 PPC 아이맥 재설치를 진행했다. 뭐가 설치되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난장판이었던 시스템을 일일이 확인해보고 정리 하는 작업을 하는 것 보다 깔끔하게 밀어버리고 쓸 프로그램만 설치해 두자는 마음에 시작한 작업이었다.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백업 문제와 크리스마스 연휴를 거치면서 어제 저녁에야 마무리 되었다. 액정이 나가서 더이상 음악 플레이어로써 기능을 할 수 없게된 아이팟 5세대는 사진 보관용 외장 하드 디스크로 그 역할을 변경했다.

설치된 OS 가 맥OS 10.3.9 였기 때문에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 아이튠즈, 퀵타임 등 애플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Firefox 나 mplayer 등 자유소프트웨어들도 최신 버전은 설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일이 10.3.9 버전도 지원하는 구버전 소프트웨어를 찾아서 설치해 줘야 한다. 몇번이나 이걸 팔아버리고 인텔칩을 쓰는 아이맥을 중고로 구입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잘 참고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설치해 놓은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아직까지 mplayer 가 자막을 보여주는데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하드 디스크 용량도 전보다 많이 확보해 두었고 음악 듣고, 필름 스캔하고, 웹서핑 하는 정도의 작업을 위한 컴퓨터로는 이제 특별히 손 볼 곳이 없다. 다만 다운로드 받은 구형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잘 보관해 뒀다. 상용 프로그램의 불법 복제가 아닌 애플에서 제공해주는 소프트웨어나 기타 다른 자유소프트웨어들이기 때문에 다음번 재설치때도 프로그램을 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게 너무 귀찮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글 만세다. 예전 같으면 오피스 프로그램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을텐데 구글 오피스 덕분에 그러한 아쉬움이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앞으로 몇년이나 더 쓸지 모르겠지만 웹페이지가 너무 무거워져서 웹페이지 로딩하는 걸로 시스템이 헉헉거리지 않는 한 컴퓨터를 교체할 일은 없을 것 같다. :-D



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모든 기억들


[Pentax KX | K50.4 + Red Orange 041 | 400TX | V700]
@서울 효창동, 카페 마다가스카르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고, 작년 오늘과 지금은 다른 순간이다. 연관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다른 두 날을, 작년의 오늘과 지금 이 순간을 연관짓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의 기억은 과거로, 과거로 뒷걸음질 친다. 어쩔 수 없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현재' 는 이미 우리 등 뒤의 잊혀진 존재일 뿐.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등지고 과거를 맞이하러 종종걸음 친다. 서둘러 내딛는 그 걸음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미처 예상해보지도 못한 채.

12월 24일.

먼 옛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렸던 날이고 지금 이순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현재이자, 가장 멀리까지 과거를 돌아보는 날이다. 오랜시간 쓰지 않아 뻑뻑해진 낡은 타자기처럼 손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 타이핑 해야 할 만큼 오래전 기억이라 할지라도, 너무 힘들어서 절반도 채 타이핑 못하고 포기하게 되더라도 기억의 첫글자가 가져오는 상념의 양은 이미 충분함을 넘어서게 마련이다.

기억속에, 상념속에 묻혀 허우적 거리던 시절은 분명 지났지만 아직도 지척에서 넘실대는 그 흔적들은 손쉽게 걷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신발이 젖지 않게 그저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으며 사는 수 밖에.

그렇다 해도 역시 언젠가는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것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모자를 눌러쓴 채 죽기살기로 외면할 필요는 없다. 타자기의 마침표를 힘주어 누르고도 여유가 된다면 이렇게 한마디 건네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모든 기억들."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가방 구입


평소 카메라를 넣어 다닐만한 가방이 없어서 불편했었다. 아버지께서 쓰시던 걸 물려받은 카메라 가방은 있지만 그 가방은 카메라와 렌즈 여러개를 집어넣어 작정하고 사진 찍으러 갈때나 쓰기 좋은 큼지막하고 묵직한 녀석이어서 평상시 메고 다니기엔 불편했다.(평상시에는 단렌즈 하나 물린 카메라만 달랑 들고 다닐 뿐)

오늘도 출근하는데 카메라를 들고 가기가 조금 애매해서 그냥 카메라만 메고 나왔더니 아내가 카메라 안넣어 갈거냐고 했다. 뭐...넣을만한 가방이 없으니 별 수 없었다.

오늘 평소 갖고 다니는 카메라를 어찌할 것인지 생각하다 가방을 찾아보자고 쇼핑몰을 뒤적거리다 마음에 드는 아주 저렴한 카메라 가방을 발견했다. 렌즈 물린 카메라 하나 넣고 몇가지 개인 소지품을 넣기에 적당한 크기의 가방이었다. 구글톡으로 아내에게 허락 받은 후 바로 주문!

이제 가방이 도착하기만 기다리면 된다. 신난다. :-D

UPDATE 2008.12.24. 2:50 pm
가방 도착! 인터넷으로 주문한거라 조금 불안했는데 딱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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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필름나라



2008년 12월 22일 월요일

내 통화 스타일

휴대폰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변경하기 위해 이용중인 통신사의 멤버쉽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했다. 변경을 마치고 통화 스타일을 분석해주는 링크가 보이길래 분석해 봤다.

-. 음성 통화량



3개월 평균 117분인데 11월 통화시간도 118분이다. 굉장히 균일하게 통화를 한다. 사실 전화를 쓰는 용도가 정해져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다.


-. 시간대별 통화량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 같은데 퇴근시간인 밤 9시로 다가가면서 통화량이 급증하는 특징을 보인다. 당연한 거겠지?

-. 요일별 통화량


화요일과 수요일에 통화량이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던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이때 통화량이 늘어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월요일. 이번주부터 정말로 내가 화요일과 수요일에 전화를 많이 쓰는지 한번 체크해 봐야겠다.

-. 통화 집중도(전화번호가 나와서 텍스트로)


아내 : 45.6%
어머니 : 23.2%
친구A : 4.0%
친구B : 3.7%

사실 음성통화 사용량이 늘 일정한 이유가 통화 집중도에 잘 나온다. 전화를 쓰는 용도가 사실상 아내와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특히 퇴근시간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혼자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매일 퇴근할때마다 빠지지 않고(휴일에도 그 시간이면 꼬박꼬박) 전화를 드리기 때문인 것도 한 몫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저렇게까지 편중되어 있으면 전화를 해지하고 차라리 무전기를 하나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휴대전화를 아예 없애기는 조금 곤란한 면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조금 당황했던 것은 처가에 전화를 자주 드린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집계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밖에 전화를 안했다는 점이다. 음...반성할 일이다. 눈이 많이 왔다고 뉴스에서 요란하던데 당장 오늘 전화를 드려야 겠다.

어쨌든 오늘 통화 패턴에 맞게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변경했으니 다음달부터는 요금이 좀 더 줄어들겠지.




2008년 12월 21일 일요일

아이맥 재설치

집에서 사용중인 아이맥을 깨끗하게 재설치 하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 사진 스캔&편집 용도로만 쓰고 있는데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이 설치되어 있는 듯 한데다(처음 매킨토시 써보는 거라 신기해서 별 짓을 다했었으니까;;;) 시스템에도 뭔가 오류가 나서 디스크 검사를 하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참에 깨끗하게 밀고 OS와 iLife, 사진 스캔&편집용 프로그램, 동영상 재생용 프로그램들만 남겨두려 한다.

일단 iTunes와 iPhoto 를 백업하는 중인데...구형 시스템이라 DVD RW 가 달려있지 않아 시간이 영 오래 걸린다. 오늘 오후부터 시작 했으니 사진과 음악 백업하고 나머지 파일들 백업하고나서 재설치까지 끝내려면 아무래도 오늘 자기 전까지 마치는 건 불가능할 듯.(저녁땐 영화도 보러 나가야 하니까...)

어쨌든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백업이 끝났으면 좋겠다. ^^

UPDATE 2008.12.21. 05:18 pm
넉넉한 줄 알았던 공CD 가 부족. 공CD 박스에 십수장이 있어서 넉넉하겠다 생각하고 백업을 시작했는데 아래쪽 절반은 아내가 이미 백업용으로 사용한 CD들이었다. 다 쓴걸 아래에 넣어두면 이런 오해가 발생한다. ㅡㅜ 나머지 백업은 내일로 딜레이...ㅡ_ㅡ;;




2008년 12월 20일 토요일

호반의 아침


[Pentax ME | M50.4 + Yellow filter | TX400 | V700]
@충주 청풍호반


지난달 학회 출장때 아침일찍 빠져 나가 청풍호수에서 찍은 사진. 지난 한달간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찍어놓은 사진 현상도 못하고 있었으니.

이 사진을 찍던 순간의 고요함을 되찾고 싶다.



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이제 1년...

어제 퇴근하던 차에서 아내가 문득 한마디를 했다.

"이제 겨우 1년 지났네.."

오해할 수 없는 한마디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딱 1년이 지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한숨을 작게 내쉬고 대꾸했다.

"그러게요. 정말 이제야 겨우 1년 지났네요.."

세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늘 행복하고 더할나위 없이 사이 좋은 우리 부부에게 한숨을 내쉬게 만든 그 인물은 그 시각에도 변함없이 세종로 1번지에 자리잡고 있었겠지. 4년...남았다. 에휴...



2008년 12월 12일 금요일

2009년 K리그 개막을 기다리며



1주일이 지난 소식이긴 하지만...수원 빅버드에서 열린 2008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 에서 수원이 서울을 2:1 로 이기면서 당당히 챔피언 트로피를 가져갔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 수원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빅버드를 가득 채우고 '우리는 아시아의 챔피언' 을 부르며 우승의 순간을 기다려온 수원 팬들에게 K리그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이영도씨의 소설에 나오는 '마법의 가을'이 끝나는 순간처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수원 선수들의 머리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니, 소설에서의 의미대로라면 서울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2008년은 유난히도 대전이 부진했기에 시즌 내내 마음이 묵직했던 한해였다. 우승을 바라지는 않지만 끈기와 투지 넘치는, 끈끈한 대전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듯 해서 간혹 화가 나기도 했었다. 젊은 신인들로 팀을 재구성 하려는 노력이 2009년에는 빛을 볼 수 있을까.

올해는 대전도, 나도 부진했었다. 기운을 내자. 2009년엔 어깨에 힘주고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사진출처 : 다음 스포츠 게시판



2008년 12월 10일 수요일

태백산맥 두번째 완독

지극히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쓰여졌다는 주장과 좌편향 된 관점으로 쓰여졌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태백산맥' 을 두번째로 완독했다. 읽기 시작한 날로부터 따져보니 10권까지 모두 읽는데 한달 남짓 걸렸다.

고등학생 때 대입이 결정되고 나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손에 잡았던 장편 소설 중 하나였는데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벌이는 행태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자신의 부당한 이득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좌익 빨갱이로 몰아 죽여버리는 소설속 인물들의 모습이 현정권 아래서 날뛰는 수구 기득권들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게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면 그날로 '좌빨' 이 되어 버리는, 그리고 누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빨갱이' 라고 외치면 앞뒤 사정 따져보지 않고 바로 쳐죽일 놈으로 생각해 버리는 정서까지. 수십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빨갱이' 전법이 통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다시 읽기 시작한 태백산맥은 지난 한달 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순수한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했으며 순수한 시장경제체제도 대공황을 기점으로 실패한 체제로 전락했다. 온전한 사회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도 찾아볼 수 없고 마찬가지로 처음 주창된 대로의 자유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도 없다. 특히 북한은 그저 '세습 독제 국가'일 뿐이지 더이상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이라고 자칭할 자격을 상실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시 그저 '친일 세력이 주도해 만든 전체주의 국가' 일 뿐이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칭할 자격이 없다.

문제는 이정도 의견만 밝혀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좌익 빨갱이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전국적으로 유행한 '반공 웅변대회', '이승복 어린이 기념 웅변대회' 입상자 출신인 나까지도 말이다. "이 연사~! 두 주먹 불끈 쥐고~!"^^ )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 정권때 '이익을 위해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시도를 한 반국가집단' 이라는 죄목으로 친일 수구 언론과 정치 세력들을 '국가 보안법' 으로 모조리 잡아넣어 처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동안 그들이 해온 행위와 비교해 보면 너무 억지는 아닐 것 같은데.

민족주의도 질색하는 내게 솔직히 태백산맥은 공감하기 어려운 소설 중 하나다. 하지만 친일 수구 세력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기득권이 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목적으로는 더없이 유용한 교과서가 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2008년 12월 9일 화요일

첫번째 2008년 크리스마스 선물

캐나다에 사는 제명씨에게서 우편이 도착했다.

크리스마스&새해 인사가 적혀있는 엽서와, 캐나다 여행 관련 잡지, 2009년 달력 등이 포함된 푸짐한 선물 꾸러미였다. 올해는 아직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우편을 받은 적이 없으니 2008년에 받는 첫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제명씨, 땡큐~! :-)




2008년 12월 8일 월요일

욕심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요즘, 참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 욕심을 조금 부려봤다. 요즘 같은 시기에 어쩌면 욕심을 '조금' 부린게 아니라 '과하게' 부린 것일 수도 있다.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욕심을 부려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찾아온 기회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고, 앞으로 만나게 될 기회중 하나일 수도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게 세상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은 뜻대로 되지 않을까? 초조함에 쫓겨 성급하게 판단 내리지 말자.

그 한번을 기다려 보자.



2008년 12월 5일 금요일

...그리고

속상하다.

...

그리고 화가 난다.



2008년 12월 4일 목요일

평등을 이루는 방법

인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평등을 이루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누군가가 혜택을 받는 만큼 같은 자격을 가진 다른 쪽도 혜택을 받는 것이다. 두번째는 누군가 불이익을 보고 있는 만큼 다른쪽도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두가지 모두 양자의 평등한 입장을 만들어 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은 정 반대이다. 첫번째 방법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요구받는 쪽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런데 두번째는 그러한 당당한 요구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힘든지 너도 한번 겪어봐라' 와 같은 억하심정으로 놓는 어깃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연히 요구받는 쪽에서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요즘 계속 논란이 되는 군 가산점 문제만 해도 "남자만 군대에서 뺑이칠 수 없다. 여자도 군대 가서 고생 좀 해봐라" 와 같은 주장을 하는 남성보다 "남자가 병역 의무를 이행해서 받는 혜택을 병역 의무가 없는 여자도 받고자 하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라고 고민하는 여성이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제안된 '사회복무제' 와 같은 것도 충분이 논의해 볼만한 대안중 하나일 것이다.(하지만 난 '강제적' 사회복무제는 절대로 반대한다.)

