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4일 월요일

잠,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

4일째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내가 일어나야 할 시간을 한참 넘기고 있다. 언제 알람이 울었는지, 언제부터 창문 밖에 자동차들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소음이 늘어나기 시작했는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잠에 빠져들어 있었던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것은 매우 깊이 잠든 것이며 그때문에 내가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좀 다른 문제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지만 그것은 분명, 잠이 덜 깨서 일어나기 싫어하는 여느 아침의 느낌과는 다른 것이다. 완벽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난 순간적으로 의식의 세계로 넘어오는데 무언가 찝찝하게 끈끈한 것이 낸 몸 전체에 늘어 붙어서 날 뒤쪽으로 잡아 당기고 있다. 그리고 미간에는 술을 마신 다음날 내쉰 숨 같은 것이 덩어리로 뭉쳐서 늘어붙어 있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찝찝함은 그 미간의 덩어리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또 별개의 느낌이다. 의식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단 한순간이라도 미간의 그 느낌이나 온몸의 끈끈함에 몸을 맏기면 그대로 다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이 한두시간이 지난 후에야 날 다시 의식의 세계로 끄집어 낼 수 있다. 그 한두시간은 그야말로 완벽한 무의식의 세계로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뒹구는 잠이 아닌 모든 의식이 배제된 상태이다. 즉, 나는 내가 잠이 들려 한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신이 그곳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두번째인가 세번째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를때 필사의 노력을 해서 몸에서 그 끈끈함들을 떨쳐 버리고 미간의 덩어리를 밖으로 뜯어내고 나면 난 완벽한 무기력에 휩쌓여 버린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할 힘조차 없는 그런 완벽한 무기력이다.

그렇게 맞이한 4일째 아침.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곳에서 헤매게 만드는 것일까. 그 원인모를 느낌에 사로잡혀 완전히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것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바뀐 것이라면 방이 무척 지저분해 졌다는 것과 목캔디 한통을 거의다 먹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목캔디? 그러고 보니 목캔디가 몇개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난 지난 4일동안 수십개의 목캔디를 먹었단 소리인가?

마음같아선 이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의 경계면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이제까지 난 단 한번도 ‘무의식’이란 단어에 신경써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세상은 날 그렇게 두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해야할’일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사실 이미 10시가 넘어 버렸기에 아침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 시간이 되었지만 어쨌든 이 ‘아침’부터 잠시 이 무의식에 대한 탐닉을 잠시 꺼두려 한다.(그것이 가능할지는 자신없지만) 그리고 좀더 긴 시간이..나 혼자만의 긴 시간이 주어졌을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번 빠져들어 봐야 겠다.

수업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이다. 목요일...벌써 목요일인가. 이번주는 정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버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