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6일 토요일

필름


좋아하는 미술가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몬드리안을 꼽는다.

그렇다고 몬드리안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composition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 시리즈에 담겨있는 색의 조합은 정말 멋진 유희다. 그렇지만 내가 그림으로 그의 작품을 흉내낼 수는 없는 일이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색의 조합은 사진이 유일하다.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아버지께서 수십년 전에 쓰시던 pentax KX 로 당연한 말이지만 필름을 사용하는 SLR 이다. 오랫동안 사용 안해서 배터리 접지 부분에 녹이슬어 노출측정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 흠이 있지만 그럭저럭 잘 사용할 수 있다.(시간 여유가 된다면 한번 A/S 를 받아야 할텐데.) 한가지 문제라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매우 훌륭한 스캐너가 주위에 없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가 담아내는 사실적인 색감을 전혀 디지타이즈 할 수 없다는 사실. 위의 두장 사진역시 현상,인화를 거친 원본 사진의 색감에 비하면 정말 칙칙하게 스캔이 됐다. :-(

그렇다고 좋은 필름 스캐너를 사자니 괜찮은 DSLR 바디를 살 수 있는 돈이 나온다. 화각이나 색감 면에서 DSLR이 SLR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분명하지만 raw 이미지로 펑펑 찍어댈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필름스캐너냐 DSLR 바디냐. 색감이냐 비용이냐. 어려운 문제다. :-(

2006년 8월 24일 목요일

타이레놀

계절 중 여름이 무턱대고 좋았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군입대 전까지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엔 여름이 좋았다. 아마도 그 시기가 가장 고민이 없었던 때가 아닐까 싶다. 아예 없었다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그래도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며 뛰고나면 간단하게 잊혀지는 그런류의 고민 수준에서 그쳤던 것들 뿐이리라.

름이 싫다. 왜? 라고 물어본다면 딱히 이유를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내가 여름이 싫다고 말했을 때 이유를 물어본 사람도 주위에 없다. 공감하거나, 공감의 필요성을 못느끼거나 혹은 무관심 하거나.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 내 행동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나도 혹은 다른 사람들도 인식하는 일이기 때문이겠지. 여름이 싫다. 땀에 범벅이 되어 움직이는 것도 싫고 에어컨 바람도 싫다. 땀 한줄기로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의 수가 점차 늘어난다는 뜻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차 적응을 못해 늘 새벽에 잠을 깨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번 여름은 상당수의 날을 새벽에 깨서 잠을들지 못해 고생을 했었다. 2,3시쯤 잠이 깼다가 간신히 잠이 들면 4,5시고 결국 아침에 늦어서 허우적 거렸던 날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즘은 그래도 5시 정도 까지는 시체처럼 잠을 자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걸까. 그렇지만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요즘 같아서는 일찍 일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생각과 상념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게 뻔한 일. 그렇다고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도 힘들다. 대화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게 노력해야 가능한 상황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은 노역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참.... 굳이 따지고 들자면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고민이 이제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듯 하다. - 그렇게 믿고 싶다. 지금이 절정이라고. - 아마, 그래서 요즘 두통이 멎지 않는 것이겠지.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 이틀전에는 타이레놀을 샀다. 태어나서 처음인 듯 싶다. 두통을 견디지 못해 내가 약국에 들어가 두통약을 산 것이. 한손에 들어오는 타이레놀 박스를 쳐다보면서 참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결론은 없다. 지금은 버티기. 그래 버티기.

면서 눈 질끈 감고 버텨야 할 시기가 몇번씩 있어왔다. 이런저런 다 필요없고 절벽끝에 선 사람처럼 온 힘을다해 버티고 서 있어야 할 시기가 있다. 앞으로 일보 전진이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하게 버티고 서 있기. 지금은 버텨내야 할 시기다.

득 지리산 종주가 하고 싶어졌다. 중간쯤 너무 힘들어 졌을 때, 돌아가기 위한 길과 전진해야 하는 길이 엇비슷해서 어쩔 수 없이 버티게 되는 그 산마루 길이 너무나 그립다.