내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혜택을 나도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지, 상대방의 혜택을 박탈하는 것은 잘못된 해법이다. 설사 박탈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결국 갈등의 증폭을 가져올 뿐이다. 군 가산점 제도 문제처럼.




컴퓨터 소음

컴퓨터를 쓰다 보면 발생하는 소음 중 가장 듣기 싫은 것은 CPU, 그래픽 카드, 케이스 등에 달린 팬의 소음이다. 컴퓨터에 달린 팬은 냉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달아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능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저가 제품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저가 제품의 경우 쉽게 고장이 나서 곧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소음이 정말로 사람의 신경을 긁는다.

조립PC 가 아닌 브랜드PC 의 경우 컴퓨터의 정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내구성이 뛰어난 팬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가 덜 발생한다. 집에서 쓰고 있는 매킨토시만 해도 팬이 아주 고속으로 돌게 될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소음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난 누군가의 부탁으로 조립PC 를 꾸미게 될 경우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케이스부터 시작해 부착되는 모든 팬은 내구성 좋은 제품으로 쓴다. 그게 나중에 내가 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겼다. 연구실에서 내가 사무용으로 쓰고 있는 PC는 단체로 구입한 사무용 컴퓨터인데 이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 냉각팬이 드르륵 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차라리 케이스 팬이나 CPU 팬이 고장난거라면 교체하기나 쉽지. 구내 컴퓨터 매장에 알아보니 그래픽 카드용 소형 팬은 자신들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거다. 천상 용산에 나갔다 와야 할 판이다.

어지간하면 참고 써 보겠는데, 나 혼자 참아서 될 일이 아니고 책상을 대고 있는 근처 동료들까지도 엄한 방해를 받고 있는 입장이니 당장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필이면 오늘 비가 오고 있다. ㅡㅜ

UPDATE 2008.12.04. 12:05 PM
컴퓨터 케이스를 열어서 그래픽 카드 쿨링팬을 뜯어내 버렸다. 방열판에 팬을 고정시키는 소형 나사 세개중 하나가 잘못 들어가 있어서 말 그대로 잡아 뜯어 버렸다. 굳이 팬이 없어도 잘 버티지 않을까? 내가 이 컴퓨터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못 버텨서 칩이 타버리면 그때 그래픽 카드를 새로 교체해 버려야지. 설마 졸업할 때 까지는 버티겠지...??? ㅡ_ㅡ;;




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시간싸움

코흘리개 시절부터 수영장에 끌려 다녔던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된지 오래다. 피곤하거나 한 경우가 아니라면 5시 30분 알람에 정신을 차리는 편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찍 얼어나는 만큼 일찍 자야 하기도 하다. 11시면 벌써 의식이 혼미해 지기 시작한다. 농경시대에 어울리는 성향이다.

아내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향을 그대로 갖고 있다. 늦게 퇴근하고, 늦게 저녁을 먹고, 늦게 잠든다. 그만큼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저혈압이라 이른 아침 움직이는 걸 힘들어 하는 탓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아내는 한참 꿈나라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는 나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내와 졸려서 제정신 못차리는 나 사이에 투닥거림이 생기고, 아침에는 먼저 일어난 나와 조금이라도 더 이불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내 사이에 투닥거림이 생긴다.

오늘은 토요일.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눈을 뜨고 있다 일어나보니 아내가 이불을 걷어찬 채로 자고 있었다. 몸을 토닥여 주고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자 아내가 살짝 깼는지 손을 벌려 안아달라는 표시를 했다. 몸을 굽혀 볼에 뽀뽀를 해주고 침대에서 나오려 하니 어디 가냐고 한다. 화장실에 간다고 했더니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가냐며 변태란다. 그래서 내가 아까 일어나서 잠 깨 있었다며 항변했더니 잠시 침묵하다 다시 한번 변태라고 한다. 결혼한지 4년이 지났지만 잠들기 전과, 일어난 직후의 이 실랑이는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ㅎㅎ

그나저나...나야 놀토지만 출근해야 하는 아내는 이제 깨워야 할텐데. 아내를 불렀더니 침대 밑에서 초롱이만 기어나와 기지개를 켜고는 내게 달려온다. 어이구 ㅋ





2008년 11월 24일 월요일

Scenes

Scene #1

대관령을 넘다 차가 멈춰 버렸다. 미션에 문제가 생긴 듯 엔진소리만 우렁차지 힘이 차에 전달되지 않아 차를 몰고 갈 수 없었다. 비상등을 켜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견인할 차량을 요청했다. 아내와 차 안에서 견인 차량을 기다리며 30분간 본의 아니게 대관령을 넘는 차들을 구경하게 됐다. 평소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면 늘 오전에 움직여서 차가 거의 없었는데 확실히 오후가 되니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대관령을 넘고 있었다.


Scene #2


강릉의 대우정비사업소 까지 차를 견인한 후 수리를 의뢰해 놓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올라오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휴일이어서 차 수리가 안되는 탓에 천상 강릉에 차를 두고 다음주나 그 다음주 주말에 강릉에 한번 더 가서 차를 찾아올 수 밖에 없게 됐다. 어차피 강릉에 한번 더 내려가야 했으니 상관은 없지만 덕분에 이번주와 길면 다음주까지 차 없이 지내게 됐다. 횡계에 있는 애니카 서비스 센터와 강릉 대우정비사업소를 거치면서 입을 벌리고 정비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봤다. 문득 새끼 펭귄들이 생각났다. 지나친 연상 작용인가.

Scene #3

강릉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에 올라타고 버스 안을 둘러보는데 모두가 젊은 사람들이었다. 한보따리씩 무언가를 들고 짐칸에 그것들을 싣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버스 창 밖을 바라보니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버스를 둘러싸고는 버스 안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 밖의 어르신들과, 버스 안의 젊은이들. 짐칸에 싣느라 낑낑거리는 저 검은색 비닐로 쌓여 있는 큼지막한 사각형 물건이 김치통일 것이라는 확신이 갑자기 들었다.

Scene #4

화정 터미널에 도착해서 짐을 들고 건물을 빠져 나오면서 흘깃 둘러본 터미널 대합실에서 오도카니 대합실 의자에 앉아 옆에는 여행용 슈트 케이스를 세워놓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자를 봤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에선가 도착해 자신을 마중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TV 화면의 불빛이 그 여자의 얼굴에 비춰져 어딘지 모르게 창백해 보였다. 그 여자의 기다림이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마중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기를 스쳐가는 수초의 시간동안 바래 보았다. 떠나기 위한 기다림은 너무 슬프다.



2008년 11월 20일 목요일

적과의 동침

2009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 가 끝났다. 총 127명의 선수가 팀을 만났고 어느 팀은 대규모로, 어느팀은 최소 인원만 선발하며 팀간 운용 인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강원FC 가 과연 어떤 선수를 지명할 것인가였다. 이미 우선지명권을 행사해서 미포조선의 N리그 우승 주역 4인방을 데려간 강원FC 최순호 감독이 추가적으로 어떻게 선수를 구성할 것인가가 관심이었는데 예상대로 수비수를 1지명 하면서 팀 전력 구성을 마무리 하는 수순을 보여 주었다.

대전의 이번 드래프트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팀 리빌딩을 위해 팀내 잘나가는 선수들의 상당수를 타 팀에 이적시켜야 했던 대전이기에(시민 구단의 슬픔...ㅡㅜ) 이번 드래프트에선 그 빈자리를 메울 선수들을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

우선 일본에서 뛰다 돌아온 박정혜 선수를 지명하는데 성공했다. 김형일 선수의 빈자리를 메울만한 대형 수비수의 영입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실 올시즌 대전의 수비 라인은 안습이었다. ㅡㅜ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운 선수는 두번째로 지명한 김성준 선수다. 17세 대표팀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홍익대 재학중에 학업을 중단하고 프로 진출을 위해 드래프트에 참가했는데 중앙부터 측면까지 미드필더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보물이다. 고종수(내년 시즌에도 대전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권집 - 김성준 으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은 약간만 다듬으면 리그 최고 수준의 끈끈한 패싱게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약간은 노쇠한 대전의 허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든다. 번외 지명까지 합치면 대전은 12명이나 뽑았다.(그래! 많이 뽑아서 잘 키운 다음에 비싸게 파는거야!)

대전은 예상대로 공격수보다는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보강하는데 중점을 뒀다. 자금력이 부족한 시민구단인 만큼 국내 선수로 안정된 허리와 수비라인을 구축해 놓은 후 공격수로 용병을 영입하는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므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14명의 우선지명을 강원FC 에게 부여한 연맹의 처사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다. 우선 지명권이 너무 많다. 혜택을 줘야 할 신생팀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ㅡ_ㅡ;;; 강릉 출신이고 축구 광인 탓에 강원FC 창단을 누구보다 반겼던 아내는 14명이나 지명권을 받았다는 소식에 나한테 메신져로 자랑할 만큼 좋아했지만 솔직히 내 속은 쓰리다. 좋은 선수를 너무 싹쓸이 해갔다. 최순호 감독.....이 여우 같으니라구;;

처가가 강릉인 입장에서 강릉의 축구 열기를 잘 알기에 강원FC 의 창단 소식을 반겼지만 드래프트까지 모두 마친 지금에 와선 이제 이겨야 할 13팀의 적들 중 하나일 뿐이다. 아내는 당연히 강원FC 주주가 되고 싶어 했지만 다음 시즌 까지는 어림도 없는 소리. FC대전 시민주 사려고 할 때 못사게 했으니 나도 복수다. ㅡㅡ+

특별히 응원하는 구단이 없어 심심해 했던 아내에게 목에 핏대 세워가며 응원할 팀이 생겼으니 이제 2009 시즌은 우리 부부에게 적과의 동침이 되리라 예상한다. 음...축구 응원할 때 아내는 좀 무서운데. ㅡㅡ;;;

ps
그런데 건대 정정현 선수가 지명을 받지 못한 것은 정말로 뜻밖이다. 번외 지명으로라도 반드시 지명될 선수라고 생각 했었는데. 선수에게 문제가 있는건지...아니면 각 팀의 공격라인이 그 정도로 포화 상태인건지. 100미터를 10초대에 주파하는 준족 공격수는 정말 보기 드문 자원인데 지명이 안되다니 이해가 안된다. 다음은 각 팀별 선발 명단.

◇2009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

▲강원=전원근, 박종진, 이창훈, 윤준하, 신현준, 황대균/번외- 추정현, 이강민, 이성민

▲경남=송호영, 이재일, 김주영, 이용기, 정명오, 김동효/번외-박민, 이용래, 이훈, 노용훈, 박규호, 이한수 윤성근, 조민, 김종수, 이슬옹, 황병인

▲대구=이슬기, 김창희, 이상덕, 김오성, 김민균, 정우성/번외-차정민, 김명룡, 이현창

▲대전=박정혜, 김성준, 김다빈, 양정민, 유민철, 노경민/번외-신준배, 김민섭, 윤신영, 김한섭, 이제규, 김경도

▲부산=임경현, 한상운, 김익현/번외-정지수, 김기수

▲서울=정형준, 서승훈, 박영준/번외-정다훤, 김의범, 이화섭, 안정구

▲성남=김성환, 서석원, 임재훈, 이경민, 정의도/번외-박격포, 류형렬, 박성수

▲수원=이재성, 김선일, 김홍일/번외-최재필

▲울산=김신욱, 김동민, 박준태, 변웅, 최용선/번외-박준오, 정영진, 장석환, 여광수

▲인천=유병수, 장원석, 정혁, 오세룡, 한덕희

▲전남=김해원, 고차원, 강기중/번외-김민겸, 박은철, 이종민

▲전북=임상협, 한종우, 김영종, 용효중/번외-김성재, 김태현

▲제주=전태현/번외-양세근, 권용남

▲포항=조찬호, 황재훈, 김대호, 강대호/번외-김범준, 송제헌, 정형호, 송순보





허균-허난설헌 생가에서


[Pentax KX | K50.4 + Red Orange 041 | TMY 400 | V700]
@강릉 허균-허난설헌 생가


여유가 없어 사진을 찍는 것도, 현상소에 다녀오는 것도 못하고 있다보니 예전 사진만 자꾸 뒤적거리게 된다. 사진전에 낼 작품도 찍어야 하는데. :-(



2008년 11월 19일 수요일

현상 용품 도착

필름 자가 현상을 위해 주문한 현상 용품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타블로이드 현상액이라 불리는 Diafine 이 도착했고 이번주 초에는 정착, 수세등에 쓰일 약품들과 현상통과 암백 등이 도착했고 오늘 마지막으로 비커와 클립등의 자잘한 용품들이 도착했다.

당장은 사진 찍을 여유가 없어서 현상할만한 것들이 없지만(찍어놓은 필름은 diafine 으로 현상하기 좀 어렵다. 약품 특성상...) 조만간 자가현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암실 만들어서 인화까지 가야.......ㅡ_ㅡ

어쨌든 자가현상이 가능해 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갑자기 업되고 있다. ^^



겨울..?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내 경우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는 시점은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다. 그리고 첫눈 소식이 드디어 들려왔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아직 눈이 오려면 좀 더 시간이 있어야 할 듯 싶지만 공중파보다 앞서 각 지역의 날씨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날씨를 알기란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해결될 만큼 쉬운 일이다. 그리고 날이 추워지면 당연히 눈이 내리는 대관령 지역보다 중부 이남 지역의 눈 소식이 좀 더 인상적이다. 대관령 눈소식을 들으면 '이번주에는 강릉 처가에 가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대설 지역으로 자리 잡은 충남의 눈소식을 들으면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어제 그 지역에 올해 첫눈이 왔다.

드디어, 겨울이 온 것이다.

이번 겨울은 느낌이 남다르다. 유달리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였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남아 있는 겨울이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어학연수나 유학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민을 나가려는 지인들의 발길이 올 한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 지인들 중 벌써 네 팀이나 이민을 선택했고 어학연수나 유학은 세어 보기도 귀찮을 정도다. 유학을 선택한 선후배 동기들 중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말하고 떠났다. 세계적인 경제 대란으로 어렵기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예전에 우려했던 것처럼 이공계 고학력자에게 이민이라는 것은 선택 가능한 옵션들 중 하나일 뿐 결코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현지 정착이 쉬운 것은 아닐 것이리라. 하지만 이미 선택을 했으니 그건 그들이 감당해야 할 문제중 하나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왕 선택한 것, 성공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에 남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이번 경제 위기는 그야말로 찬바람이다. 연구실을 봐도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석사 후배들의 취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취업 걱정 안한 선배들 없었지만 사실 '걱정' 만 했을 뿐 결과적으로는 남보다 수월하게 좋은 회사에 취직들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의 한파는 남다르다. 10년 전 IMF 를 겪은 회사들은 위기 대응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고 그 첫번째 조치로 채용 시장이 얼어 붙었다. 당연한 말이다. 위기에 대비해 체중 조절을 하려면 있는 살 빼기보다 먼저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아예 사람을 적게 뽑거나 안뽑는게 나중에 정리해고를 하는 것보다 비용과 부담 면에서 훨씬 이득일테니.

