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6일 일요일

Kiss the rain

[ Boris Blinov, Rain, 1997]

비에 어울리는 음악은 흔하지 않다.

곧게 내리는 그 형상만큼이나 비는 소리를 동반한다. 창문 너머로, 혹은 캔버스의 저편에서 보여지는 비는 마치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듯 그렇게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리로 모습으로.. 그렇게 비는 우리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가끔씩, 비는 그러한 소리를 내게 보내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정말로 적절한 음악이냐가 어려울 뿐이다. 단순히 비올때 들을만한 음악이라면 당장이라도 수십곡을 댈 수 있겠지만 비오는 것을 보고있는 바로 그 ‘순간’에 어울리는 곡은 그런 음악들 중에서도 그렇게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림속 비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겪는 일상은 바로 그러한 ‘순간’ 이지만 음악은 ‘순간’이 아닌 ‘시간’에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비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은 날은 이처럼 기쁜 것이겠지만.

가을은 비가 온다는 사실이 상쾌함보다는 우울한 분위기를 내는 계절이지만 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으로 비의 소리를 대신하고 누군가와 함께 거리를 거닐 수 있다면, 가을비라는 단어가 주는 감성이 그렇게 우울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Boris의 그림속 두 남녀의 옷차림과 풍경은 쌀쌀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이 그림이 따뜻하게 보이는건 아마, 그 둘이 함께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Kiss The Rain.

언젠가...그 언젠가가 ‘지금’ 이 되는 그 날엔 바람이 불지 않아 곧게 선을 긋는 차분한 가을비가 내리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