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6일 수요일

매미


한달인가 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고. 그러면서 고향 집에서 보이는 곳에 있는 나무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정말 우습게도, 그런 생각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 기다려지던 매미 울음소리, 바람이 불때마다 들려오는 커다란 활엽수들의 음악까지도. 그저 덥다는 생각과, 에어컨 바람이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구실과 집을 오갔을 뿐이다.

깨달음은 순간에 찾아온다.

책을 한권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나오기 위해 도서관의 회전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랄만큼 커다랗게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내 뒷사람이 회전문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내 등을 가볍게 밀 때까지의 그 짧은 시간동안 난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채 멍하니 서있었다. 언제부터 였을까?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매미 울음 소리가 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 것이. 혹시 내가 도서관에 들어갈때까지는 매미들이 울지 않고 있었다가 공교롭게도 내가 도서관에서 나오는 그 순간에 맞춰서 울기 시작한걸까? 상식적으로 그럴 확률은 너무나 작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언제나 그래왔다. 지금 내 방의 달력이 아직도 6월인 것처럼, 난 시간이 흐르는 것에 대해서 무관심 하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만큼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1999년 겨울이 다가오는 것 역시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고 이번에는 2003년의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그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면서야 깨달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달력이 한달전것이니 양호한 편이다. 심할때는 세달 전인 경우도 있었으니까.

시간이 이토록 의식의 뒷면을 타고 몰래 흘러 버린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겁다. 누가 했던 말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은 돌아보며 아쉬워 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지나쳐 보내야 할 대상이다. 어느책에 나와있는 말인지는 아니까 누구의 말인지 마음만 먹으면 정확한 문장과 함께 찾을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다. 시험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온 세상을 덮어 버릴듯이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고향집에 한번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의 토토로 에 나오는 그런 멋진 집은 아니지만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등나무 덩쿨 그늘을 즐길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