내년 여름 졸업 예정자로 분류되고 있는 나 역시 이번 추위에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난 수시채용 대상자라 내가 채용 발표를 검색하고 회사마다 맞춘 입사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의 1차적인 조치를 건너뛴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내 경우엔 입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입사시 연봉이나 처우 등의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한데 처음엔 입사해주신다면...하는 태도로 굽신굽신 하던 어떤 회사는 채용 시장이 얼어붙자 '그 전공으로 입사할만한 곳이 내년 상황으로 봐서 국내에선 저희 회사밖에는 없지 않나요?' 라는 대담한 발언으로 속에서 불꽃이 튕기게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발언을 한 채용 담당자는 내 전공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고 이미 쏟아놓은 말로 그 회사의 생각을 알 수 있었기에 지금 그곳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 있다.

한 곳이 아니라 몇개의 줄을 쥐고 이쪽 저쪽 당겨보는 협상은 간혹 초조해 지기도 하고 약간은 지루하기도 한 협상이다. 내가 한번 조급해하는 눈치를 보일때마다 다른쪽 줄을 잡고 있는 이들의 목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져 최대한 느긋하게 보이려 애 쓰고 있다. 언젠가는 모두 내가 자신의 경쟁사와도 동일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될 텐데 그때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가 궁금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은 어느 회사로 입사할지가 결정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결정 안되고 지루한 그리고 약간은 조바심 나는 겨울을 맞이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사 문제에, 취직 문제. 거기에 더해져 졸업 준비까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겨울만큼 미리 예상 못했던 고민들은 역시나 춥다.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내 코가 석자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갖게 되면 지고 싶지 않았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생기게 마련이다. 그 그룹이 회사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하다못해 친구들간의 모임일지라도 누군가는 모임 날짜를 주도해서 잡고, 장소를 섭외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 된다.

대학 연구실이라는 곳은 그런 면에서 참 특이한 곳이다.

사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상대방을 책임져 줄 수 없다. 무언가를 지시하기도 애매하고 가르쳐 주기도 어딘가 이상하다. 마치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선배가 무조건 후배들의 레포트를 봐주고 스터디를 지도해줄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서로간에 연구 테마도 다른 입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어색함을 넘어 웃기는 행위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에서 선후배간의 서열 관계나 돌봐줌이 존재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쳐서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오늘까지를 한계로 정한다 할지라도 누가 날 나무라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다. 내 코가 석자인데 언제까지 세살짜리 후배를 돌봐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늘부로 넌 '아웃' 이다.



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관점

정말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과 같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와 동료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어느정도의 못마땅함을 감수해 가며 지내는게 고작이다. 굳이 지적해서 충돌해 봐야 서로 어색해 지기만 할 뿐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극명한 차이로 인해 공동체 생활이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행동을 지적하게 되는데 많은 이들이 여기서 실수를 범한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넌 잘못했어 라는 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그 사람의 행동이 크게 잘못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굳이 지적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지적을 한다는 행위에는 상대의 행동이나 관점을 잘못이라고 느낀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봐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상대방과 나는 서로 다르다? 아니다. 내가 느끼기엔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잘못을 참아주느냐 참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다름을 인정하고 개운하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존재는 흔치 않다. 나 역시 결코 예외적인 존재는 아니다.

더욱 나쁜 상황은 누군가 단호한 태도로 내가 잘못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경우다. 이러한 지적을 받은 경우 난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분명한 이유가 있는 행동일 때 생기는 반발감은 결코 작지 않다. 바로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웃지 못할 감정의 대립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상대방이 내게 어떤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지적은 감정을 상하게 만들고 상대방에게 반발하게 만든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반발이나 지적 모두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의사 소통의 한가지 방법이라는 것은 잊어서는 안된다.

...

알았지?

나도 앞으로는 네 잘못을 꾸짖는 것을 최대한 자제할테니 너도 내 옷에다 오줌 지려 놓는 보복 행위는 이제 그만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때가 되지 않았니 초롱아.

오줌 지려놓은 빨래 하는거 너무 힘들어.

ㅡ___________ㅡ

ps
분명 오해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제 너 잘 때 발바닥 간질러서 못자게 괴롭힌거 내가 아니야. 내 죄라면 네가 눈 떴을 때 그 앞에 앉아 있었다는 것 뿐. 진범은 네 뒤에 있었단다. ㅡㅜ


2008년 11월 16일 일요일

나만의 북카페

아침을 먹고난 후 피곤해서 집에서 쉬겠다는 아내를 두고 책과 카메라를 챙겨 들고는 파주 출판단지로 혼자 차를 몰았다. 아울렛 매장과 극장이 들어선 덕에 예전보다는 오가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휴일의 출판단지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장소다. 갈대 축제를 할 만큼 갈대숲이 우거진 하천을 따라 걷는 것도, 그곳에 차를 대 놓고 책을 읽는 것도 모두 행복한 일이다.

극장이 있는 건물 1층에서 커피를 한잔 사들고 나와 갈대강가에 차를 대 놓고 음악을 틀어 놓고는 책을 읽었다. 바람이 갈대밭에 스치는 소리와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곳은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다. 운전연수 나온 사람들의 차만 가끔 옆을 지나칠 뿐. 커피향과 갈대 소리에 취할 수 있는 그곳에 차를 대 놓는 순간 그곳은 세상에서 비교할 곳이 없는 최고의 북카페가 된다.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태백산맥

머리가 채 여물기 전에 읽고 치워 두었던 '태백산맥' 을 요즘 다시 읽고 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야 겠다고 마음먹고는 있었지만 소설 자체의 방대함에 쉽게 손을 못대고 있다가 몇주 전부터 보기 시작해 이제 절반 정도 봤다.

정말...대한민국은 그때와 비교해서 하나도 발전하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 몇년이 더 지나야 진정한 민주국가가 될 것인가? 내가 죽기 전에는 가능할까? 민주항쟁을 통해 전두환을 몰아내고 다음 대통령으로 노태우를 뽑는 황당한 사람들이, 그깟 신문 쪼가리 몇장의 선동질에 넘어가서 노무현 다음 대통령으로 이명박을 뽑는 어이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에 진정으로 희망이 있을까?

정말 이명박씨를 보면서 '아무것도 안하는게 도와주는 거' 라는 우스개 소리가 진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 말은 이명박씨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라면 인물 안보고 무조건 투표하는 일부 유권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2008년 11월 7일 금요일

약속 지키기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언제까지 무엇을 해주기로 한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 무엇이 부탁받은 일일 수도 있고 전화 연락일 수도 있으며 물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와 한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았을 때 난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약속을 한 상대방이 어려운 상대이거나 혹은 무척 존중하는 상대라면 우리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약속을 어길 경우 자신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에도 우리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방이 나와의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난 그게 싫다. 그래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분노를 느낀다. 상대가 나를 존중한다면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을 때 미리 양해를 구할 것이다. 양해 없는 약속 위반은 무시하고 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 제법 화가 나 있다. 세상 일이라는게 화가 난다고 화를 내면 오히려 꼬이기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삭히려 애쓰고는 있는데 이 화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남에게 이유 없이 무시당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ㅡㅡ;



2008년 11월 4일 화요일

은사(銀沙)


[Pentax KX | K50.4 + Red Orange 041 + ND400 | 400TX | V700]
@강릉 경포




2008년 11월 1일 토요일

정화의 바이올린 공연


[Pentax KX | K135/3.5 | 400TMY | V700]

2주 전 사촌동생 정화의 바이올린 공연에 다녀오면서 찍은 필름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정화를 찍어 주기에 앞서 연습삼아 찍어본 컷만 의도대로 나왔고 막상 정화를 찍은 사진들은 전부 노출 부족으로 노이즈가 장난이 아니다.


[Pentax KX | K135/3.5 | 400TMY | V700]

배경을 검게 날려 버리는 것도 어설프게 실패했고 그러면서도 노출은 노출대로 부족으로 나와 암무 노이즈가 장난 아니다. 지금서 생각해보니 그냥 적당한 노출로 찍고 배경은 인화할 때 닷징해서 날려 버려도 될건데 그랬다. ㅡㅜ

ps.
(아래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의 늘씬한 아가씨가 이날의 주인공 사촌동생 정화인데 직장 다니면서 주말마다 짬짬히 바이올린을 연습해서 아마추어 바이올린 공연 무대의 어엿한 축으로 섰다. 하고 싶은게 있을 때 시간이 없다며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무언가를 이루는 자들은 늘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이날 다시 한번 깨닫고 왔다.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결혼 기념일


[Pentax KX | K50.4 | Ilford delta 400 | V700]

결혼 전 아무리 오랜시간 연애를 했어도 결혼한 이후에 상대방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결혼 후 변하는 모습은 알 수 없다는 전제하에 생각해보면 연애 결혼이든 중매 결혼이든 별반 차이는 없다.

결혼 후 모습을 미리 알 방법이 없다면, 아무리 내가 애를 쓰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결혼을 좀 더 잘 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다시말해 연애를 아무리 잘하고 상대방의 조건을 잘 따져보더라도 결혼 후에 행복한 삶을 산다는 보증수표는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은 로또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모른다. 다들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숫자를 찍어볼 뿐.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내가 로또를 해보더라도 절대로 번호를 두개 이상 맞추지 못하는 까닭이. 결혼이라고 하는 가장 큰 로또에서 단독 1등을 했으니 내 인생에 더이상 쓸 행운이 어디 남아 있겠는가?

2008년 10월 30일.

결혼한지 꼭 4년째 되는 날이다.



Simpsonize Me!!



http://simpsonizeme.com 에 가면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서 자신의 심슨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

내 싱크로율은......볼살이 좀 더 통통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다. ^^




2008년 10월 24일 금요일

심호흡


[Pentax KX | K50.4 + Red Orange 041 filter | Tmax 400 | V700]
@대관령 삼양목장 초지


세상엔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곳이 참 많다.

하지만 언제나 버티고 서서 고개를 젓게 만드는 문제는,

그런 곳까지 가기 위한 여유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2008년 10월 21일 화요일

비밀


[Pentax KX | K50.4 | Fomapan 100 | V700]
@집


누구나 남에게 숨기고자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자신의 위선일 수 있고 나약한 성격일 수도 있으며 그런 형이상학적인 것들이 아닌 그냥 신체적 핸디캡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한가지는, 그것을 감추고 있는 것은 너무나 얇고 미약하여 누구든 마음먹고 들추려 하면 그대로 들춰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약한 부분이 드러나려 하면 기를 쓰고 지키려 한다.

누군가는 화를 내고, 누군가는 도망치며, 누군가는 애원하지만...누군가는 자신의 약한 부분을 눈치챈 자를 해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상대는 내가 상대방의 숨기고자 하는 부분을 알게 된 걸 모르지만 나는 상대방의 온갖 위선과 자기 합리화 그리고 정도 이상의 비겁함을 속속들이 알게 되어 그를 신뢰하기 힘들어 질 때 발생한다.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고 그런 부분들이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과 갈등이 발생할 경우 나도 모르게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왜 저렇게 상대를 할퀴려 드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직위가 높다고, 위치가 높다 해서 인격적으로도 남보다 높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직위나 위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실 남에게 약점을 발견 당하기 쉽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시선으로부터 무언가를 감추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높은 위치를 이용해 아래를 향해 발톱을 휘두를 뿐이다.

...

왜 그러는지 안다.
무의식 적으로 무엇을 피하려 하는지 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을 호전시킬만한 어떠한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다. 상황을 호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아직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대관령 목장 소경


[Pentax KX | K135 + Red Orange 041 filter | Tmax 400 | V700]
@대관령 삼양목장 동해 전망대


여유만 있었으면 구름이 뒤덮곤 하는 1500고지의 그 높은 전망대에서 좀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곳.

여러모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요즘이다.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Comet. Lee 의 포토갤러리

항공기 정비 하사관으로 복무하셨던 장인 어른의 재능을 물려 받아서인지 아내는 기계를 만지는 것에 있어 보기 드문 재주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재주 만큼이나 스프링과 태엽으로 동작하는 완전 기계식 장치부터 전자적으로 동작하는 최근의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알아서 동작하는 기계에 대해서는 종류를 따지지 않고 호기심이 많다.

이러한 성격에 덧붙여서 남과 다르게 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색다른 기계일 수록 애착을 갖는 면도 있다. 아마 그래서라고 생각된다. 아내가 필름 카메라에, 그리고 낡은 필름 카메라 일수록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아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는 1년 남짓 되었는데 그 동안은 남에게 사진을 보여주지 않다가 지난 주말에 네이버 포토를 이용해서 개인 사진 갤러리를 열었다.

보다 전문적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보는 아내의 사진은 소박하다. 역광이나 기타 생소한 화각을 이용해 멋지게 담으려 애쓰기 보다는 보이는 그대로, 하지만 찍고자 하는 피사체에 대한 본인의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찍는다. 엄청난 사물도 아니고 일상에서 나와 함께하는 순간에 대한 느낌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아내가 찍은 사진은 입이 떡 벌어지기 보다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일상의 소소함을 느끼게 한다.

나 아닌 누군가에게도 아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아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한 월요일 아침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즐거움이고 기쁨이며, 더욱이 남과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이 아니던가.



