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서해




주말을 이용해서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서해 남당리에 다녀왔다. 유달리 대하회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결혼 기념일 여행으로 다녀온거다. 결혼기념 여행이라면 둘이 가는게 보편적이지만 청주에서 늘 혼자 지내시는 어머니께서 평소 우리와 함께 어디든 여행을 다녀오시길 원하셨던게 기억나 마침 토요일 시간이 비는 걸 이용해 새벽같이 청주에 내려가 모시고 서해에
함께 갔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내 제안에 군말없이 방긋 웃으며 따라준 아내에게 너무가 고마운 하루였다.

그 고마움에 앞에 앉아계신 어머니께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어도 대하회를 좋아하지만 스스로 껍질을 벗기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대하를 거의 입대 대지도 않고 쉴새없이 껍질을 벗겨 아내 앞접시에 놓아줬다. 2년전에 서해에 왔을때도 난 거의 먹지도 않고 아내에게 껍질을 벗겨줬던 생각이 났다.

착하고 현명한 아내와, 누구 못지않게 까다로우시고 너무나 정확하신 성격임에도 며느리에게 만큼은 한없이 자애로우신 어머니.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내 가족을 바라보며 내가 참 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물론 내 어린시절에 지금 당신의 며느리를 대하시는 것처럼 그럴수도 있다는 끄덕임으로 어머니께서 날 키우셨다면 조금 더 숨통이 트이는 어린시절이었을 거란 투덜거림도 살짝 해본다. 너무나 자로 잰듯한 생활을 강요하셨던 터라.)

이제 12시간 후면 결혼식을 올린지 2년째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

결 혼한 지 2년. 날 가만히 지켜보면, 결혼식 올리고 다음날 서툰 운전 솜씨로 조수석에 아내를 태우고 청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던 그 순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은근히 물어본, 내게 서운했던 거나 고쳤으면 하는 것을 이야기 해보라는 말에 그런거 없다는 아내.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방도가 없지만 분명한 건 나는 내 아내에게 서운했거나 고쳤으면 하는 점이 단 한가지도 없다는 사실이다. 서로가 그렇기 때문에 연애하면서부터 결혼후 2년이 지나기까지 단 한차례도 싸우기는 커녕 의견 충돌로 서로 얼굴을 붉힌 적조차 없는 것이겠지만.(한번쯤 일부러라도 긁어보고 싶다. 화가난 내 아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정말 궁금하다.)

워낙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아내가 최고의 상대여서 그런 것도 있고 어지간한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내 성격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난 누군가 내게 내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도 아마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 삶은 분명 달라질 것. 그렇게 되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사람과 다시 결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수십년동안 세명 이였던 우리 가족이 딱 한달간 네명이었던 그 시절. 언젠가 내가 내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다시금 네명, 다섯명이 되겠지만 결코 비교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그 네식구였던 그 시절. 돌아간다면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2006년 10월 27일 금요일

중얼중얼




누군가 내게 무슨색을 좋아하느냐 라고 물어 본다면 난 두 말 없이 오렌지 색을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오렌지 색을 떠올렸을 때는 늘 기분이 우울했던 때였다. 기분이 우울했기 때문에 색이라도 좋아하는 색을 떠올리고자 했던 것인지.

이번 추석때 처음 마셔봤던 16도 짜리 산사춘도 오렌지 색에 가까운 진한 빛이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14도 짜리 산사춘하고는 빛깔부터 달랐다. 맛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고. 처가에 선물로 사갖고 갔던 그 술의 맛에 반해 추석 연휴가 끝난 후 둘이 근처 마트를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선물셋트로만 판매를 하는 듯 구할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그 선물셋트라도 구하고자 했지만 그 역시도 살 수 없었다. 내년 설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아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열셋트 정도 사놓자고 하지만 워낙 비싸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쉬운대로 14도짜리 산사춘을 반잔 따라놓고 홀짝이고 있다.

내일부터 모레에 걸쳐 서해로 아내와 둘이 주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예보되어 있다. 이 무슨 날벼락이람.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이 무렵의 꽃지 해수욕장 낙조를 사진에 담을 더할나위 없는 기회라고 좋아했었는데.

이제 삼일 후면, 결혼한지 어느덧 2년째가 되는 날이다. 일은 여전히 정신없이 바쁘고 시간은 부족하다. 억지로, 정말 억지로 오늘처럼 시간을 내서 술한잔 홀짝이면서 키보드 두드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지.