2006년 8월 22일 화요일

대한민국의 공교육

언론을 돌아보면,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그들은 말한다.
한국의 고교생들은 너무나 공부에 치어 산다고. 한국의 공교육은 죽었다 라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그리고 가엾기 그지 없다.

공교육의 개념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한, 대학이라는 것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그네들의 그런 마음가짐을 놓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나 역시 그 나이를 지날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때 내가 했던 공부는 공부도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의 천국이라는 환상을 갖고 미국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아마도 1,2년이 지나기 전에 깨닫게 될 것이다. 한국보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사교육을 하는 나라이며 한국의 고등학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학생이 되기 이전에 이미 대학수준의 과목들을 이수해야 하며 그렇게 통과한 사람들 중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이 50% 가 채 못된다는 절망스러운 상황을. 그때문에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민들도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진실이 알려지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할까?

2006년 8월 9일 수요일

나우누리가 그리운 날

가만히 머리를 들어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젠 몇가지 남아있지 않은 명령어들.

하지만 살면서 종종, 나우누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늘같이.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그곳에 대한 그리움.

아무리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결코 그 당시의 나우누리와 같을 순

없기 때문에 더욱 그리운 것이겠지.

2006년 8월 2일 수요일

열대야증후군 [熱帶夜症候群]

구에게나 무기력함에 한숨을 내쉬다가 저녁을 맞이하는 날이 있다. 그리고 며칠간의 내가 그랬다. 오늘은 그나마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하기는 했지만, 내일도 그래야 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무기력함이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니리라.

랜시간 연락이 끊겨 있었던 친구와 얼마전에 연락이 되었다. 밥 한번 대접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아무말 않고 내 메일 주소만 적어 보냈다. 아직도 내게 미안함을 갖고 있다는 그 친구를 만나 무엇을 하겠는가? 사과를 받을 것도(또 그만한 일도) 아니고 언제쯤이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오래전의 일을 다시금 꺼내들고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그때 이러저러 했었다고 추억을 곱씹을 것인가? 사과하기로 들자면 어디 그 친구만 내게 있을까. 나 역시도 똑같이 고개 숙이고 있게 될것을. 그런 상태에서라면 관심있는 것은 서로의 근황일게 뻔한데 만나서 얼굴을 마주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글로 마주하는 것이 좋을때가 있다. 시간이라는 것은 때론 그런 모습이 어울린다고 나는 믿는다.

늦은 시간까지 잠드는 것을 거부하는 무기력증으로 인해, 그리고 조금 과하게 들어간 알콜의 기운을 빌어 온라인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내 흔적으로 인해 연결 고리가 생겨버린 또 하나의 인연에 불과한 것을. 아무리 더이상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말자며 발버둥을 쳐도, 길가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것 이외에는 사람을 만날일이 없던 지난날들에 비해 온라인이라는 이 곳이 가져다 주는 다양성은 우리를 너무나 쉽게 사람들과 이어 버린다. 그저 나로 하여금 또다시 그렇게 지난날과 마주하게 만든 것이 날 그토록 괴롭히던 무기력 증이라는 사실이 우스울 뿐이다.

대야증후군 [熱帶夜症候群] 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으로 불리는, 간단히 말해 더워서 잠 못자는, 현상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나를 지치게 만드는가 보다. 예년에 비해 유독 길었던 장마를 보상하듯, 딱 그만큼 끈적이며 그만큼 더운(그래서 매미 소리가 더욱 잘 어울리는) 여름이다. 유난히도 여름을 좋아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기엔 일상에서 마주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음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 순간이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지루함 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언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과거와 마주할지 모르는 기대감과 두려움 그리고 설레임이라는 작은 느낌이 가슴 한켠에 살아 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6년 8월 1일 화요일

우울모드

제목 그대로.

우울모드.

아내가 곁에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모르는 밤.

답답하고 슬프고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