2008년 10월 16일 목요일

낡은 것


[Pentax KX | K50.4 | Lucky SHD 100 | V700]
@홍대거리 어느 커피숍


사물을 대할 때 호감과 비호감을 나누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경우 대상이 '나무' 로 되어 있다면 우선 호감도가 올라가는 편이다. 지나치다고 할 만큼 나는 나무의 감촉이 좋다. 쇠나 플라스틱처럼 주위 환경에 따라 너무 뜨거워 지거나 차가워 지지 않는 그 일정함이 좋고 표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거칠거칠한 느낌이 좋다. 그리고 그러한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이용되어 만들어 졌던 과거의 물건들에 대한 호감이 무척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그 편리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하긴 하지만 최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보다 종이로 된 책이 좋고, 멋지게 올라간 첨단 건설자재로 된 유리빌딩보다 자그마하게 지어진 나무 오두막이 좋다. 편리하게 커피가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기계보다는 드르륵 거리며 내가 손으로 핸드 밀러의 기어를 돌려 원두를 갈아 만드는 커피가 좋다. 어찌보면 조금은 낡은 취향이지만 스스로가 조금 낡은 삶을 산다고 해서 세상에 끼치는 피해는 없으니 신경쓸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면서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일에 몸을 담고 있으니 모순이긴 하다. 현재에 불만을 느껴야 보다 나은 것을 개발하는데 열성일텐데 현재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버리곤 하니 못마땅 하거나 더 필요한 것이 있을 턱이 없다. 하긴 어렸을 때부터 그런 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주어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납득해 버리는 아이였다. 그래서 물건도 최신 기기보다는 그냥 지금 쓰고 있는 오래된 기기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옷도, 신발도 사달라고 졸라본 적도, 내가 나서서 산 적도 없이 그냥 입고 신고 다녔었다. 신발이 다 헤진것을 보고 사주실때까지. 그런 나를 보면서 어머니는 욕심이 없다고 못마땅해 하셨지만 나라고 모든 것을 이유없이 납득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손해보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본다.

생산된지 30년을 훌쩍 넘긴 카메라가 지금 내 손에서 잘 동작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생산된지 10년도 안된 디지털 카메라가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낡은 것이 나쁜게 아니라, 낡은 것이 나쁘게 대우 받을 정도로 물건을 대충 만드는 지금의 기술과 사람이 나쁜 것이다.



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친구의 결혼식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결혼식 축의금을 내느라 지갑이 얇아진다.

그러나 얼굴도장만 찍으면 되거나 봉투만 건네면 되는 결혼식이 아니라 직접 챙겨줘야 하는 가까운 친구 본인의 결혼식이 되면 그날 하루를 온전히 결혼식장에서 쓰게 되는 건 피할 방법이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내일 결혼하는 고향 친구가 있다. 그런데 어제 전화해서는 나한테 몇가지 주문을 했다.

1. 결혼식 사진 촬영
2. 웨딩카 렌트, 꽃장식, 운전
3. 일산에 놓고 고향에 내려가서 난감해진 넥타이 챙겨오기

......ㅡ_ㅡ;;;

다른 사람의 결혼식 사진 촬영은 그 자체로 너무 부담이 큰 일이다. 잘 찍으면 고맙다는 감사를 받는게 아니라 잘 찍어야 본전이고 못 찍으면 죄인이 되기 때문이다. 조명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얼마든지 찍어볼 수 있는 스튜디오 촬영이 아니라 예행 연습도 없이 한번에 성공해야 하는 결혼식 스냅 촬영은 피하고 싶은 촬영 0순위. 그러나 친구 부탁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어쨌든 오늘 종로에 나가서 촬영에 쓸 필름을 몇 통 골라왔다. 잘 나와야 할텐데...하면서 한숨부터 나왔다. 도대체 얼마만에 컬러 필름을 카메라에 물려 보는건지. 지난번 친구 결혼식 사진 찍을때 이후 반년만인 것 같다. 색온도에 따른 노출 보정치가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더군다나 최근엔 사진의 입자감이 아주 굵게 나오도록 찍는 사진에 푹 빠져 있어서 그런 사진만 연습했다는 최악의 상황. 지금 이 포스팅을 신부가 보면 얼굴이 하얗게 뜨겠지?

어쨌든 더이상 웨딩 촬영 부탁할 친구도 없으니 결혼식 사진 찍는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ps.
이번엔 필름값 꼭 받아내야지.



2008년 10월 9일 목요일

분수


[Pentax KX | K50.4 | Ilford delta 400 | V700]
@일산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침묵



2008년 10월 2일 목요일

모과차


[Pentax KX | K50.4 | Ilford delta 400 | V700]
@인사동 귀천


2008년 10월.

인사동 '귀천' 의 따끈한 모과차가 그리워 지는 계절로 넘어가고 있다. :-)



2008년 9월 30일 화요일

포도송

어제 우연히 '포도송' 이라는 연주곡 몇개를 들었다.

오늘 점심 시간에 다시 찾아보게 되었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도 라는 단어를 주고 끝말잇기로 몇개의 빈칸을 채우라는 문제에 한 초등학생이 도미솔 - 솔라시 - ... 등으로 장난을 친 답안을 스캔한 짤방에서 시작되어 여러 버전의 연주곡으로, 다시 뮤직비디오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 시리즈들을 통칭 '포도송' 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발전하는 과정을 limit 님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포도송의 발전자취.. "포도 - 사랑과 이별" by limit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그래서 늘 즐겁다. :-)




2008년 9월 27일 토요일

분다


[Pentax KX | K50.4 + Red Orange 041 + ND400 | 400TX | V700]
@파주 평화누리 조형물 '분다'


펄럭이는 천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주변부 정리를 신경쓰지 못했다.

천 자체에 가려지기도 했고 펄럭이는 천이 너무 강렬해서 시선을 집중시킨 탓도 있지만 그냥 바라볼 때는 크게 인지하지 못했던 우측의 굵은 기둥과 전선이 장노출로 찍고 보니 선명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시선을 그곳으로 집중시킨다.

찍고나서 나름 기대를 했던 컷인데 결과적으로 주변부 정리를 못해 아쉬운 사진이 되고 말았다.



2008년 9월 26일 금요일

자고 일어나니 가을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가을이 되어 버렸다.

어제만 해도 반팔입고 다녀도 이상할게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긴팔을 입고도 추웠다. 어제까지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던 낙엽이 바람에 우수수 굴러 다니고..

설마 이렇게 춥다가 10월에 오히려 막 더워져서 단풍이 붉게 물들지 않고 누렇게 말라버리게 하지는 않겠지.




2008년 9월 24일 수요일

집에서 즐기는 게임들

아내와 나 모두 게임을 좋아한다. 다만 서로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이 약간 다른데,

아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의 특징은,

1. 조작이 매우 간단할 것
2. 간단한 조작만큼 게임내 움직임도 단순할 것
3. 생각을 많이 하도록 만들 것
4. 캐릭터가 귀엽던가 그런 분위기일 것


등이다. 나는,

1. 복잡한 문제를 제한시간에 풀어야 하는 종류의 게임만 아니면 모두 오케이
2. 어떤 종류의 게임이든 금방 질려서 오래 못한다


등의 틍징이 있다. 그래서 둘 다 온라인 게임등 속칭 '폐인' 류 게임에는 흥미가 없다. 어쨌든 선호하는 게임 특징으로 예상 가능하지만 아내는 퍼즐게임 종류를 좋아하고 나는 퍼즐게임 종류를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종류 게임 실력차이도 상당한데 결혼 전에 한게임 테트리스를 온라인으로 겨뤄서 50연패까지 기록하고는 때려 치운 경력이 있을 정도다. (NDSL 을 사고 나서 다시 붙어 봤는데 셀 수 없이 해서 딱 한번 이겼다. 그것도 왠지 미안해서 져준듯한 분위기. 이후 도전하지 않는다.)

집에 있는 게임기는 NDSL(각각 한대씩)과 Playstation2 인데 같이 즐기는 게임은 대부분 NDSL 용이다. PS2 로는 아쿠이 오형제 라는 주사위 굴리는 게임만 거의 하는데 경쟁모드가 아닌 협력모드로 플레이 한다.(재미있기로는 아래 열거한 어떤 게임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경쟁하는 건 닌텐도사의 게임들이 될 수 밖에 없다.둘이 종종 겨루는 게임들을 리스팅 해보면,

1. 마리오카트 DS

이 게임은 박빙이다. 보통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팀전으로 붙는데 박빙의 승부다 보니 이겼을때의 짜릿함과 졌을때의 아쉬움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긴 사람은 흡족한 미소와 함께 잠자리에 들고 진사람은 이긴 사람을 흔들어 깨우면서 한번 더 하자고 하는게 일반적인 진행이다. 한번 잡으면 그래서 한시간 정도는 늦잠 잘 각오를 해야 한다. 가장 많이 겨룬 게임이다.

2.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이 게임은 좀 복잡하다. 게임팩이 두가지 모드인데 흔히 아는 슈퍼마리오와 미니게임모드로 나뉘어 있어 각기 전혀 다른 게임이 된다. 슈퍼마리오 경쟁 모드는 상대방을 점프해서 밟아야 하는 탓에 게임 시작하고 나서 어느정도 몰입을 하고 나면 상대에게 밟혀서 내 별을 빼앗겼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된다. 밟았을 때는 저절로 한호성이 나오고 반대로 밟혔을 때는 잔뜩 찌푸린 얼굴과 함께 고함이 터져 나온다. 이 게임을 사고나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올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민망하다. 슈퍼마리오 자체는 조작성이 더 중요하기에 내가 약간 더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미니게임 경쟁모드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게임팩에 포함된 미니게임은 수십가지인데 액션분류 미니게임은 내가 유리하고 퍼즐분류 미니게임은 아내가 유리하다. 확률로 찍어서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야 당연히 반반이고. 그래서 랜덤으로 게임을 선택하게 했을 때 어떤 종류의 게임이 많이 걸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3. 틀린그림찾기

연애 할 때도 오락실에 가면 아내는 틀린그림 찾기를 유난히 좋아했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아내의 압도적인 우위다. 한번 경쟁 모드가 15게임인데 10:5 정도로 거의 진다.(이길때는 예외없이 7:8로 간신히;; ) 시간이 갈수록 난 이 게임은 안하게 되는데 게임 화면에서 남은시간 바가 줄어드는게 너무 싫다. ㅡ.ㅡ

4. 테트리스DS

말 할 필요도 없는 아내의 절대적 우위.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다. WiFi 연결해서 인터넷으로 다른나라 사람들하고 붙어봐도 아내는 이길 때가 질 때보다 많은데 난 거의 지기만 한다. 너무 실력차가 나서 아내도 나와 붙는것에 재미를 못느끼고 나도 마찬가지. 이유는 정 반대지만. ㅡㅡ;;

5. 마리오파티DS

가장 최근에 산 게임. 퍼즐과 미니게임이 많은 마리오파티 시리즈 답게 셀 수 없이 많은 미니게임들이 있고 그 게임들을 하면서 경쟁해야 하는 게임이다. 특징이라면 조작을 잘하면 유리한 액션게임 종류가 많아서 내 승률이 높다. 이 게임을 사고나서 마리오브라더스의 미니게임 모드가 찬밥이 됐다.

...적어놓고 보니 제법 많다. 이 밖에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도 한참 하긴 했는데 게임 자체가 너무 밋밋해서 아무래도 안하게 된다. 이번 주말에 내 동숲은 확실하게 팔아버릴 생각이고 아내 것은 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어제 간만에 게임 켜서는 엉망이 된 마을 돌본다며 한시간이나 잡초를 뽑고 있던데 팔자고 설득할 생각이다. 게임 욕심은 많아 가지고. ㅡ.ㅡ;;

어쨌든 이번 주말에는 2주전에 발매된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 을 구입할 계획이다. 딱 아내가 좋아할만한 게임이라 둘 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원래 어제 사러 집 근처 마트에 들렸는데 품절ㅡ_ㅡ 이라 구입하지 못했다. 잘팔리긴 잘팔리다 보다.



2008년 9월 22일 월요일

해송림


[Pentax KX | K50.4 + O41 | Tmax 400 | V700] @강릉 허균-허난설헌 생가 해송림

파도 소리와, 듬성듬성한 해송 사이를 스치는 바람소리.





시간


[Pentax KX | K50.4 + O41 + ND400 | Tmax 400 | V700] @강릉 경포

필름 위에 시간을 그리다



2008년 9월 21일 일요일

초희를 만나다


[Pentax KX | K50.4 + O41 | Tmax 400 | V700] @강릉 허균-허난설헌 생가

강릉 경포대 근처에는 난설헌 허초희가 살았던 생가가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허균을 비롯해 허씨5문장이 살았던 집이지만 그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난설헌 허초희였다.

비할바 없는 천재 시인이었으나 여성으로 태어난 탓에 그 날개를 펴지 못하고 죽은 초희.

우연히 찾은 경포에서 아내와 함께 초희를 만났다.

만일 강릉을 가볼일이 있다면 꼭!꼭! 이곳을 찾아 보기를 권한다. 시대의 혁명가였던 허균과 그의 누이 허난설헌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누구누구의 생가...라고 하는 곳들을 몇곳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은 만나보지 못했다. 크기는 작지만 자료들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가격이 조금만 쌌으면 책도 한권 사는거였는데.

허균-허난설헌 선양사업회



2008년 9월 20일 토요일

그리움


[Pentax KX | K50.4 + O41 | 400TX | V700] @강릉항(구 안목항)

2008년 2월 24일 오후 4시 30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너울성 파도는 강릉 안목항의 높다란 방파제를 휩쓸었고 몇몇은 끝내 그 파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호수라 착각될만큼 잔잔한 파도만 일렁이는 강릉항 방파제에는 뼛속까지 사무치는 그리움이 아직도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




2008년 9월 18일 목요일

문득 깨달은 실수

잘못 알고 있었고, 또 신경을 못써서 대형 사고를 쳤다.

2주 전에 처리를 했어야 하는 일인데 다른데 신경이 팔려 있어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그림출처 : 펜탁스클럽]



귀차니스트

난 귀찮다고 느끼는 순간 그게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인상 한번 쓰고 배째라는 식으로 여유를 부리는 때가 있다.

더 기가 막히는 건, 그래서 결국 일이 잘못되는 경우 그렇게 행동했던 걸 후회하는게 아니라 '그래 내가 귀찮아서 안한거니까 이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야' 라면서 아주 당연하게 그로인한 피해를 감수한다. 후회도, 자책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어머니는 절대로 이런 성격이 아니시고...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은것도 아닌 것 같고...

지금 바로 그 성격을 억누르기 위해 무지하게 노력을 하고 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ㅡㅜ



2008년 9월 17일 수요일

향원정(香遠亭)


[Pentax KX | K50.4 | Fuji reala 100 | V700] @경복궁 향원정 취향교 (2008년 봄)

나는 경복궁 향원정이 좋다.

한시간에 걸쳐 향원정에 대해 글을 쓰고, 다시 한참을 고민한 후 모두 지웠다. 아무래도 향원정의 묵직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묘사하기엔 내 글재주가 부족한 듯 하다.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가마솥에 누룽지


[Pentax KX | K50.4 + O41 filter | 400TX | V700]

생각했던 것 보다는 여유있게 보냈던 한가위 연휴였다. 애시당초 연휴가 너무 짧아서 힘들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연휴가 길더라도 움직이는 시간은 비슷했었다. 아예 초 장기 연휴라면 몰라도 어느정도 연휴라면 움직이는데 드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다. 오히려 이번 연휴에는 시간대를 잘 골라서 움직인 탓에 정체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D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외할머니께서 계셨다면 잘 말린 누룽지를 꺼내 주셨을 텐데 외삼촌께 내려가시는 바람에 누룽지를 먹지 못했다는 점. 입맛만 다시기엔 너무 먹는 재미와 맛이 좋은 누룽지다.