최근들어 너무나 머리속이 뒤틀려서는 글이 써지질 않는다. 그래도 답답할 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게 어딘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2006년 10월 24일 화요일

Flickr!

사진 관리는 매킨토시에 탑재되어 있는 iPhoto 를 이용해서 정리하고 있고
외부에 보여주는 갤러리로는 야후에서 운영하는 flickr 를 이용하고 있다.

Flickr 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면 한달에 20MB 의 용량제약을 걸어놓고
있지만 내가 뭐, 한달에 수십장씩 업로드할 사진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웹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리사이즈 한 파일이
용량이 크다고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문제는, 사진을 선택했을 때 기본적으로 보여지는 크기가 flickr 서버에서
자동으로 리사이즈 한 medium 크기의 사진이라는 거다. 좀 화면 가득
사진을 띄우고 싶으면 꼭 우측에 있는 See different sizes 를 선택해서 large
를 클릭해야 한다는 거다. 요즘이 무슨 14인치 모니터 시대도 아니고...
이거 하나가 아쉬운데, 참 많이 아쉽다. 설정을 변경하는 것도 허락하질
않으니 거참. ㅡㅡ^


2006년 10월 20일 금요일

음반주문

지난 몇개월간 망설이다가 결국 아마존에서 음반을 주문했다.

다름아닌 Karajan: Adagio

같은 이름으로 두번째 앨범이 나왔으니 1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
Berliner Philharmoniker 의 연주로 녹음된 앨범이다!!!

언제쯤 도착할런지.

국내 온라인 음반 판매사들에 대한 불만.

제발 음악가와 제목만 나열하지 말고 제작과 녹음을 어디서 누가 했는지도

자세히 적어 줬으면 좋겠다. 특히나 클래식 음반들에 대해선!

가수와 작곡가, 제작자가 대부분 살아있는 가요 음반과 달리 역사가 있는

클래식 음악들은 누가 지휘했고 어느팀이 연주했고 누가 녹음을 맡았는지가

무척이나 중요한데 그런 정보들을 알려주질 않으니.

결국 만원이나 더 내고 해외주문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


2006년 10월 9일 월요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추석 연휴 내내 공지영 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잡고 시간을 보냈다.
운전하랴, 친척들에게 인사 다니랴, 친구들 만나랴. 읽을만한 시간은 그다지 없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잠깐씩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오늘 아침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조차도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읽지 못했다. 다름 아니라 끝 무렵에 주책 없이도 눈물이 펑펑 쏟아지려는 느낌에 당혹해 지하철 천정에 붙어있는 형광등에 문제라도 생긴양 뚫어지게 위로 고개를 젖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란더즈의 개, 어린왕자, 새들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운다...그리고 또 뭐가 있었더라. 여하튼 책을 읽다가 눈물을 쏟을 뻔 했던 적이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없었다.

누군가를 증오 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 지난 몇 년간 내 삶을 지탱하는 것 중 하나는 특정인에 대한 증오였다. 그랬기에 이 책은 참으로 읽기 어려웠다. 매끄러운 문체, 어렵지 않게 스며드는 어휘. 그런것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잘 쓰여진 문장들이 내게 강요하는 바로 그것이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들었다. 증오 그리고 용서.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단어와 문장들을 억지로 꾸깃꾸깃 우겨넣으며 그처럼 열심히 읽어 나갔는데, 그러느라 시간을 너무 써버려서 연휴가 끝날 때 까지도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아직 다 먹지도, 먹은 것을 소화하지도 못했는데 나는 일상으로 내던져 지고 말았다. 지하철 역을 나와 연구실로 올라오는 5분동안 나는 빠르게 현실로 스며들어 가고 있었다. 길 옆을 덮은 수많은 플랭카드들. 누군가에겐 영어의 자동사와 타동사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일테고 누군가에게 FTA 는 절대로 막아야 하는 인생의 한시적 타도 대상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일상들 속에서 나 역시 재치와 욕망이 수식으로 점철된 내 일상을 찾아내야만 했다.

며칠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그래서 책을 덮고 그 내용을 소화시킬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소용 없어지고 말았다. 언제쯤 다시금 문장을 곱씹으며 소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 아쉬운 순간이다.

2006년 10월 4일 수요일

거기까지

아~~~~~함.

거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