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6일 금요일

비오는 아침

늦잠을 자버렸다.

그리고 나를 깨운 것은 한동안 청천 벽력처럼 크게 들렸던 휴대폰의 알람도, 나를 찾는 다른이의 전화벨 소리도 아닌, ‘비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의 기분이란!

지금 내 방의 스피커로는 보이스 투 맨의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고 방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커피 메이커는 연실 스팀을 뿜어내며 커피를 만들고 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커피의 향이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지금의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던 요즘, 이제는 조금씩 그 길이 보이고 있다. 이미 많은 것들을 그만두고 난 지금...그 것들의 마무리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뿐 특별히 내 시간을 빼앗는 것들은 없다. 마음속에 걸리는 일 하나만 해결되면 무척이나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도 같고.

‘평소’와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신선한 충격 일 수 있다. 그래서 찌는듯한 무더위를 지겨워 하던 여름날 더위를 가르며 내리는 비를 내가 그토록 반기는 것일수도.(하긴 내 경우에는 비오는 것은 계절에 상관없이 좋아하니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이제는 잠이 완전히 깨어 버려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 전화를 할까? 지금까지도 잠에 취해서 비가 오고 있는걸 모르고 있을만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비가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잠을 깨기까지의 그 짧은시간동안 그사람과 조금은 유치한듯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 대상이 친구이든, 연인이든.

정말로 오랜만에 기분좋은 느낌으로 일어난 아침이다. 오늘은 이렇게...하루종일 비가 왔으면 좋겠다.