집에서 하려면....안되겠지?


2008년 9월 12일 금요일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한가위 연휴 내내 인터넷과는 멀리 있어야 해서 미리 인사말 끄적여 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여유로움과 풍성함이 함께하는 한가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림출처 : 임씨네 가족이야기]


2008년 9월 11일 목요일

@남산한옥마을


[Pentax KX | K50.4 | 400tx @남산한옥마을]



2008년 9월 8일 월요일

아이나비 K2

나는 길치다. 한번 갔던 길도 밤낮이 바뀌면 못알아 보고 진행 방향이 반대로 바뀌면 또 못알아 본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심각한건가?) 그래도 어디가서 길 잘 찾는다는 말보다는 길 못찾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문제는, 나 뿐만 아니라 아내도 비슷하다는 거다. 걸어 다닐 땐 길을 잘 찾는데 차에만 타면 영 빙글빙글이다. 그래서 신혼여행때 우린 수없이 U턴을 해야 했다.
^_________^;;

그래서 올 초에 고민끝에 네비게이션을 중고로 하나 구입했다. 아이나비UP 이라는 모델이었는데 지도도 512MB 짜리고 성능도 느려서 골목에 들어가기만 하면 길을 제대로 못찾고 버벅이기 일쑤였다. 그래도 제법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어서 큰 불만은 없었는데 지난주에 이 녀석이 먹통이 됐다. 전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A/S 센터에 들고가서 확인받아보니 CPU 가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리비로 엄청나게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기사도 보상판매를 받을 경우의 이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데 보상판매 받을 경우 제일 저렴한 모델이 수리비보다 2만원 비쌌으니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바보같은 상황이었다.(일부러 수리비를 비싸게 받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CPU 해봐야 그거 얼마나 한다고. ㅡㅡ;; )

아내와 전화로 한참 이야기한 끝에 이참에 좋은 네비게이션으로 아예 하나 장만하기로 해서 이런저런 모델을 둘러본 끝에 아이나비 K2 를 보상판매로 구입했다.

며칠 사용해 본 결과로는 대 만족. 전자기기에 대해서라면 나보다 더 좋아하고 관심도 많이 갖는 아내가 흡족해 할 수준이니 나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번 것은 중고가 아닌 새것을 구입했으니 쉽게 고장나지 않고 오래 가 주길 바란다. :-)




2008년 9월 7일 일요일

Movie day 후기 - 맘마미아, 스타워즈:클론전쟁

어제 하루동안 영화 두편을 보는 movie day 를 가졌다.

스타워즈:클론전쟁 은 예상했던 것 보다 조금 '더' 심했다. 한편의 영화라기 보다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중간 부분을 떼어다 고화질로 상영한 듯한 느낌. 상영시간 내내 주 무대가 전장이었던 탓에 화려한 전쟁씬은 질리도록 볼 수 있었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영...아나킨이 어떻게 제다이 기사가 되는지, 아소카는 왜 나이 제한을 넘겼음에도 제다이 지원단으로 가지 않고 아나킨의 파다완으로 발령받을 수 있었는지, 영화 에피소드3 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중간 어느 편. 재미있게 보았지만 화면상의 즐거움 뿐 영화 자체로는 꽝이었다.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면 매우매우 비추.

맘마이아는 쥬크박스 뮤지컬의 영화화 라는 특징상 영상과 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는 판단에 일반 상영관이 아닌 IMAX 상영관으로 골라서 예약을 했었다. 영화가 뮤지컬에 비해 갖는 장점은 '무대장치' 가 아닌 '실제 지중해' 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점. 뮤지컬을 볼 때는 배경을 빈약한 무대장치에 의존해서 내가 상상해야 했으나 영화에서는 반짝이는 푸른 바다, 섬을 오르는 돌계단 등 내가 상상할 필요 없이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소피가 섬을 떠나려는 세 남자가 탄 배를 잡으려고 맑다 못해 투명하기 까지 한 바다를 수영하는 장면 하나면 모든 논쟁 종료. 이런 배경은 좀더 극의 스토리에 설득력을 갖는다.

다만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뮤지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부터 불만을 이야기 하면,

첫째. 맘마미아는 군무가 유달리 많이 등장하는 뮤지컬이다. 심지어 줄거리상 배우 혼자 독백하는 장면조차 군무로 처리한다. 이 때문에 음악들이 매우 신나고 힘이 있고 스토리 전개에 지루함이 없다. 등장 인물의 감정 표현을 배우의 표현력에 의지하기 보다 아바의 노래와 매치시켜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슬픈 장면에서 배우 개인이 흘리는 눈물보다 그 배우를 둘러싼 나머지 배우들의 군무와 노래에 비중을 두고 있는 뮤지컬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러한 군무가 상당수 제거되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군무는...두세번 정도? 영화라는 특징상 주연 배우를 클로즈업 하는 비중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고 감정 표현을 클로즈업 화면에서 세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군무는 사라지고 개인의 혹은 두세명의 합창만 남았다. 심지어 거대 군무에서 조차도 주인공을 클로즈업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내가 영화 맘마미아를 보는 내내 무언가 흥이 나지 않고 아쉬워서 입맛을 다신 것은 돌이켜 보면 이 탓이 크리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세 남자가 도착하고 난 후 마을 사람들과 세 여배우들이 펼치는 수준의 군무가 노래가 나올때마다 등장했다고 상상해보면 느낌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둘째. 쥬크박스 뮤지컬 답게 뮤지컬 맘마미아는 공연 내내 아바의 라이브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일어나서 환호하는 사람, 손뼉치며 몸을 흔드는 사람이 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선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 그 이유를 나는 노래의 '음량'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쭉 뻗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사의 전달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즉, 저음 부에서 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못알아 듣는 문제와 더불어 고음에서 너무 소리가 커서 불쾌해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음을 강화하고 고음을 다독여서 전반적으로 노래 가사가 잘 들리게 만들었다는 느김이 컸다. 그 덕분에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노래가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댄싱 퀸' 같이 듣는이의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내질러야 하는 노래들이 전부 뻗다가 만다. 화면을 보면서 움켜쥔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가려다가 마는 맥빠지는 상황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반복됐다. 결과적으로 영화 맘마미아는 원작의 느낌을 재현하는데 실패했다.

셋째.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뮤지컬 무대의 앵콜공연을 매치시킨 것은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였다.(엔딩 크레딧 올라가면서 주연배우 셋이 나와 노래 부를때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다른 영화에 비해 적었다는 점이 그걸 증명한다. 사실 그래봐야 90% 의 관객들이 쫓기든 영화관을 나가기는 했지만) 그러나...왠지 뮤지컬의 앵콜 공연같은 흥겨움이 없었다. 뮤지컬을 보고난 후 앵콜 공연이 뮤지컬 전체를 본 것보다 더 신났다는 느낌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조하곤 했던 나였기 때문에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실망 그 자체였다. 두번의 앵콜곡이 스크린에서 흘러 나왔으나 그냥 '잘 찍은 뮤직비디오' 를 보는 느낌이지 '공연' 을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 마지막 평이 내가 영화 맘마미아를 보고 내린 총평이다.

영화 맘마미아는 영화 자체로 봤을 때는 잘 만든 영화다. 군무와 음량의 제한은 어쩌면 극장이라는 상영관에 최적화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나 원작이 라이브 콘서트 무대라면 영화는 그 느낌을 살려내지 못한, 그냥 잘 찍은 뮤직 비디오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을 나도 그대로 따라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뮤지컬을 즐겁게 본 사람에게는 매우 비추천,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 단, 영화를 본 후 기회가 되면 뮤지컬은 반드시 볼 것.





2008년 9월 4일 목요일

Movie day

오는 토요일이 내게는 Movie day 가 됐다.

오후 3시 무렵에 강남에서 스타워즈:클론전쟁 을, 밤 10시 경에는 일산에서 맘마미아 를 볼 예정이다. 하루에 영화 두편을 연이어 보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2001년인가...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영화 시간을 맞춰서 혼자 연달아 두편을 본게 처음이었는데 그 때 본 영화들(기억하기도 싫은 졸작이었던 파이널판타지혹성탈출 : 리메이크)은 모두 엉망이었다.

이번에도 클론전쟁은 평이 나쁜 편이라 별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내가 워낙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는데다 이번 클론전쟁은 루카스 선생이 직접 제작한 팬필름 같은 성격인지라 일정부분 궁금한은 충족시켜 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에피소드 3에서 이미 제다이 기사 지위를 얻은걸로 보이는 아나킨이 자신의 파다완도 없이 여전히 오비완과 함께 다니는걸 보고 너무 이상했던지라...

맘마미아는 나는 오리지널 뮤지컬을 결혼전에 봤지만 아내는 그러지 못해서 늘 보고싶어 했던 공연이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평이 나쁘지 않다! 오리지널 공연에는 못미치지만 영화 자체로는 매우 괜찮단다!)

그래서 이번 주말 내 스케쥴은, 몽촌토성 -> 강남 -> 남산 한옥 마을 -> 충무로 -> 일산 의 순서로 확정됐다. 기대되는 주말이다. :-)



2008년 9월 3일 수요일

골목


[Pentax KX | K50.4 | Fomapan 100 @광명시]

내게는 골목에서 놀아본 기억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는 골목이 없는 아파트 단지 또는 초등학교에 인접한 주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골목 안에서 누군가와 놀 이유가 없었다. 거짓말 보태서 열번만 넘어지면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코가 닿는데 무엇하러 좁은 골목에서 놀겠는가.

누려보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해도 좋고 무언가 다른 이유를 붙여도 좋지만 어쨌든 지금의 난 골목 풍경이 좋다.

시대가 바뀌어서 골목을 누비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골목을 가보면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이 특유의 고집과,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양보와 이해가 어울어진 그런 목소리를.

광명시의 변두리 골목에서 만난 이 두 아이의 표정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2008년 9월 2일 화요일

이제명

내 친구중에 이제명 이라는 친구가 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하면,



구글에서 이제명을 검색하면 노무현 대통령 최고의 연설이 뜨는 사람이다. ㅡ_ㅡb

'우린 이제 어떻게 사나요?' 라는 동영상은 애교로 넘어가주자.

ps.
며칠 전부터 내 이웃 블로거들에 대한 포스팅을 준비중인데 첫타부터 너무 어려운 상대를 골랐다. '이제명'. 쓸 말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덕분에 이웃 블로거들에 대한 포스팅이 언제 이루어 질지 알 수 없다. 제명씨 쏘리. ^^



제일 놀지 못하는 사람

언젠가 다른 대학 교수님과 과제 회의차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나를 비롯해 실무를 담당할 대학원생들과 특허사무소 사람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 교수님께서 우스개 소리라고 하신 말씀이 있다.

연구소에 계시다 대학으로 오신지 얼마 안되는 분이셨는데 그분이 하신 말씀이, 똑같은 박사들인데 술집에 데려가 보면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잘놀고 그 다음이 국책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이 잘놀고 마지막으로 대학 교수들은 정말 못논다는 거였다. 그 이유를 우리에게 물었고 우리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각종 대답들을 늘어놓자 웃으면서 던진 그분의 답은 그거였다.

대학 교수들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때그때 학생들에게 풀기 때문에 스트레스 쌓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굴이 팍 일그러진 석사생들은 아직 수양이 덜 쌓인 티가 그대로 났고 나를 비롯한 박사과정들은 정말 재미있는 유머를 들었다는 듯이 해맑게 웃었다. 소리까지 내서 웃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참 트레이닝이 잘 되어 있구나 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위치에 선 모든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바로 자기가 가르치는 그 특정 분야에서만 자신이 우월한 것이지 나머지 모든 부분에 대해서는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잊다 보니 자꾸 사람대 사람으로 해선 안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자기 반성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는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고 일이 잘 안되면 잘못은 나보다는 다른이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특히 절대적인 권력을 쥐는 위치에서 남을 가르치는 일은 기회가 왔다고 해서 쉽게 선택할게 절대로 아니라고.




2008년 8월 28일 목요일

"이 렌즈는 남자 찍으면 터져"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여친렌즈" 라고 불리는 렌즈가 있다. 초점거리가 85mm 정도 되는 렌즈가 바로 그 렌즈이다. 사진 동호회 모임에 나가면 사람들이 우스개로 "이 렌즈로 남자 찍으면 렌즈 터진다" 고 농을 던지는 렌즈이기도 하다. 85mm 렌즈(필름 카메라에선 135mm)는 찍히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인물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인물사진에 많이 쓰이고 같은 이유에서 여자친구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장만하는 렌즈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친렌즈" 라고 불린다.(대포같이 커다란 렌즈 달고 다니면서 여성 사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지만 그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


[Pentax KX | K50.4 | Ilford delta 400 @부산 자갈치 시장]

그런데 난 인물 사진이든 뭐든 어지간하면 50mm 단렌즈로 소화하고 있다. 렌즈를 교환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만큼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의 인물사진을 찍는 것은 기꺼워 하지 않는다. 인물 사진에 재미를 붙인 이후부터는 예쁘고 곱게 찍기 보다는 인물을 바라보는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당연히 피부도 매끈하게 나오지 않고 늘씬한 팔등신 미녀처럼 보이게 찍지도 않는다. 포토샵등의 보정 툴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게 여성 사진은 찍어주고도 욕먹는 애물단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본인이 부탁하지 않는 한 인물사진은 남자만 주로 찍는다. (다행이 '여친렌즈' 가 아니어서 그런지 내 K50.4 표준렌즈는 터지지 않고 잘만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Pentax KX | K50.4 | Fomapan 100 @서울 강남]

그런데 찍다 보니 여성보다 남성 인물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피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관리를 하는 여성에 비해 여러모로 거친 모습을 지닐 수 밖에 없는게 남성인데 그 거친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졌을 때 주는 깊이가 너무 마음에 든다. 뭐랄까...나와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이면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요즘엔 꽃미남 전성시대라고도 하는데 사실 내 주위에는 꽃미남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힘들게 그날 하루를 견디는, 그러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남자들은 많다. 그러니 모델 걱정은 없다고 해야 할까.

렌즈 터진다면서 주구장창 여성 인물 사진만 찍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렌즈 안터지니까 걱정하지 말고 남성 인물 사진도 시도해 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 사진 찍는게 어렵다고 망원으로 멀리서 캔디드 컷만 날리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고싶다. 인물 사진은 멀리서 몰래 찍기 보다 그 사람에게 얼마나 인간적으로 다가가는가가 중요하다. 인간적으로 가까워 지면 한걸음 더 다가서서 대화할 수 있고 그렇게 대화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표준렌즈라 할지라도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찍은 사진이 몰래 찍은 사진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한걸음 더 피사체에 다가서라는 말이 있다.그러나 이 말은 렌즈의 줌을 이용해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걸음으로 다가서라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 한 컷의 마음에 드는 인물 사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사진기와 렌즈 혹은 사진기술이 아니라 그와 인간적으로 가까워 지는데 필요한 '시간' 이다.



2008년 8월 25일 월요일

인력거꾼과 비둘기


[Pentax KX | Reala @샌디에고]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사진으로 말하는 당신의 사랑 스타일은?

올림푸스 뮤 홈페이지에 사진과 사랑 스타일을 맞추는 웹페이지가 있다고 해서 한번 해봤다.

아래는 내 결과. 종군기자 스타일이란다.


노골적이고 대담한 사랑, 종군 사진기자 스타일

종군 사진기자와 같은, 화염불 같은 사랑. 당신은 정직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군사진작가의 사진들처럼, 당신의 사랑도 직선적이고 과격하고, 노골적이고 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과감하고 공격적입니다. 사랑을 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온 몸을 던지는 편이라 자칫하면 크게 다치거나 엄청난 망신을 당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사랑은 찾아오는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 소유해야 할 목표입니다. 마치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가 역사에 남을 사진을 위해 스페인에서 인도차이나 반도까지 모든 전쟁터를 누볐듯 말이죠. 쏟아지는 총탄과 파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간 포착하기 위해 달려드는 종군 사진기자처럼 당신은 어디든 무엇이든 목표에 정직하고 직선적으로 행동합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당신을 주목하며 당신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당신의 사진처럼 말이죠.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연희동


[Pentax KX | TMX @연희동]

연희동에서 신호등에 잠시 멈춰서 있을 때 얼른 한 컷.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한강 시민공원 난지도 캠핑장

저녁때 모임이 있어 한강 시민공원 난지 캠프장에 다녀왔다.

제법 괜찮다는 입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캠프장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었다. 시민공원에 갈 때마다 슬쩍 울타리 너머로 바라볼 때는 별 거 없어 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술과 고기를 잔뜩 가져가야 하는 팀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리어카는 정말 좋은 서비스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 공간도 널찍했고 단체를 위한 천막이나 가족단위 행락객을 위한 소형 텐트 모두 나쁘지 않았다. 한강 바로 옆이 아니어서 물을 볼 수 없었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한강변의 탁트인 공간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 인파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

마침 날씨가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기 적당하기도 했지만 숯불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기 좋게 시설이 다 되어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감자도 구워먹고, 각종 건어물도 구워 먹으면서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먼저 일어나긴 했지만 술을 적당히 마신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쯤은 노래도 부르고 있겠지? 모이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좀 있긴 했지만 워낙 유쾌한 사람들인지라 정색하지 않고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정말로 만나기 함든 사람들. :-)

굳이 분류하자면 살면서 제법 인복을 누리고 있다. 많은 사람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까이 지내게 되는 사람들중엔 정말로 진국인 사람들이 많다는 건 어디가서 자랑해도 될만한 복이 아닐까? :-D




2008년 8월 19일 화요일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

지난 8월 7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을 다녀왔다.

사진에 점차 재미를 붙이면서도 막상 사진집을 사보거나 사진전에 다녀오거나 한 적이 없어 정말 잘 찍은 사진에 대해 어떤 경험도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던 사진전이었다. 어렵사리 시간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갔었다.

그리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잘 찍은 사진' 이라는 것이 이런 걸 말하는구나 하는 감탄과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나 Gueorgui Pinkhassov 의 작품이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절제된 빛과 과도하지 않게 그린 색상. 내가 최근 시도하면서 머리속으로 그리기만 하던 이상적인 사진을 그날 눈 앞에서 봤다.



절제된 빛과 과도하지 않은 색상. 별 생각 없이 나간 미팅 자리에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여인을 만난 기분이랄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ps.
확실히 잘 찍은 사진은 모니터로 볼 게 아니라 인화물로 봐야 한다.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블로그,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시차 적응이 안되 4시부터 뒤척이다 결국 30분 정도 후에 침대에서 일어나 버렸다. 그래도 어제처럼 새벽 1시에 눈이 떠져서 괴로왔던 것 보다닌 훨씬 나은 상태다. 어차피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그렇게 일어나서 시간을 때우려 구글 리더를 실행시켰다가 지저깨비님의 언제 어떻게 블로그를 시작하셨나요? 라는 글을 읽었다.

나는 언제부터 블로그를 시작했었지?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2006년 4월 7일에 작성한 블로그 이사 라는 글이 블로그에 포스팅한 첫번째 게시물이었다.

글을 쓰는 것을 워낙 좋아했었기 때문에 훨씬 이전부터 여러가지 형태의 홈페이지를 운영 했었고 그중 마지막으로 유지했던 홈페이지는 지금의 블로그들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아마 그맘때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작은 창 안에 게시판이 바글바글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싫어서 미니홈피 운영을 극구 거부하고 있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딱이라며 줄기차게 블로그 운영을 내게 권유했던 후배의 말을 듣고 무작정 미니홈피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쳐다보지도 않았던 블로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네이버 등등을 거쳐서 여기 블로거에 정착 한 이유는 조금 웃기게도 메일을 통해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개설하고는 조금씩 예전에 작성했던 글을 이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Anecdotist 라는 블로그 이름은 내가 예전부터 내 글을 모아놓던 페이지 이름으로 쓰던 단어였는데 결국 유난히도 좋아했던 그 단어가 내 블로그 이름이 되었다.

2007년 2월 정도에 예전에 썼던 글을 블로거로 옮기는 일을 마쳤다.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마다 그랬지만 약간의 걸러내기를 통해 지워짐을 당한 글들도 있고...그렇게 글을 옮겨놓고 보니 2000년도부터 글이 남아 있었다. 1995년부터 적었던 글들이 전부 남아 있다면 참 대단한 로그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욱해서, 또 한번은 서버 사고로 게시물을 다 잃었던 일만 아니었다면.

전에는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글을 작성할 때마다 잘 정리된 웹페이지로 만들어서 링크를 일일이 걸었기 때문에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았다. 한달에 하나정도? 그러다 보니 마치 수필집 같은 성격을 보여주었었다. 그런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점차 그냥 일상을 끄적거리는, 말 그대로 신변잡기를 적어놓는 공개 일기장 같은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예전의 글과 요즘의 글을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은 그 탓일게다.

어쨌든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블로그라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서비스다. 내 글을 쓰는 것도, 남의 글을 읽는 것도 너무 즐겁다. 내가 블로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실 블로그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잘 정리된 글만 올렸던 블로그 이전 홈페이지 운영 시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문제를 블로그를 하면서 만났고 가장 큰 것은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문제를 깊이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 대해, 어떤 사안에 대해 가볍게 올린 글이 백링크와 트랙백을 타고 소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니까.

나는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한지 만 2년이 되는, 어찌보면 아장아장을 간신히 면한 블로거임에 분명하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블로깅을 즐기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내 이웃들도.

언제 시간을 내서 나도 민트님처럼 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들을 한번 정리해 볼까? 그래봐야 난 한 열군데 정도 밖에는 안되지만. :-)



2008년 8월 16일 토요일

대한민국. "아, 습하다"

오늘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을 다시 밟았다.

농담 1% 도 안보태고 난 비행기로 장거리 여행하는 것이 정말 싫다. 열시간 이상 그 좁아터진 '값싼 좌석'에 앉아 있는 것도 싫거니와 여러시간씩 줄기차게 내리 잘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나에게 통조림 신세가 되어 대양을 건너야 하는 것은 고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그래서 어쩌다 한번이 아닌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분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나야 어쩔 수 없이 가끔 나가야 하니까 그렇다 쳐도 해외 여행 자주 다니는 분들은 안힘든걸까? 난 공짜로 보내 준다고 해도 머뭇거릴 것 같은데.

어쨌든 파김치가 되어 허겁지겁 비행기를 빠져나오면서 받은 첫번째 느낌은, 덥다 가 아닌 습하다 였다. 정말 습했다. 분명 에어컨디셔너가 가동을 하고 있을 공항 청사 내부가....시원하긴 했지만 습했다. 뭐, 비가 오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겠지만.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검색해 보고는 더 습해졌다. 젠장.

아~~~~~~~~~~~~~~~! 젠! 장!

도대체 나라 꼴이 이게 뭐라냐. 미국에 있는 동안 그루지아를 조지아 라고 계속 이야기 하는 양키들 뉴스 보면서 '얘들은 남의 나라 이름도 지들 편한대로 바꾸냐 USA 를 우사 라고 하면 펄쩍 뛸거면서.' 라고 혀를 찼는데 남의 나라 이름 바뀌는거 걱정해줄 처지가 아닌 듯 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길게 말해 무엇하랴. 에휴...덥다 더워.


ps
제명씨, 제가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었던 터라 위니펙 까지는 엄두를 못내겠더군요. 대충...한국에서 LA 가는 것 만큼 이동해야 하지 않던가요?

ps2
기념품 요구? 하셨던 분들. 다음주에 필름 현상하면 괜찮은 사진 있는지 확인해보고 기념품 업로드 하겠습니다. :-)

ps3
대구 이모님. 건강하시죠? 다녀 가시면 흔적이라도 한번 남겨 주세요. 언제 한번 대구에 놀러가야 하는데...시간이 참 나질 않는군요. 날 더운데 건강 잃지 않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2008년 8월 8일 금요일

iPhone 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투자비용

애플에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위해 공개한 SDK 나 이런 것들을 보건데 어렵지 않게 내가 원하는 기능을 아이폰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국내 발매도 코앞에 닥쳤고 국내 발매가 되면 아내가 바로 구입한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에 손에 만지작 거릴 수 있는 아이폰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일.

이참에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나 한번 만들어 보자며 끄적거리려 했는데 이런. SDK 설치시 요구 조건에 OS X 10.5 버전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난감. 집에 있는 아이맥에 설치된 OSX을 버전업 하는데는 학생 할인을 받더라도 13만 5천원이 필요하다. 이런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내와 게임 디자인과 기타 등등을 커피숍에서 한참 토론까지 했는데...

애플에서 배포하는 아이폰 시뮬레이터도 있기 때문에 당장 아이폰이 없더라도 개발은 할 수 있었는데 OS 의 버전에서 걸릴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돈 들여 가면서 해볼만한 취미는 아닌듯 하여 그대로 포기. :-)

ps.
일이 있어 열흘 정도 미국에 다녀옵니다. 그 사이에 포스팅 없습니다.




2008년 8월 7일 목요일

사진 인화물

만 3년만에 사진을 인화했다.

처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봤던 때를 제외하면 이후엔 인화를 하지 않고 현상만 한 후 필름스캔을 통해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모니터로 보는게 고작이었다. 사진관에서 인화하는 비용이 제법 비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웹에 올리고 모니터로 볼 것 굳이 인화를 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료 인화권이 생긴김에 시험삼아 그간 찍은 사진들 중 컬러와 흑백 몇개를 골라 인화를 해봤다.

당혹.

컬러 필름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흑백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필름 스캐너로 스캔 된 이미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약간 조절을 한, 그리고 클럽에서 평이 제일 좋았던 사진은 인화물에선 영 이상했고 별로 기대하지 않고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인화했던 사진의 인화물은 감동이었다.

이렇게까지 느낌이 다르다면 무조건 디지털로 보관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앞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은 인화해서 앨범으로 보관해야 겠다. 가족 사진은 무조건이고. :-)



2008년 8월 6일 수요일

Pen ee-3 첫롤


[Olympus Pen ee-3 | Fuji pro400h @홍대입구]

아내가 들고 다니던 펜삼이로 찍은 사진을 어제 현상해 왔다. 암부 노이즈가 심하다는 것을 빼면 딱히 문제삼을 만한 부분이 없다. 위 사진도 비가 올 때 찍은 것 치고는 잘 나왔다. 노이즈 적은 reala 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한가지 불편한 점은, 엡손 스캐너 번들 프로그램이 반컷씩 나와 있는 필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실버패스트로 일일이 한컷씩 끊어서 잡아줘야 스캔이 가능하다는 사실. 이게 사실...조금 큰 문제다. 못할 건 없지만 그 많은 컷을 전부 수작업으로 스캔해야 하다니. 더욱이 색감이나 화질 등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찍는 컷들이 대부분일텐데. 위 사진 말고도 잘나온게 많을텐데 어제 단 세컷 스캔하고는 스캐너를 덮어서 다른 사진이 어떤지는 아직 모른다.

어쨌든 결과물에 대해선 난 제법 만족하고 있다. 뭔가 간편하게 스캔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할텐데.


2008년 8월 5일 화요일

Natura Classica

어떤 물건에 대해 욕심을 심하게 부리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몸살나게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 한달정도 전부터 편하게 들고 다니는 필름 똑딱이 카메라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은 것. 며칠전에 구입한 Olympus Pen ee-3는 아내의 전용기로 쓰일 것이라 내가 늘상 지니고 다니면서 가볍게 쓸 수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찾던 중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제품은 Contax T3 였는데 가격 알아보고는 깨끗하게, 정말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금 리스트를 뽑아놓고 뒤적거리던 중 지난달 말 하나의 모델로 마음이 고정되었다. Fuji 사에서 생산중인 Natura Classica 가 바로 그것.

경제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되는 내년으로 구입을 미루고 있는데 몸살나게 당장 지르고 싶다. 올해 이런저런 카메라 수리비로 돈이 많이 지출되지 않았다면 벌써 질렀을텐데. :-(



2008년 8월 4일 월요일

황정민 나쁜놈

내가 배우 황정민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뭔가 나쁜 행동 한것을 알아서 쓴 제목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DVD 를 한편 봤다. 제목은 '행복'. 임수정과 황정민 주연의 영화로 내가 개인적으로 괜찮게 생각하는 두 남녀 배우가 주연이어서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영화를 보다 황정민이 연기한 영수라는 남자에게 화가나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중간에 DVD 를 꺼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보지 않았다. 감정 이입도 이런 감정 이입이 없다.;;

더이상 보다간 손에 잡히는대로 화면을 향해 집어 던질 것 같았다. 그래서 꺼버리고는 계속 화가 가라앉지 않아 중얼중얼 거렸다.

영수 이 나쁜놈 같으니라구.

문제는 마음 껏 욕하면 깨끗할 것을 어찌보면 너무 순박하고 우유부단한 영수라는 인물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해 하고 있으니 마음껏 욕을 퍼부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보자니 부글부글 끓어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순박하면서 나쁜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영화 속에선 분명 존재했었고 그 모습이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황정민이 너무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날 이토록 화가나게 만든,

황정민이 나쁜놈이다.

결코, 임수정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음..그런데, 황정민이 연기했던 남자 이름은 영수인데 임수정이 연기했던 여자 이름이 뭐였지???




2008년 8월 3일 일요일

두런두런


[Pentax KX | Ilford delta 400 @일산 호수공원]

내게 이야기 하는 네 목소리가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이 즐겁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2008년 8월 2일 토요일

낡은 그리고 느린 사람들



필름 카메라를 쓰다보면 답답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필름 한 롤을 아직 다 찍지 않았는데 갑자기 ISO 수치를 바꾸고 싶다거나, 흑백과 컬러를 전환하고 싶다거나 하는 등은 대표적인 답답함이다. 하지만 필카를 어느정도 쓰다보니 이런 부분은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필름을 종류별로 갖고 다니면서 물려있는 필름을 살짝 말아서 찍은 컷수를 기록해놓고 다른 필름으로 교환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그 필름을 물려서 전에 기록해 놓은 컷 수 만큼 공셔터를 날려주면 그만. 나는 만약을 위해 한컷 정도 더 날려주기 때문에 약간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보통 ISO 를 바꾸거나 흑백/컬러 변환을 하고 싶은 상황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필름은 롤단위로 움직인다' 는 법칙. 구매도, 필름은 현상도 모두 롤 단위로 움직인다. 필요한 것이 한 컷 이라도 한롤을 구매해야 하며, 한 컷만 찍었더라도 현상하기 위해선 한롤을 다 현상해야 한다. 구입에선 사실 별로 문제될 것이 없으나 현상할 때는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여행을 가서 스무컷을 찍었다면 필름은 아직 16컷을 더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을 당장 보고 싶은데 16컷을 또 언제 찍을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찍거나 그냥 필름을 빼서 스무컷만을 현상하기엔 돈이 아깝다. 필름 가격도 가격이지만 현상료도 무조건 한롤 단위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돈을 버리는 경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시간. 필름은 현상과 인화(디지털 인화 혹은 아나로그 인화)를 거쳐야만 사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똑딱이로 사진을 시작한 내게는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참 힘들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다음날이 되서 사진관에 갈 때까지, 혹은 여유가 안되 주말에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난감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두가지 경우가 필름을 쓰면서 내가 겪은 가장 곤란한 경우였다. 그런데 쓰면서 점차 이 상황에 적응하는 나를, 그러면서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변화를 한단어로 요약하면 '느려졌다' 는 것.

필름 한롤을 다 찍지 못했다면 어떻게든 빨리 찍어 버리거나 포기하고 현상하려 들지 않고 나머지를 찍을 기회가 올 때까지 그냥 카메라에 물려둔다. 급히 빼낸 필름을 들고 현상소로 정신없이 달려가기 보다 현상에 들이는 수고를 덜기 위해 다 찍은 필름 몇롤이 모일 때까지 냉장고에 보관해둔다.(필름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오늘 찍은 사진은 오늘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다 찍고 현상도 다 마쳤을 때 한다. 그러면서 점차 사진을 당장 확인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비단 나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것이 필름이 우리에게 주는, 아니 강요하는 하나의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죽기 살기로 서둘러야 한단 말인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일에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여유있게 기다릴 필요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일까? 같은 펜탁스 카메라 사용자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필름 유저들이 많은 펜탁스 클럽과 디지털 유저들이 많은 펜탁스 포럼 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디지털 유저가 많은 펜탁스 포럼이 조금 더 붐비고 빠르다. 더군다나 기종 불문 디지털 사진가들을 위한다는 SLR클럽 과는 똑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클럽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비교하는 것 조차 난감하다. 어느쪽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갤러리에 올라오는 회원들의 사진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듯 하다. 나는 펜탁스 클럽의 느린 분위기가 좋고 사진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그 사람들의 여유가 좋다.

필름을 즐기는 사람들은 조금 낡았다. 그리고 딱 그만큼 느리다. 내가 필름 카메라 유저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사진출처 : Slowly Real Eyes <http://junni.wordpress.com/2008/01/25/korean-film-festival-guide-2008/>]




2008년 8월 1일 금요일

올림푸스 PEN EE-3 영입하다























성능좋은 카메라는 좋다. 하지만 무겁고 큰 고성능 카메라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은 부담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쉽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가 더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멋지고 잘 찍은 사진보다 소소한 일상을 필름에 담는 것을 즐기는 아내는 그 절실함이 나보다 더했으리라. 그래서 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토이 카메라나 똑딱이 필카를 보면 갖고 싶어 했다.

오늘 드디어 올림푸스 pen ee-3 를 입양하는데 성공했다. 하프 카메라의 대표격인 이 카메라는 독특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인해 아내가 눈독을 들이던 카메라였다. 선물 들어 있으니 필름 가방 열어보라는 내 말에 서둘러서 필름 가방을 열었던 아내는 잠시 눈만 껌뻑 거리고 카메라를 쳐다보더니 이내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그래...내가 그 심정 알지. :-)

그나저나 집에 적당한 iso 400 짜리 필름이 없어 Fuji pro 400h 를 넣었는데 72방이나 되는 걸 언제 다 찍을지 의문이긴 하다. 항간에 떠돌듯이 현상했더니 4계절이 담겨 있더라 는 상황이 되는 건 아니겠지. :-D

덧글.
후배가 똑딱이를 왜 필카로 사냐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설명하기 조금 어렵다. 손바닥보다 작은 똑딱이 디카들이 훨씬 편한건 알지만 누가 뭐래도 그냥 필름이 좋은걸 뭐라고 설명 하겠는가. 그냥, 낡은 필름 카메라가 좋고 또 무엇보다 필름의 감성이 좋다. 나도 그리고 아내도. :-)


[사진출처 : 북극개집 http://dtoh.egloos.com/1501102 ]



2008년 7월 31일 목요일

세상, 여름을 찾다


[Pentax KX | Fuji reala @일산 호수공원]

'덥다'는 사실은 인지하더라도 사실 '여름' 자체를 인지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주위에서 여름은 단지 덥다는 사실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마, 매미소리, 풍성해질대로 풍성해진 나무그늘 아래에서의 휴식,휴가,우산,낮잠,시원함...그리고 여행까지.

우리에게 있어 여름은 단순한 더위가 아닌 무수히 많은 것들의 복합체로 존재한다. 온 세상을 뒤덮는 매미 소리를 듣고 감탄사와 함께 '여름이구나' 를 내뱉는 순간, 퍼붓는 장마에 의해 생긴 물구덩을 뛰어넘는 순간, 흰 포말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를 찾아 도착한 해변을 바라보는 순간, 바로 그 모든 순간부터 '덥다'는 짜증은 '여름'으로 바뀐다.

난 항상 매미 소리로 부터 여름을 인지한다. 유난히 장마답지 않은 장마 기간이 지났고 예년과 달리 들쑥날쑥한 더위와 예보는 커녕 실황중계도 제대로 못하는 기상청 덕분에 조금 어색하게 맞이하긴 했지만, 그래도 온 세상이 매미들의 울음소리로 뒤덮여 있고 바람 좋은 날엔 나무 그늘로 눈길이 향하는 것을 보면

2008년 7월의 마지막 날. 이제서야 세상이 여름을 찾았다.



2008년 7월 30일 수요일

블로그 템플릿 변경

사진을 블로그에 포스팅 하면서 항상 블로그의 좌우 넓이가 불만이었다. 피카사웹에서 제공하는 웹용 링크 크기중 가장 보기 좋은 크기가 800px 인데 이정도 크기의 사진을 넣을 경우 블로그가 꽉 차는 느낌에 조금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다 문득 얼마전 지저깨비님의 블로그 템플릿 변경했다는 글이 생각났다. 어차피 구글 리더로 구독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넘어갔었는데 오늘 그 글이 생각나면서 심플 템플릿에 하단을 다단으로 나누는 방식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났다.

예전 글을 쉽게 접근하기 위한 블로그 아카이브, 댓글 다는 것을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명록은 분명 필요했기 때문에 없앨 수 없어서 블로그 아래에 다단을 만드는 방식은 내 요구와 주위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판단 되었다. 아직 완전히 고친것은 아니고 조금씩 수정해야 하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완전히 지저깨비님 블로그를 따라하는 형식이 되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마음에 들면 됐지. 30분 정도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여서 고치고 났더니 제법 마음에 든다. 뭐, 블로그 디자인을 놓고 잔소리 할 사람이 몇명 떠오르긴 하지만 내 집 내가 고치겠다는데. :-)

사실 제일 카피하고 싶은 블로그 디자인은 나무님 블로그. 템플릿 카피해다가 좀 손봐서 좌우 폭 제한만 없게 만들면 좋겠는데. 혹시 달라면 주실런지 모르겠다. :-D

덧글.
요즘 몸이 무척이나 힘들다. 그래서인지 마음도 무척 힘들다. 블로그에 게시물을 쓰는게 2주만이라는 사실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대부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기에 글이 없었으니까. 어서빨리 회복되어서 다시금 블로그에 글을 꾸역꾸역 밀어넣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Update 2008.7.30. PM 10:48
지저깨비님의 도움으로 인라인 코멘트 폼 도입 성공! 이 포스팅 제목을 클릭해서 개별 페이지로 들어가 보면 인라인 코멘트 폼을 볼 수 있음.

Update 2008.7. 30. PM 6:50
방명록 없앴음. 노구야, 너만 적응하면 된다. ㅡ_ㅡ;;; 댓글쓰기 가서 이름/URL 클릭해서 이름 적고 위에다 댓글내용 적으면 된다. 널 위해서 스패머를 위한 확인 기능도 꺼놨으니까 어여 적응하렴. 영 적응 안되면 원상복귀 시켜 놓을게. :-)


2008년 7월 15일 화요일

KX 노출계 사망

32년 된 내 Pentax KX 는 노출계가 유일한 전자 부품이다. 나머지 부분은 전부 기계식이라 마땅히 고장날 가능성도 없지만 전자 부품인 노출계 만큼은 고장날 수 있다. 문제는 이 노출계가 고장날 경우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수리할 수도, 교체를 위한 부품을 구할 수도 없다. 멀쩡한 KX 를 구입해서 노출계만 떼어와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그 노출계도 30년된 녀석들일테니 언제 고장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되지 않는다.

그 노출계가 사망했다.

마음의 준비를 늘 해왔었고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예상도 했었지만 막상 그런 일을 닥치고 보니 마음이 참 묵직하다.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기 때문이리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던 그 순간이 떠올라 어제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노출계가 고장나면 사진을 찍기 위한 적정 셔터속도와 적정 조리개값을 알 수 없다. 노출계가 고장났다고 해서 아버지의 유품인 카메라를 버릴 수는 없으니 굳이 사용하겠다고 하면 방법은 두가지.

첫번째는 뇌출계라고 불리는...소위 말해 내 스스로의 판단으로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을 정해서 찍는 것. 밝은 낮에 스냅사진 같은거 대충 찍는 수준이라면 가능하지만 내가 즐기는 복잡한 노출 환경에서의 촬영은 프로가 아닌 이상 불가능에 가까운 고난이도 촬영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두번째는 VC meter를 구입하는 것. 카메라에 거추장스럽게 달아야 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노출값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단은 노출계 없이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내 뇌출계 성능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


2008년 7월 14일 월요일

사냥

나는 논쟁을 즐기는 편이다. 논리를 구성해서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즐겁고 상대방의 치밀한 반박도 즐겁다. 때문에 난 상대방의 주장이 옳다고 여겨지면 깨끗하게 승복할 줄도 안다.(어렸을 땐 잘 안됐지만..)

그런데 다른이와 토론을 할 때 나오는 나쁜 버릇이 있다.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판단되거나 조금전 주장과 모순되는 주장을 그저 자기 변명을 위해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 즉시 상대방을 사냥하려 드는 버릇이 바로 그것이다.

나도 느낀다. 말로 상대를 사냥하려 들때의 내 주장은 날카로운 흉기 같아서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켜보는 이들 조차도 위화감을 느낀다는 것을. 그리고 제3자가 그 논쟁 자체를 억지로 중단시키지 않는 한 상대방이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은채 몰아부친다. 말 그대로 사냥하려 든다. 논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으나 결코 현명한 대화방법은 아니다.

억지 논리를 가져다 쓴다는 건 상대방 스스로도 자신이 틀린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므로 그 틀린 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공격하면 논쟁에서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상대방 스스로도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냥하려고 들지 않아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뜻도 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상대를 사냥하려고 들어서는 결코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승복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잘 알고 있던 사실이고 항상 잊지 않으려 애쓰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도 한명을 말 그대로 '사냥'하려 들었다가 중간에 다른 이에게 제지 당했다. 그런데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냥감을 빼앗긴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면서 분을 참지 못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입 끝에 걸린 '촌철살인의 한마디' 를 어려움 없이 삼킬 수 있지 않는 한 다른이와 논쟁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던 노력이 오늘도 무너졌다. 바보같은 최기영.

2008년 7월 7일 월요일

아내의 생일

7월 7일.

아내의 생일이다.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생일상을 차려주겠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아마 지난 달 내 생일때 너무 바쁜 회사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해 절절매는 아내를 보면서 차마 챙겨달라고 할 수가 없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고 했더니 그때일이 생각나서 똑같이 행동하는게 아닐까 싶다.

아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오늘 무엇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 며칠 전부터 계속 고민중인데 마땅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퇴근까지 앞으로 대략 12시간. 계속 고민해 봐야겠다.

2008년 7월 5일 토요일

희망


[Pentax KX / Kodak GA36 @한양대학교]

희망이라는 글자를 적어본다.

글자로는 존재하지만 우리는 희망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묘사할 수 없다. 은유와 비유 혹은 사건에 대한 예시를 들 수는 있어도 희망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없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므로.

직접 설명할 방법이 없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포근함이 있기에 희망이라는 말은 눈물을 머금은 기쁨을 가져온다. 언젠가 양귀자님의 소설 '희망' 을 읽으면서 처절한 현실에 그리고 그 구렁텅이에 깃드는 너무나 미약한, 그러나 포근한 희망의 느낌에 책을 덮고 한참을 펑펑 울었던 생각이 난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너무나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계단참에 주저앉아 머리 위 가로등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짓고 말았다. 희망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래야 한다.

빙그레 미소짓고 있는 얼굴을 양손으로 몇번 문지르고 나서 무릎을 집고 일어선다.

2008년 6월 24일 화요일

자물쇠


[Pentax KX / Reala @경복궁]

자물쇠.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상반된 의미로 다가오는 물건. 지금은 내 마음을 닫아놓을 시기인 듯 하다.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야경


[Pentax KX / Ilford delta 400 @부산 자갈치시장]

온갖 색의 조명이 번쩍이는 도시의 야경은 화려하다. 반짝이고, 움직이고, 색을 바꾸며 밝게 빛나는 온갖 조명들의 향연은 하늘의 별빛을 쫓아 버렸을지는 몰라도 도시의 밤을 매력있게 만든다.

그러나 그 모습에서 색을 제거하고 나면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알록달록한 화려함 대신 보는이로 하여금 잠시 말을 멈추게 만드는 차분함이 자리를 잡는다. 화려함이 주는 날카로움이 없다고 해야 할까.

많은 일에 지치고 실망하고 있는 요즘 1박 2일 정도라도 어딘가 여행을 다녀왔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2008년 6월 11일 수요일

존경받아야 할 대한민국 시민들의 자제력

오른쪽...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왼쪽...


이만한 군중이 모였음에도 폭동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군다나 그러한 일이 한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울 따름이다. 경찰의 통제력을 벗어날 정도로 많은 수가 모인 군중은(더군다나 동일한 불만을 갖고 모인) 그 자체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으며 그 파괴력을 휘두르는데 별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LA 흑인 폭동을 떠올리면 간단한 사실. 아무리 경찰이 컨테이너를 쌓아놓는다 하더라도 10만이 넘는 인원이 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그 벽을 허무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군병력을 합쳐봐야 60만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적과 같은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한달간 보여준 대한민국 시민들의 자제력은 존경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 자제력으로 억눌러 온 힘을 인정하고 정치권에서 결단을 내릴 차례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전부 예수님, 부처님들만 사는 곳도 아니고...인간의 자제력이란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ps.
그런데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국민을 사탄이라고 칭하지 않나...-_- 그래놓고는 문제가 되자 일상적인 기도문일 뿐이라? 아무리 기도문의 형식이 천주교에 비해 많이 자유로운 개신교라 할지라도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 는 말이 일상적인 기도문일 수는 없는 것 같다.

2008년 6월 10일 화요일

기영's BD

생일이다.

사실 별 거 없는 날이다. 솔직한 말로 생일은 내가 아닌 부모님들이 축하받아야 하는 날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몸살나는 친절한 주변인들에 의해 챙겨주겠다는 걸 왜 마다하냐는 질책을 많이 들은 요즘이다.

생일이라고 챙겨주는 것이 왜 고맙고 감사하지 않겠는가.

어제 저녁때도 챙겨주는 기쁨을 왜 베풀지 않느냐는 질책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꾸 마다하는 건....음...아니다.

그냥 감사히 축하 받자. 축하 해주겠다는 사람마다 붙잡고 일일이 생각을 설명하고 어쩌고 하는 것도 좀 구차하다. 기뻐해주는 날이니, 순수하게 기뻐하자. ^^

2008년 6월 4일 수요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벨소리

요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의 휴대폰 벨소리입니다.

http://kychoi.googlepages.com/korea-illusionred64.mmf

2008년 5월 28일 수요일

영혼을 팔아버린, 일부 자칭 보수 지식인들을 바라보며

1. 이 땅의 보수를 위해
2. 지식인으로서의 의무

* 혹여 위 두 글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신 분은 이 글이 아닌 해당 블로그에서 직접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5월 26일 월요일

이명박씨, 결국 그가 선택한 사과의 방법이 이건가?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문제로 블로그가 시끄러워 지는 것이 싫어 시사관련 문제는 철저히 다른 곳에만 포스팅 하고 이곳은 내 개인 공간으로만 쓰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 조차도 이명박 정부와 집회에 대한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포스팅 안할 수가 없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순간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경찰의 입장에서 불법집회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도를 넘어섰다. 동영상에서 시위대는 분명 구호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를 진압하는 경찰은 방패날로 시위대를 내려찍고 있다. 어제 저녁에 본 다른 동영상에선 쓰러져 있는 여성을 향해 서너명의 경찰이 곤봉을 휘둘러 두둘겨 패고 있었다. 보고있던 내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시위대에서 무기로 쓰일 수 있는 죽창이나 화염병은 고사하고 돌이라도 하나 던졌다면 난 백보 양보해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해 주겠다. 그런데 이들은 어떠했는가. 그저 초를 들고 경찰을 등지고 앉아 있는 시민의 뒷목을 방패날로 내려찍어 버렸다. 진압용 곤봉으로 무저항의 시민을 두둘겨 팼다.

지금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 이들은 80년대 화염병을 알지 못한다. 90년대 학번인 나도 몇번 본게 고작인 화염병을 그 어린 아이들이 봤을리가 없다. 따라서 곤봉과 방패를 들고 화이바와 진압복(중세 갑옷보다 튼튼한)까지 차려입은 전경과 맞서본 경험이 있을리 없다. 그저 종이에 구호 적어서 흔들고 촛불을 양손에 모아쥐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방패날로 사람을 찍어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경찰은, 그런 아이들을 방패로 후려치고, 찍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방패날에 뒷목을 잘못 찍히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곤봉을 휘두를 때 맞는 사람이 머리를 제대로 감싸지 않으면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을 부릎뜨고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모습에선 그런 부분에 대한 신중함은 보이지 않았다.

공권력은 신중해야 한다. 사회정의를 위해 합법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국민이 허락해준 집단이기에 공권력은 그 폭력을 휘두름에 있어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돌맹이 하나 손에 쥐지 않은 나이어린 시위자들을 향해 총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진압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그러한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언론에서는 체포 과정에 시위대가 폭력을 휘둘러 경찰 7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했다.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방패와 화이바, 진압복까지 갖춰입은 경찰을 맨손의 아이들이 어떻게 다치게 한다는 말인가. 아마 버스에 싣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손에 긁히거나 한게 고작이겠지. 자신들도 민망했는지 '경상' 이라는 단어를 썼다. 곤봉에 머리가 터져 병원에 입원한 여학생이나 방패에 찍혀 다친 시민들, 경찰을 피해 상가에 뛰어들어 숨겨달라고 하는 아이들...광주가 재현되고 있다. 현재 언론들의 철저한 외면이 난 더 기가 막힌다. 인터넷을 그다지 하지 않는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겠지. 그당시 광주 시민들이 얼마나 외로왔을지 상상이 간다.

정부는 점점 시위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에서 비판하던 사람들을 자극해 촛불을 쥐고 거리에 나오게 만들었으며 거리에서 조용히 촛불집회를 하던 사람들을 자극해 도로를 점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거리에 나선 아이들을 죽이려 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을 해본적이 없는 시민들 만큼이나 정부도 그러한 시민들을 진압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일까? 적당히 강력하게 대응하면 움츠러 들 것이라 생각하는 듯한 저 안이한 태도는.

(흥분해서 두드리는 자판이라 다시 읽어보니 글의 논리가 없다. 중언부언. 그래도 수정할 생각은 없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글이 어디 글이던가.)

대중은 우매하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집단의 법칙이니까. 하지만 그 대중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하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면 혼란함속에 방향이 생긴다. 그렇게 생긴 대중의 방향성은 무시하지 못할 힘을 갖고 있다. 만일 점점 커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몽둥이로 다스릴 생각밖에 못하고 있다면 이명박씨는 한 집단의 리더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리더란, '사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주위의 고언을 들을 줄 아는자가 진정한 리더이기 때문이다.

며칠전 이명박씨는 국민과의 소통부재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국민앞에 머리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무릇, 모든 사과라는 행동은 잘못했던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씨는 사과는 사과고 하던 행동은 변함이 없다. 행동의 변화가 없는 사과는 거짓일 뿐이다. 그는 여전히 국민을 상대로(며칠전까지는 초중고생과 투쟁을 했으나 이제는 전 국민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서.

어디 어느선까지 국민들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려 하는지 지켜보겠다.

공연



학부 동아리 후배들이 축제에 주점을 열고 공연도 한다면서 초대를 해 간만에 졸업생들과 한데 모이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언제 저렇게 멋진 후배들이 들어왔을까.

비록 중간에 일어나야 하긴 했지만 좋은 자리를 만들어 준 후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2008년 5월 23일 금요일

...그리고 추억



순간은 명확하다.

기억은 날카롭다.

하지만,

추억은 흐릿하다.

사람을 만나 기뻐하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분노하는, 그 순간은 더 없이 명확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쁜일에 망설임 없이 기뻐하고 화가 날때면 주저없이 분노한다. 하지만 기억은 순간보다 날카롭다. 시간이 흐른 후, 분명 순간보다 명확하진 않지만 순간보다 날카로운 것은 자명하다. 망설임 없이 배설했던 순간의 감정들은 여과없이 시간에 스며들어 기억의 날을 섬뜩하게 세워 놓기에 과거에 대한 기억은 쉽게 가슴을 저민다. 그래서 기억은, 아프다. 줄곧 외면해오다 실수로 판 잠깐의 곁눈질로도 아프게 베인다. 우리가 기억을 외면하거나 그 상처에 아파는 건 그때문이다.

하지만 추억은 흐릿하다.

꼭 아름다워야만 추억은 아니리라. 시간의 세례를 받아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기억은 그 자체로 추억이 된다. 두 눈 부릅뜨고 똑바로 바라봐도 그저 피식 웃어버리는 웃음만 날 뿐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곁눈질로도 아프게 베이기에 제대로 직시하지도 못했던 일이 아무리 똑바로 쳐다봐도,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살펴보아도 아프기는 커녕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날카로움을 잃은 기억은 흐릿함으로 그 의미를 강제한다.

그래서 터무니 없게도 흐릿함은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분명 너무나 아파했고 분노했던 기억임에도 흐릿하게 떠오르는 추억은 안타까움을 이끈다. 그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제 허탈해진다. 도대체 기억이란 무엇이고 추억이란 무엇인가. 분노란 무엇이고 안타까움이란 무엇인가.

그래, 기억이라는 존재는 어차피 그 순간의 감정에 의해 해석되는 과거의 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리라. 그리고 추억은 그렇게 잊혀져 가는 감정에 대한 우리의 안타까움일 것이고.

잠을 자지 못한지 40시간은 된 것 같다. 수면 부족이어서 그런지 자꾸 몽롱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통해 엉뚱한 생각을 펼쳐 놓는 듯.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기억...추억? 훗.

이 글을 읽는 모두, 행복한 밤이 되길. :-)



2008년 5월 21일 수요일

뒷모습


@충무로, 수타면을 뽑는 주방장


처음엔 촬영하는데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인물의 뒷모습을 찍기 시작했었다. 아무리 촬영을 허락받고 한다 하더라도 정면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뒷모습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허락을 해주기 때문에 정면보다는 뒷모습 촬영이 쉬운게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뒷 모습이 뷰파인더를 지나 내 가슴으로 와 닿고 있다. 표정이 없기 때문에 뒷모습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눈이 없기 때문에 뒷모습은 상대를 보며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

사람의 뒷모습에는 남을 의식하지 않을때 드러나는 그만의 온전한 모습이 담겨 있다.

2008년 5월 20일 화요일

쓰촨성 대지진. 중국인들의 비극을 애도한다

동아일보 : 잔해더미 속 모성애 死神도 고개 숙이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이런저런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는 타국의 사람들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과 우린 같은 '사람' 이라는 것. '사람' 이라는 대전제 앞에 국경, 인종, 종교, ... 우리를 구분지을 수 있는 모든 경계들은 의미를 잃는다.

저들의 비극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2008년 5월 18일 일요일

사랑은 비를 타고

사촌동생 우정이가 아내와 함께 보라며 준 티켓으로 정말 오래간만에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봤다. 운좋게 걸린 그 뮤지컬은 '사랑을 비를 타고'. (링크는 이번에 본 공연에 대한 내용은 아님)

몇해 전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아마 초창기 공연때 였을 것으로 기억한다. 한 12년이나 13년 사이일 것인데 잘 모르겠다.) 오래전에 한번 본적이 있었던 공연인데 공연시작 전까지 장면이나 스토리 등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새로 본다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래도 중반부 부터는 모든 스토리가 기억나서 예전 공연과 비교해가며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과 출연진, 연출가에 따라 전혀 색다른 작품으로 해석되곤 하는게 뮤지컬이니 만큼 어느 공연이 더 좋았다는 식의 단순비교는 의미없는 일이다. 양쪽이 모두 특색이 있었고, 즐거웠다.

아내와 나 모두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여차저차한 이유로 요즘에는 공연을 자주 접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비가 내리는 날씨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즐거운 뮤지컬을 볼 수 있게 되어 정말로 고마웠다. 우정양 땡쓰. ;-)

2008년 5월 9일 금요일

결혼식 사진 찍기



지난 연휴에 결혼식 스냅 사진 찍을 사람이 없다며 결혼식 3시간 전에 다급하게 전화해서 촬영을 부탁한 친구 때문에 그토록 하기 싫었던 결혼식 스냅 촬영기사 노릇을 했다. 이런저런 사건이 좀 많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촬영은 했고 두번 다시 남 결혼식 메인 스냅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찍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누군가에게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단 한번뿐인 행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실이 주는 부담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필름 현상을 기다리면서 혹여 사진이 잘못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때문에 꿈까지 꿨다.찾아온 사진들이 전부 꺼멓게 나와서 망연자실 하는...)

재미있는 사실은 사진을 놓고 의견을 물어봤을 때 평가자의 성별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사실이었다. 내 주위 남자들은 모두 위에 올린 사진과 같이, 신부의 목선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약간은 신비롭게 표현된 사진들을 선택했고 여자들은 모두 신부의 얼굴이 예쁘게 나온 사진을 선택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도 신부 사진을 찍을 때 주력한 건 보일 듯 말듯하면서도 아름답게 선이 표현되는 사진을 담기 위해 애썼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 되었다. 그런 사진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사진이지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진은 아니라는 것.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 걸 남자보다 여자가 더 신경쓴다는 사실이 좀 신기. 신부화장은 여자들을 위해, 웨딩 드레스는 남자들을 위해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샵에 필름스캔을 맡겼는데 엉망으로 나와서 집에서 일일이 자가스캔 하고 있다. 먼지만 아니면 직접 해도 되긴 할텐데...먼지와의 싸움이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